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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후 2달 아기 '영양실조' 사망…출생신고 안 된 '무명의 죽음'

입력 2023-03-16 20:56 수정 2023-03-16 21:54

되풀이되는 이름 없는 아이들의 비극…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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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되는 이름 없는 아이들의 비극…대안은?

[앵커]

생후 두 달 된 아기입니다. 이 사진을 찍고 며칠 뒤에 영양실조로 숨졌습니다. 출생신고도 되지 않아, 아이 이름은 없었습니다. 아이 엄마는 조금 전에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배승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배승주 기자]

경남 창원의 한 빌라입니다.

이곳에서 생후 76일 된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며 엄마가 신고한 건 지난해 3월 27일 오전 9시쯤입니다.

[당시 출동 구급대원 : 아기가 숨을 안 쉬는데 남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엄마가) 차분하셨어요. 뼈밖에 없다 할 정도로 그 정도로 말라 있었거든요. (소아용 자동심장충격기) 패치가 안 붙을 정도로요.]

집안은 엉망이었습니다.

[당시 출동 구급대원 : 겉싸개가 있었는데 그 위에 전자담배 그런 담배꽁초가 놓여 있었고 아기 1m도 안 되는 거리에 재떨이도 있었고 술병도…]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아기는 끝내 숨졌습니다.

숨질 당시 아기 몸무게는 2.5kg.

정상 수치의 절반 수준입니다.

사망 원인은 영양실조였습니다.

아이 이름은 없습니다.

엄마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월 아이가 태어난 병원에서의 출생기록이 유일한 흔적입니다.

자연분만 출산인데 당시 아이 몸무게는 약 2.7kg으로 아픈 곳 없이 건강했습니다.

엄마는 가족에게도 아이를 숨겼습니다.

25살 미혼모로 이번이 둘째 출산이라 주저한 겁니다.

[숨진 아이 엄마 지인 : (첫째) 누가 키우냐고 물어봤더니 엄마(아이 할머니)가 키운다 하더라고요.]

하지만 엄마는 뚜렷한 직업도 없고 주거지도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아이 아빠와는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숨진 아이 엄마 지인 : '베이비박스 보내겠다' 처음에는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정이 들었는지 '못 보내겠다' 애가 비쩍 말라가지고 올챙이배만 나오니까. 혈색도 노랗고 완전 창백하게 돼 있을 때 내가 몇 번을 병원에 데리고 가라…]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이 존재 자체를 알 수 없습니다.

병원에서 출생한 기록은 공유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찰 출석요구에 숨어버린 엄마는 이틀 전 긴급 체포됐다가 오늘(16일) 유기치사 등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앵커]

출생신고도 없이 숨지거나 유기되는 갓난아이는 한해에 평균 200명에 달하는 걸로 추정됩니다. 대부분 미혼모의 아이들입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계속해서 박현주 기자입니다.

[박현주 기자]

품에 안은 아기를 통 안으로 밀어 넣고 흐느끼면서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2009년부터 운영된 베이비박스, 이곳에 남겨진 아이는 2,000명이 넘었습니다.

3년 전 이곳을 찾은 한 미혼모는 선택지가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20대 미혼모 : 임신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두고 친척 집에서 몸을 숨겨 가면서 지냈었어요.]

처음부터 아이를 버릴 생각은 없었습니다.

[20대 미혼모 : 돈을 빌려서 애기 기저귀랑 분유랑 이런 거 산 적도 있었어요. 결국에는 돈 문제로 싸우게 되더라고요.]

주변 시선도 부담이었습니다.

[20대 미혼모 : '여자 혼자서 아기 낳아서 키운다' 이런 시선들을 좀 신경 안 쓰고 마음 안 아파해 가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병원측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법안이 나왔습니다.

이른바 출산통보제인데 보완 대책이 없으면 산모와 아기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20대 미혼모 : (출산통보제가 도입되면) 병원 가서 아기를 안 낳으려고 하겠죠. 그러면 더 열악한 환경에서 아기를 낳을 테고…]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선 출산통보제에 앞서 미혼모의 주거권 보장 등 홀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김희진/'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 활동 변호사 : 미혼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라는 점은 한국과 굉장히 다른 점이고.]

나 홀로 양육이 아닌, 사회가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믿음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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