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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어놓기 힘든 친족 성폭력…'공소시효 만료'에 막힌 처벌

입력 2023-03-0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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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이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 친족이 저지른 성폭력을 뒤늦게 고발하는 피해자들을 위해서 공소시효를 폐지해달라고 요구하는 집회입니다.

신아람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34살 윤모 씨는 5살 때부터 시작된 사촌 오빠의 성폭력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합니다.

10년 넘게 오빠의 악행이 이어졌지만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윤모 씨 : 가족들이잖아요. 많이 화목했단 말이에요. 근데 내가 이걸 말하는 순간 이 화목이 깨질 거고. 너무 무서운 거예요. 나 때문에 이 평화가 깨진다.]

서른 넘어 겨우 가족들에게 털어놓았지만 돌아온 건 2차 가해였습니다.

[윤모 씨 : 그때까지도 사과만 기다렸어요. 오히려 2차 가해만 더 심해지는 거예요. 자기 인생 자기가 알아서 살아야 되고 걔는 가정이 있으니 지켜줘야 하지 않냐. 'OO도 즐겼을 거다' 이런 말까지.]

성인이 돼도 남장을 하고 외출할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했던 윤 씨는 결국 오빠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충격적인 건, 고소 과정에서 다른 친척 5명도 비슷한 피해를 당한 걸 알게 됐습니다.

서로가 털어놓은 가해 친척도 여럿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성인이 된 지 공소시효 1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가해자는 아무 처분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후 윤 씨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친족 성범죄 공소시효를 폐지해달라는 생존자 집회 '매마토'.

2년 전 시작해 벌써 22번째입니다.

[심이경/(활동명) 친족 성폭력 생존자 : 피해 이후 10년 만에 언니한테 말했을 때 '시간 지나면 다 괜찮아져'란 말을 들었어요. 15년 만에 엄마한테 말했을 때는 '오빠는 가정이 있잖니, 이제 와서 뭘 어쩌라고'라는 말을 들었어요.]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2021년 친족 성폭력 상담 중 절반 이상이 공소시효가 지났습니다.

친족 성범죄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된다는 법안 3건이 국회에 올라와 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PD : 박서혜 / VJ : 김민재·한재혁 / 영상디자인 : 황수비 / 리서처 : 고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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