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진=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21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질 당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부터 도주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오늘(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진술했습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2021년 9월 30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출석을 요구받고 다음 날인 10월 1일 복통으로 진료를 받게 된 정황을 물었습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출석 전날 김 전 부원장이 전화로 위치를 물어서 '내일 출석하려고 검찰청 건너편 모텔에 있다'고 하자 '너 빨리 도망가라, 백두대간이라도 타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에 따르면 당시 김 전 부원장은 "열흘만 있다가 와라. 그때쯤 경선이 끝나 우리 세상이 되면 방어가 된다. 우리 정보에 의하면 너는 즉시 구속되니까 무조건 도망가라"고 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이 "침낭도 없는데 백두대간을 어떻게 타느냐. 산짐승도 무섭다"고 하자 김 전 부원장은 "배탈이라도 나서 병원에 가라. 그러면 널 안 건드리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고 말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유 전 본부장은 실제로 삼각김밥과 유통기한이 지난 요구르트를 먹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도 배탈이 안 나자 김 전 부원장은 유 전 본부장에게 "음식물 쓰레기라도 먹으라"고 지시했다고 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결국 근처에서 쓰레기통을 하나 발견해서 (쓰레기를) 꺼내 먹었다"면서 "이후 배가 좀 아픈 것 같아서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갔다"고 말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진단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병원을 나오다 대기하고 있던 수사관들에 체포됐습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게 "피의자 조사에선 김 전 부원장이 지시한 도주 장소가 백두대간이 아니라 태백산맥이라고 했다"고 지적하자 유 전 본부장은 "어찌 됐든 도망가라고 한 것은 맞다"고 답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이 "김 전 부원장이 '열흘만 버티라'고 한 이유가 무엇인가"고 재차 묻자 "(이재명이) 대통령 후보 되면 아무도 못 건드린다는 취지"라고 했습니다.
한편 유 전 본부장은 금품전달 과정에 대해선 2021년 4월 남욱 변호사가 마련한 1억원을 전달받아 자신의 사무실에서 김 전 부원장에게 줬다고 밝혔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이후 2021년 6월 초순 정민용 변호사로부터 5억원을 받아 이 중 3억원을 자신의 집 근처에서 김 전 부원장에게 줬다고 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3억원이) 무거운 데다 우리 집이 밤이 되면 차가 없어서 그쪽으로 (차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면서 "그게(돈이) 무거워서 쇼핑백 두 개 겹쳐 세 개 넣다 보니 윗부분이 벌어져 스카치테이프로 막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5억원 중 3억원을 전달하고 남은 2억원은 집에 있는 장롱 붙박이장에 보관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2억원 중 5000만원을 정 변호사와 사용한 뒤 다시 1억원을 받아 2억원으로 채워 놨다고 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렇게 만든 2억원을 2021년 7월 경기도청 뒤쪽 도로에서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당시 김 전 부원장 차 안에 돈을 실어다 준 뒤 함께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정치 얘기를 했었다"고 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4월~8월 총 8억47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을 받습니다. 검찰은 이중 김 전 부원장에게 실제로 전달된 돈은 6억원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