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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수락산 집단유기' 개들 진단서엔 '번식용'으로 이용된 흔적들

입력 2023-03-16 09:00 수정 2023-03-1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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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는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JTBC 모바일제작부 기자들의 취재 결과를 알기 쉽게 풀어 드립니다.


얼어 죽은 토이푸들을 품고 있던 시바견 (사진=박희준 노원구청 동물보호명예감시원)얼어 죽은 토이푸들을 품고 있던 시바견 (사진=박희준 노원구청 동물보호명예감시원)


"얼어 죽은 토이푸들을 품에 안고 있던 시바견…그 모습이 아른거려 가슴이 아픕니다."

엄동설한에 서울 수락산에 버려진 개들을 구조한 박희준 노원구청 동물보호명예감시원의 말입니다.

영하 15도의 한파가 이어지던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노원구 수락산 학림사 근처에 강아지 21마리가 버려졌습니다.

이튿날 지인의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은 박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강추위에 몸을 움츠린 '토이푸들' 한 마리가 그대로 얼어 숨졌기 때문입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현장에 있던 친구 '시바견'은 토이푸들을 품은 채 발견됐습니다.

박씨는 급한 대로 강아지들에게 따뜻한 물과 사료를 먹였고 동물협회와 함께 구조했습니다. 경찰과 언론에도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른바 '수락산 개 집단유기' 사건입니다.

■ 힘들어져 버렸다는 피의자의 자백, 그러나…

개들을 유기한 피의자 A씨는 결국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같은 달 26일 경찰에 자진 출석한 겁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개인적으로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서 입양했지만 이후 힘들어져 버렸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쉽게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순수하게 반려동물로 키우고 싶었다면 20여 마리나 입양했을까?', '힘들어서 유기했다는데, 왜 하필 강추위에 버렸나?'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 창고에서 키워진 데다 암컷에겐 다출산 흔적

게다가 이들 강아지는 주택이 아닌 경기도 의정부의 한 창고에서 키워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키우다가 버렸을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JTBC 취재진은 구조된 강아지의 상태가 어떤지 알아봤습니다.
구조된 강아지의 진단서구조된 강아지의 진단서

구조된 또 다른 강아지의 진단서구조된 또 다른 강아지의 진단서


취재진이 확보한 진단서에 따르면 암컷의 경우 유선종양과 자궁축농증 등의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는 여러 번 출산한 개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질병입니다. 심지어 심한 자궁 질환을 앓고 있던 한 마리는 수술 중 숨지기도 했습니다.

또 버려진 강아지들은 대부분 품종 견이었지만, 중성화 수술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반려동물로 키워질 목적의 강아지라면 중성화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노원경찰서는 A씨에 대해 동물을 유기하고 학대한 혐의만을 적용해 이 사건을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했습니다. 번식장을 운영한 것은 아닌지 등 관련 혐의는 빠진 겁니다. 동물보호법 32조와 33조, 34조에 따르면 동물생산업, 즉 번식장을 운영할 경우 지자체장에게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경찰 측은 이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했지만, 관련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수락산 개 집단유기 탄원서 중 (출처=동물자유연대)수락산 개 집단유기 탄원서 중 (출처=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는 결국 이 사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을 우려해 번식장을 운영하다 유기했을 가능성 등을 제대로 밝혀 달라며 3504명의 서명을 담은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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