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현장르포] 승객들이 쓰러진다…혼잡률 285% 김포골드라인 타보니

입력 2023-03-07 13:33 수정 2023-05-22 11:09

2량 전동차, 추가 연결할 수 없는 구조
"2024년 증편에 이어 2차 증편 바로 논의돼야"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2량 전동차, 추가 연결할 수 없는 구조
"2024년 증편에 이어 2차 증편 바로 논의돼야"

오늘(7일) 오전 8시 10분쯤 김포골드라인 전동차 내부 모습. 승객들이 가득 차 있다. 〈사진=김천 기자〉오늘(7일) 오전 8시 10분쯤 김포골드라인 전동차 내부 모습. 승객들이 가득 차 있다. 〈사진=김천 기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복잡해요."
"한번에 타는 경우가 없어요. 전동차 1~2대는 보내야 탈 수 있어요. 매일 이래요."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포골드라인은 300%에 이르는 혼잡률로 악명이 자자합니다.

오늘(7일) 오전 취재진은 출근 시간대에 김포골드라인에 가봤습니다.

오전 7시 20분부터 풍무역엔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시민들은 익숙한 듯 4줄 서기로 전동차를 기다렸습니다.

3분여 마다 2량 전동차가 역사로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오래 기다린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탈 수는 없었습니다. 통제 직원들은 전동차가 들어올 때마다 "다음 차 타세요" "뒤로 물러서 주세요"라고 외쳤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김포 도시철도 한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대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다"며 "기본으로 1~2대는 보내야 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7일) 오전 7시 51분쯤 풍무역에서 김포골드라인을 타는 승객들 모습. 〈영상=김천 기자〉오늘(7일) 오전 7시 51분쯤 풍무역에서 김포골드라인을 타는 승객들 모습. 〈영상=김천 기자〉
■ 밀물처럼 몰려오는 승객들…어지러움 호소 승객도

취재진도 전동차 두 대를 보내고서야 겨우 탔습니다. 비집고 들어오는 승객들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한때 "밀지 좀 마세요"와 "좀 탑시다"라는 고성이 서로 오가기도 했습니다.

전동차는 밀물처럼 들어온 승객들로 가득 찼습니다. '콩나물 시루 같다'는 표현이 딱 맞았습니다. 전동차 안은 두꺼운 옷차림 때문에 더욱 비좁고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전동차에선 주머니 안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목적지인 김포공항역에 도착할 때까지 드는 생각은 '빨리 내리고 싶다'뿐이었습니다.

김포공항역에 도착하고 전동차 문이 열리자 승객들은 썰물처럼 빠져나왔습니다. 취재진 또한 인파에 휩쓸려 나왔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려진다는 이야기가 사실이었습니다.

내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한 여성이 역사 한쪽에 놓인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다가가 말을 붙여봤지만 이 여성은 "어지러워서 말하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승객들은 이처럼 현기증을 느끼는 이들을 심심찮게 본다고 합니다. 실제 지난해 12월 김포골드라인에선 한 승객이 과호흡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는 일이 있기도 했습니다.

출퇴근을 김포골드라인으로 한다는 이 모(37)씨는 "아침에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김포공항역에서 내리면 1~2명은 어지러운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모(45)씨도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걸 경험한 적이 있다. 얼마 전엔 이태원 참사가 생각나기도 했다"며 "지하철이 급하게 멈춰선다면 승객들이 도미노처럼 넘어져 큰일나겠다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7일) 오전 8시 22분쯤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내리는 승객들 모습. 〈영상=김천 기자〉오늘(7일) 오전 8시 22분쯤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내리는 승객들 모습. 〈영상=김천 기자〉
■ 전동차는 고작 2량…추가 연결도 불가능

김포골드라인의 평일 출퇴근 시간 혼잡률은 285%입니다. 이는 135명(좌석 56명, 입석 79명)이 탈 수 있게 만들어진 전동차에 380여 명이 타는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전동차를 추가로 연결할 수도 없습니다. 김포골드라인 측에 따르면 전동차 연결 구조는 2량 1편성으로 중간에 차량을 추가로 연결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졌습니다.

김포골드라인 역사 또한 2량 정차용으로 설계됐습니다. 설계상 역사 구조를 바꿀 수가 없다는 겁니다. 김포 도시철도 관계자는 "역사 구조를 바꾸는 건 새로 지하철을 만드는 수준이라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습니다.

운영 시스템도 문제입니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김포골드라인 전동차는 스크린도어에 정확히 멈췄을 때 출입문과 스크린도어가 열리는 시스템입니다. 이를 바꾸려면 모든 분야의 운영 시스템을 개조해야 하는 상황이라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게 김포골드라인 측 설명입니다.

현재 김포골드라인 측은 혼잡률을 줄이기 위해 2024년 말 도입을 목표로 2량 전동차 6개를 새로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7일) 오전 김포골드라인 풍무역에 '무리하게 전동차에 타지 말라'는 안내문이 놓여있다. 〈사진=김천 기자〉오늘(7일) 오전 김포골드라인 풍무역에 '무리하게 전동차에 타지 말라'는 안내문이 놓여있다. 〈사진=김천 기자〉
■ 2024년 전동차 추가 편성 예정…2차 증편도 바로 논의해야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립니다. 김포 시민인 손모(34)씨는 "애초에 만들 때 승객들이 이 정도로 몰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게 잘못"이라며 "오죽하면 '김포 골로가는 라인'이라는 별명이 붙었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오강현 김포시의회 부의장은 "2011년 23만여 명이었던 김포 인구는 현재 50만 명을 넘어섰다"며 "당연히 갖춰져 있어야 할 요소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구만 늘어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김포 도시철도가 전동차를 6개 늘려 배차 간격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근본적으로 혼잡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며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교통수단을 강구하는 것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전동차를 추가 편성하는 데 3년 이상 걸리고 앞으로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미뤄 봤을 때 지금부터 전동차 2차 추가 편성을 위해 논의해야 한다"며 "바로바로 추가 편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