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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서울의대 교수 "2조에도 의사 안 늘어…병원 비도덕"

입력 2023-03-20 09:01 수정 2023-03-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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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수 〈촬영=박지윤 기자〉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수 〈촬영=박지윤 기자〉
김윤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19일 "의사 증원은 인간 생사와 관련된 사항인데, 정부의 무능과 의사들의 비도덕성 때문에 안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의사 부족 실태는 지역과 기피 진료과로 나뉘어 나타납니다.

김 교수는 "지방 의사가 부족한 원인 중 하나가 큰 종합병원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 교수는 전국 지역 사망률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했습니다.

통계청의 사망률을 토대로 환자의 중증도를 보정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은 도시는 강원 강릉입니다. 김 교수는 "강릉엔 대형병원 '강릉아산병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외과 의사를 예로 들며 "수술이 거의 없는 지방 작은 병원에 가면 손이 굳어 몇 년 뒤 의사로서 역할이 제한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강릉아산병원처럼 대형병원은 지방에 있어도 의사들이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거주 여건 등 때문에 수도권 대형병원만큼 인기가 좋지 않아도 큰 종합병원이라면 지방에 있어도 원하는 의사가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큰 종합병원 의사는 일반 의사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큰 종합병원 경력이 개업할 때 경쟁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지방 종합병원 유치와 관련해 "필요하다고 하소연하는 지자체는 많지만, 기획재정부는 무관심하며 '민간에서 해결하라'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개인 의사는 자금이 부족하고, 기업들은 비수도권 병원에 관심이 덜 하니 지방에 큰 종합병원이 생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연봉 4억원 제시에도 지원자가 한 명이 그친 속초의료원 사태를 거론하며, 지방 의사 부족 상황은 매우 심각해 큰 종합병원 설립만으로는 부족하고 전국적인 의사 증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20년 기준 한국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의 67.6%에 그칩니다.

특히 노령 인구가 많아 의료 서비스에 더 목 마른 지방 중소도시는 의사들이 기피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이런 김 교수의 설명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측은 "지방에서 환자들이 큰 종합병원으로 쉽게 갈 수 있는 전달 체계를 구축해주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 "대형병원 기피과 의사 부족"

김 교수는 "의사들이 부족하다고 알려진 모든 기피 진료과 의사가 부족하다는 건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기피과로 알려진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외과, 신경외과, 비뇨기과, 소아과는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사실은 대형병원 의사 수가 적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근거로 한국과 미국의 인구 10만명 당 흉부외과, 산부인과, 외과, 신경외과, 비뇨기과, 소아과 의사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당 흉부외과, 산부인과, 외과, 신경외과, 비뇨기과 의사 수는 한국이 미국보다 많고 소아과는 미국의 90% 수준입니다.

하지만 대형병원에서 해당과 환자들은 의사 만나는 게 쉽지 않다고 하소연합니다.

대형병원에서 환자 수요보다 전문의 수가 많이 적다는 겁니다.

■의료수가 올렸지만 의사 증가 미미..."정부 무능 탓"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09년 흉부외과(100%), 산부인과(50%), 외과(30%) 수가를 인상했습니다.

기피 진료과 수익이 늘어나면 전공의 지원자가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김 교수는 "정현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와 채유미 단국대 의대 교수가 산정한 자료를 토대로 계산하면 현재까지 2조원이 투입된 것으로 나온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연평균 전공의 지원자 수를 계산하면 큰 변화가 없다"며 "정부가 헛돈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실패 원인 중 하나가 정부의 무능한 정책이라고 질타했습니다.

김 교수는 "의사 수를 늘리는 병원만 정부가 수가를 지원해야 병원들이 전문의를 증원하는데, 아무 조건이 없어서 병원들만 수가를 챙겼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원인으로 대형병원의 수익 추구를 들었습니다.

환자 수요도 많고 수익도 개선됐지만 대형병원들이 기피과 전문의를 늘리지 않은 건 "병원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전문의 인건비 비중을 줄인 것"이라는 겁니다.

김 교수는 대형병원 수익과 관련해 "국내 대형병원 적자는 사실이 아니다"며 "병원 수익을 회계 장부에서 수익 항목이 아닌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미래 투자 위한 저축)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적자로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감사원과 시민단체 등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만, 대형병원들은 비영리법인으로 병원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루라는 입장입니다.

김 교수는 기피과 전공의 부족이 지원자가 적기 때문이라는 대형병원 해명에 대해선 "대형병원 기피과 전문의 수를 늘리면 큰 병원에서 일하고 싶은 전공의 지원도 늘어나고, 미국처럼 전문의들이 전공의 대신 당직을 서면 전공의 착취 문제도 해소된다"고 반박했습니다.

다만 그는 "응급의학과와 정신과, 내과는 대형병원과 개업의 구분없이 전체적으로 의사가 부족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7월 한 서울 종합병원으로 출근한 간호사가 뇌출혈 증상으로 같은 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의사가 없어 다른 종합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대형병원 기피 진료과 의사는 서울에서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필수 의료과 의사가 부족한 것은 맞다"며 "정부와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 〈촬영=박지윤 기자〉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 〈촬영=박지윤 기자〉

■의대 정원 18년 동안 제자리

초고령 사회 앞두고 향후 의료 서비스 수요에 비해 의사 수는 더 부족해지는 건 상식적입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35년 의사가 2만7000명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전국 의대 정원은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의대 증원을 발표했지만 의사협회는 파업으로, 의대생들은 국가 시험을 거부하며 결사 반대했습니다.

당시 심각한 코로나 상황이라는 급한 불을 꺼야 했던 정부는 의사 증원은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이슈가 잦아들면서 정부가 의사 증원을 다시 제기하려 하자, 의사협회는 간호사법 반대 등을 명목으로 막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의사들이 증원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수입이 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016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 월 소득은 평균 근로자의 4.6배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선진국 독일(3.5배), 영국(3.4배), 프랑스(2.2배)보다도 높습니다.

김 교수는 정부에 대해선 "의사 파업에 대해 겁을 내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의사단체에 끌려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사 수가 증가한다고 사회에서 필요한 곳에 진출한다는 보장이 없다. 젊은 의사들이 나름대로 수입이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의대 정원을 돈 문제로 보면 해결책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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