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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9시간제' 반발 크자 제동…MZ노조 "52시간도 안 지키는데"

입력 2023-03-1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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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가 내놓은 주 최대 69시간 연장근로안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주 60시간 이상 근로는 무리라는 건데요. MZ세대의 반발이 생각보다 크자, 정책 보완을 지시한 겁니다. 대통령실이 한발짝 물러섰지만, 노동계의 반발은 여전히 큰데요. 관련 내용을 정치 인사이드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안상훈/대통령실 사회수석 : 대통령께서는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입법 예고된 정부안에서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하셨습니다.]

주 최대 69시간 연장근로제, 최근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까지 마친 사항이죠.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안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습니다.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다, 보완하라, 지시를 내린 겁니다. 윤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선 이유, 대통령실의 추가 설명 속에 그 답이 있습니다.

[안상훈/대통령실 사회수석 : 정부는 추후 MZ근로자,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현장의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 보다 세심하게 귀 기울이면서 보완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MZ 근로자의 의견을 첫 손에 꼽았는데요. MZ세대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고 본 듯합니다. 당초 국민의힘에선 MZ세대가 좋아할 일이라고 장담을 했었죠?

[성일종/국민의힘 정책위의장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난 8일) : 제가 볼 때는 2030과 관련된 청년층 같은 경우도 다들 좋아하고요. 이거는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들을 많이 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정작 MZ세대의 생각은 전혀 달랐습니다. 정부·여당을 향해 'MZ팔이' 하지 마라, 직격을 했죠.

[이겨레/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미조직 비정규직차장 (지난 9일) : 너도나도 MZ며 신세대며 너희를 생각한다, 너희가 나라의 미래다, 비위를 맞춰댑니다. 그런데 정작 꺼내놓은 노동정책이 이 꼴이고 청년 탓은 또 기가 막힙니다.]

강성노조인 민주노총 소속 청년 아니냐? 딱지를 붙이기엔, 정부가 협상 파트너로 삼은 이른바 'MZ노조'의 입장도 똑같았습니다.

[송시영/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부의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금 주 52시간제도 안 지키고 있잖아요. 지금 저희 좀 극단적으로 말씀드릴 수도 있기는 한데, 지금 예를 들어 지금 방송하시는 PD님들이나 작가님들, 기자님들, 이러신 분들도 주 52시간 지키고 계세요? 실제로 안 지켜지고 있잖아요. 더 일하고 계시고. {일 많을 때는 더 하기도 하죠.}]

주 52시간제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데, 무슨 69시간 근로냐는 겁니다. 더욱이 정부가 내놓은 장기 휴가안, 사회초년생들에겐 어불성설이다, 쓴소리를 했습니다.

[송시영/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부의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MZ세대라고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이에요. 다 하위 직급이거든요. 지금 있는 휴가조차 못 쓰고 있는데 한 달 내내 휴가를 갔다 오겠다,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되겠습니까?]

일반 국민 여론도 썩 좋지 못한데요. 69시간 연장안에 찬성한다는 응답, 40%에 그쳤습니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절반을 넘은 54%였습니다. 대통령실의 생각대로 MZ세대가 돌아섰기 때문일까요? 연령대별로도 한번 살펴봤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노동 현장과 거리가 있는 60대 이상에서만 찬성 의견이 더 높았습니다. 실질적인 노동자들은 이 아랫세대죠. 특히 40대 이하에선 반대 의견이 60%대 후반, 70%에 육박했습니다.

2030 MZ세대뿐 아니라, 저 같은 마징가 제트 세대도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는데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노동시간 연장, MZ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MZ세대'만 콕 짚어, 특정 노조하고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양대 노조에서도 똑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김동명/한국노총 위원장 : 겨우 현장에 주 40시간, 최대 52시간 노동시간제가 자리 잡혀가고 있는데 이걸 다시 거꾸로 돌리겠다는 것입니다.]

[한상진/민주노총 대변인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민주노총) 120만 조합원 중에 한 25%가 청년조합원들이거든요. 제일 많이 있는 조직돼 있는 노동조합인데 아직도 연락이 없습니다.]

설마 윤석열 정부에 우호적인 특정 연령, 특정 노조만 챙기겠다는 건 아니겠죠?

[한상진/민주노총 대변인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윤석열 정부나 정부·여당은 MZ세대를 계속해서 세대 갈라치기 계속하고 있고요. 그중에 기존 노동조합에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출범한 MZ세대 노조, 여기를 본인들의 정책 파트너 내지는 정책 추진의 원동력, 이렇게 삼고 싶은 것 같은데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MZ가 아니라 직장인 전체가 반발하는 것"이라면서 "근거 없는 세대 갈라치기를 멈추라", 꼬집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마징가 제트 세대,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죠? 고용노동부가 올린 69시간제 예상 근무표입니다. 집중근로가 시작된 첫 주, 평일 저녁 9시 퇴근으로 돼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그럼, 애들은 이 시간까지 누구보고 돌보라는 걸까요? 9시에 칼퇴를 해도, 퇴근 시간을 고려하면 밤 10시 안팎입니다. 이 시간까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연장 운영하고, 학교도 방과후 수업을 진행한다는 걸까요? 더욱이 토요일도 떡하니 근무일로 잡아놨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출근해야할지도 모를 판입니다. 이런 근무 환경 속에 애를 낳아라? 출생률 최저 기록, 경신은 어렵지 않을듯 싶습니다. 더욱이 이 근무표엔 숨겨진 꼼수가 있죠. 주 69시간이 아니라 62시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69시간으론 시간표를 그릴 엄두가 안났던 걸까요?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입니다.

고용노동부가 보상 휴가를 적용해 놓은 3, 4주차, 글쎄요. 우리나라 직장인의 정기휴가 소진율, 60%에 불과합니다. 있는 휴가도 제대로 못챙겨 먹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보상 휴가를 즐긴다라? MZ세대만 눈치보는 게 아니라, 마징가 제트 세대도 회사 눈치 봅니다. 부양할 부모, 자식이 있다면 두말 할 나위가 없겠죠. 1달씩 장기 휴가를 턱턱 떠나는 유럽이 아닌 이상 말입니다. 아, 공무원 신분인 고용노동부 직원들은 혹시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정부안의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죠.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박주현/한국노총 청년정책자문단 위원 :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닙니다. 일을 몰아서 하다가 한번 건강이 나빠지고 나면 회복이 안될 정도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몰아서 쉬면 된다는 정부 대책은 무책임의 극치입니다.]

최근 24시간 당직 근무를 서던 경비원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죠. 장시간 노동은 안타까운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JTBC '뉴스룸' (지난해 11월 22일) : 박씨는 지난달 4일 야근을 마친 뒤에는 포털 사이트에 '졸음싹'과 '잠싹' 등 잠 깨는 법을 검색했습니다.]

정부·여당은 모든 노동자가 주 69시간 일을 하는 건 아니라며, 소통의 부재를 탓했는데요.

[권기섭/고용노동부 차관 : 이번 개편안 취지는 주 평균 52시간 내에서 업무량 변동에 따라서 업무 시간을 노사 합의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임이자/국민의힘 의원 : 노동자의 동의 없인 안 되는 것이고, 그다음에 더 나가서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가 돼야만 이 부분도 그나마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글쎄요.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할 노조, 조직율은 14%대에 불과하죠. 사측의 요구에 맞설 근로자 대표,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입니다. 당정이 연장근로에 따른 확실한 임금을 보장해 주겠다며 꼬집고 나선 포괄임금제 문제.

[임이자/국민의힘 의원 : 근로시간 관련돼서 포괄임금제로 인해서 공짜노동에 대해서 이건 빨리 근절시켜야 한다라는 주장도 많이 하셨고요.]

[권기섭/고용노동부 차관 : 현장에서는 포괄임금이 계속 남용되고 만연되고 있고 공짜야근, 장시간 근로, 그리고 근로시간 관리를 안 하려고 하는 불법·부당한 관행들이 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제도라는건데요. 이 역시 노사 합의없이,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건 안비밀입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이 포괄임금제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겠죠. 사측의 요구, 주 69시간제라고 거부할 수 있을까요? 윤 대통령이 주 60시간이란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으니, 최대 노동 시간은 줄어들 듯한데요. 그렇다고 문제가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한상진/민주노총 대변인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1850년도에 영국에 공장법이라는 게 들어왔거든요. 그때 주당 노동시간을 60시간으로 정했어요. {몇 년도라고요?} 200년 전에 영국만보다도 못한 지금 제도를 들고 나온 거죠.]

영국에선 주 4일제 도입을 논의 중이라고 하죠. 말그대로 먼 나라 이야기깁니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근로시간, OECD 5위입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작년 기준 대한민국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5위입니다. 우리보다 노동시간이 긴 나라는 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칠레 등 남미의 개발도상국뿐입니다.]

OECD 평균보다 연간 199시간을 더 일하고 있고, 노동 시간이 가장 적은 독일보다는 566시간 더 업무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나라가 노동시간을 더 늘린다니 해외에선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죠. 호주 공영방송은 'kwarosa'(과로사)라고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표기하며 "한국 특유의 노동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전했습니다. "과로를 하면 정말 성과를 낼 수 있느냐" 꼬집으면서 말입니다.

정부는 근로시간 연장을 추진하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했죠. 노동의 유연성 확대가 세계적인 기류라고 말입니다. 노동의 유연성, 특정산업에선 필요한 제도일 수 있습니다. 다만, 따라하려면 제대로 해야겠죠. 오늘(16일)의 정치 인사이드,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독일이 얼마나 멋집니까. (주 최대) 48시간에 탄력시간제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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