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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도심 속 두꺼비들 '험난한 산란 여정' 끝 도착해 마주한 건

입력 2023-03-13 20:36 수정 2023-03-1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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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3일) 밀착카메라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두꺼비들 얘기입니다. 포획 금지종이기도 해서 제대로 보호받아야 하지만, 알을 낳기 위해 힘겹게 도착한 도심 속 연못은 시커먼 기름이 떠다니는 오염된 물이었습니다.

권민재 기자가 따라가봤습니다.

[기자]

도심 사이를 가로지르는 하천에 만들어진 작은 인공 연못입니다.

몇 년 전부터 따뜻한 봄이 되면 반가운 손님이 이곳을 찾는다고 하는데요.

바로 두꺼비입니다.

[김광진/부산 연산동 : 뭐 잡는 겁니까. {두꺼비 보고 있어요.} 벌써 두꺼비가 나왔어요?]

[태서준/부산 거제동 : 아빠 여기 와봐. 여기 두꺼비 있대.]

아파트로 둘러싸인 부산 온천천 연못에 두꺼비가 알을 낳게 된 건 5년 전입니다.

매년 2월에서 3월 사이, 딱 지금이 '포획금지종' 두꺼비의 산란기입니다.

야행성인 두꺼비들을 만나기 위해 자정 무렵 온천천에 나와봤습니다.

바로 여기에 연못으로 향하는 두꺼비 한 마리가 있는데요.

이 두꺼비의 산란의 여정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연못까지 거리는 백미터 남짓, 두꺼비의 걸음으론 두 시간이 걸립니다.

거친 바위도 오르고 풀숲도 헤치며 신중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단단한 벽 앞에서 당황하다가도 이내 방향을 찾습니다.

바로 옆은 위험천만한 공사장, 차에 치여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알을 낳기 위해 목숨을 걸었지만, 두꺼비가 만난 건 검게 오염된 물입니다.

연못 옆에는 오수관 공사 작업이 한창입니다.

지난해 말 공사가 시작된 뒤, 연못 물은 마르고, 더러워졌습니다.

투명한 물병에 물을 담아보면요.

언뜻 봐도 색이 탁한 걸 볼 수 있습니다.

가까이 갈수록 악취도 심각하고요.

물 위로는 기름때도 껴 있습니다.

[최대현/부산환경회의 대표 : 작년엔 저 아래쪽에도 보면 도롱뇽알까지 보였는데 지금은 두꺼비 성체도 낮에는 아예 볼 수도 없고…]

오염된 물에만 사는 실지렁이도 보입니다.

[이민희/부산 연산동 : (관리사무소에) 한 번씩 물어봐요. '왜 이게 거품이 나느냐, 왜 시커멓냐.']

검게 변한 물에도 두꺼비들은 알을 낳았습니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뜰채를 가지고 연못으로 향했습니다.

오염된 물에서 산란을 준비 중인 두꺼비들을 더 깨끗한 곳으로 옮겨주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너무 더러워서 위쪽으로 옮겨주려고. {알이 나왔어.}]

[참 스트레스 받겠다, 애들. 미안해. 미안해.]

공사를 진행하는 지자체 측은 두꺼비 산란지인줄 몰랐다며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습니다.

[부산시청 관계자 : 이제 우기가 되기 전에 (공사를) 마무리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겨울부터 지금 봄까지 비가 적게 올 때…]

공사장 옆 연못은 도심 속에서 두꺼비가 유일하게 알을 낳을 수 있는 곳입니다.

이 작은 연못마저 검게 변한다면 두꺼비는 기댈 곳이 없게 됩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박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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