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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사라진 탄광이 남긴 건 '폐질환'과 '하천오염'

입력 2023-03-06 20:56 수정 2023-03-06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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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6일) 밀착카메라는 사라진 탄광이 남긴 현장들을 따라가봤습니다. 한때 산업화 역군으로 불리던 탄광 노동자는 폐질환에 시달리고 있고, 또 탄광이 있던 자리에서는 오염수가 흘러나와 하천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권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석탄이 많이 나와서 검은 노다지로 불리던 강원도 태백입니다.

탄광촌 사람들로 북적였을 거리는 이렇게 텅 비었고요.

간판만 남아 있는 식당은 전시실이 됐습니다.

35년 전, 전국적으로 삼백쉰 곳에 이르던 탄광은 이제 네 곳뿐입니다.

그중 한 곳인 태백 장성광업소도 내년에 문을 닫습니다.

[전호현/탄광에서 27년 근무 : {갱구는 아버님께 어떤 의미예요?} 생명의 은인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여기서 아들딸들 탄 캐서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가족을 위해 탄광에서 청춘을 바쳤지만, 그 시절의 흔적은 폐질환으로 남았습니다.

[전호현/탄광에서 27년 근무 : 마스크 그런 건 일절 없고. 애들 뭐야, 기저귀 같은 거 이렇게 해서…]

[김병일/탄광에서 18년 근무 : (일 마치고) 집에 오면 치아만 하얗고 전부 새카만 거예요. 숨이 차고 기침이 나고, 가래 올라오고…]

이들은 모두 전문병원에서 진폐증 판정을 받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공단 측은 "엑스레이 판독 결과가 의사마다 다를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성희직/광산진폐권익연대 상담소장 : (병원에서) 진폐 환자라고 소견서 써줘도 (공단에서) 아니라고 하는 건 결국 우리 다 죽이는 거 아니냐. 우리는 산업폐기물이 아니다.]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한 탄광노동자 출신 40여 명은 공단에 다시 심사해달라고 청구한 상태입니다.

[최인강/장성광업소 노조위원장 : 끊임없이 사람 목숨 바꿔가면서 이렇게 했던 게… 허무하게 이 지역과 함께 같이 이렇게 없어진다는 게 굉장히 아픈 일이죠.]

탄광 산업은 주변 하천에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4년 전 문을 닫은 광산 앞 냇가에 흰 가루들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바닥을 긁으면 부유물들이 떠오를 정도인데요.

광산에서 나온 알루미늄 가루입니다.

오염이 심각해서 물고기들도 살 수 없습니다.

탄광 시설물에 스며든 지하수가 새어나온 겁니다.

시민들이 다니는 등산로 옆으로는 붉은 물이 흐릅니다.

철 성분이 섞인 물입니다.

붉은 물길을 따라 올라와봤더니 30년 전에 폐쇄된 갱구에서 오염된 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관계기관이 이렇게 관리를 하고 있지만 희고 붉은 물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김춘녀 이기문/강원 태백시 상장동 : 골뱅이(다슬기)도 다 죽고 없어. 오염이 돼서. {폐수, 광산폐수 때문에…}]

탄광은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주변 하천은 여전히 멍들고 있고 광산노동자는 폐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삶의 터전을 쉽게 떠날 수 없는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작가 : 강은혜 /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이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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