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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일" 생리혈로 붉게 물든 하의 입고 출근한 케냐 여성 의원

입력 2023-03-10 10:38 수정 2023-03-1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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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국 일간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사진=영국 일간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아프리카 중부 국가 케냐의 한 여성 의원이 흰색 정장 바지에 붉은 자국을 묻힌 채 의회에 나타나 그 배경을 두고 시선이 모아졌습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케냐 여성 상원의원 글로리아 오워바는 지난달 14일 흰색 정장 바지 엉덩이에 붉은 자국을 묻힌 채 의회에 나타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날 오워바 의원은 국회 출석을 거부당했습니다. 의회 측이 밝힌 출입 거부 사유는 복장 규정 위반이었습니다.

당시 의회에 있던 한 남성의원은 "너무 불편하다. 옷을 갈아입고 와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남성의원 역시 "너무나 사적인 것"이라며 오워바 의원의 국회 출석 퇴장 청원에 찬성했습니다.

오워바 의원은 "나도 바지에 뭐가 묻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라 바지를 갈아입지 않고 그냥 왔다"고 했습니다.

의회 입장이 거부된 오워바 의원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한 학교를 방문해 생리대 무료 배포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오워바 의원은 이 자리에서 "여성들은 내 바지를 가려주는 등 도와주려 하는데 나는 이런 행동도 반갑지 않았다"며 "월경혈은 절대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고 배웠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워바 의원은 현재 월경권 보장을 위한 법안 마련에 힘쓰고 있습니다. 월경권이란 모든 여성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월경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오워바 의원이 이처럼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일하는 건 2019년 케냐에서 발생한 14세 소녀의 극단적 선택 사건 때문입니다.

당시 생리를 하고 있던 소녀는 교복에 묻은 피를 목격한 교사에게 "더럽다"는 말을 듣고 수업에서 쫓겨났습니다. 여기에 극도의 수치심을 느낀 소녀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습니다.

2020년 케냐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현지 여성들의 절반 정도만이 1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회용 생리대 사용률은 도심은 65%, 농촌은 46%였습니다.

케냐는 올해 인플레이션으로 생리대 가격이 2배로 뛰어 1회용 생리대 구매자가 더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워바 의원은 케냐 전역의 여학생에게 생리대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 자금 지원을 늘리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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