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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병약미·하찮미만 10년" 정경호, '일타'로 얻은 깨달음

입력 2023-03-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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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 매니지먼트 오름 제공정경호, 매니지먼트 오름 제공
배우 정경호(39)가 일타 '로맨스킹'에 등극했다.


지난 5일 종영한 tvN 주말극 '일타 스캔들'에서 일타 강사 최치열로 활약한 그는 10살 연상의 선배 전도연과 환상의 로맨스 케미스트리를 자랑했고 안방극장을 핑크빛 무드로 물들였다. 최종회는 전도연(행선)과 정경호(치열)의 결혼 약속으로 로맨스 엔딩을 완성했다.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평균 19.8%, 최고 20.8%, 전국 기준 평균 17%, 최고 18%를 기록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또 한 번 경신한 것은 물론이고,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의 자리를 석권, 마지막까지 뜨거운 열기를 입증했다.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정경호는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에 섭식장애까지 있는 캐릭터였지만 그 캐릭터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고, 사랑에 빠졌을 땐 거침없는 직진 행보를 펼쳐 설렘을 선사했다. 최치열로 또 하나의 까칠 캐릭터계 계보를 쓴 그는 "(많은 사랑에) 너무 감사하다"라고 인사했다.

-종영 소감 및 결말에 대한 만족감은.

"촬영 시작할 때부터 2023년 첫 드라마라 따뜻한 기억으로 남길 바랐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끝까지 마무리가 잘 된 것 같다. 결혼을 약속하고 끝나는데 따뜻하게 잘 마친 것 같다."

-주변의 반응은.

"'일타 스캔들'을 시작하면서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받았다. 유별나게 많은 연락이 온 작품이었던 것 같다. 가족적인 느낌도 있고 달달한 로맨스의 시작도 있어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일타 강사와 반찬가게 사장의 로맨스가 신선했던 것 같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캐릭터들이 너무나 살아있음이 보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청률은 어느 정도 예상했나.

"이렇게까지 막 올라갈 것이란 예상은 못했다. 작품 시작 전에 다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택한다. 오랜만에 전도연 선배님의 밝은 연기를 기대했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보다 높은 시청률이라니 그저 감사하다."
정경호, 매니지먼트 오름 제공정경호, 매니지먼트 오름 제공

-이 작품을 하게 된 계기는.

"양희승 작가님 작품을 거의 다 찾아봤더라. 유제원 감독님도 '슬기로운 의사생활' 끝날 때쯤 인사하면서 알게 됐다. (조) 정석이 형, (김) 대명이 형과도 친해 너무 좋은 분이란 건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전도연 선배님과 같이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겐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전도연 선배님과 호흡을 맞추는데 어떻게 안 좋을 수가 있나. 선배님은 모르겠지만 난 늘 촬영날 투샷이 잡히면 모니터로 가서 돌려보고 그랬다. 뭉클했다.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과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7개월 동안 너무 좋았다."

-선배 전도연과 호흡 맞추며 배웠던 점이 있다면.

"20년 동안 연기 생활을 해오면서 빠른 변화에 맞춰 연기 생활을 해왔던 것 같다. 근데 우연히 선배님과 드라마를 찍게 되면서 느꼈던 점 중 하나가 변하지 않는 것들의 강점이 중요하단 것이다. 선배님이 농담 삼아서 '난 그럼 정체기인 거야' 그러는데 누구나 가슴속 기억되고 울림이 있는 웃음소리, 호흡 이런 것들이 큰 강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서 내가 10년 동안 예민하고 까칠하고 섭식장애에 에이즈 환자에 이런 역할들을 연속적으로 하다 보니 변화의 시기가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전작도 까칠하지만 따뜻한 의사 선생님이었고 이번에도 까칠한 캐릭터였다. 변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TV로 최치열을 보는 순간 이전과는 좀 다름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해왔던 시간들이었다는 생각도 들더라. 얼마나 단단해졌는지 알게 됐고 이것이 조금은 틀리지 않았고 그 안에서 변화가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했다. 그거에 맞게 선배님 역시 감정 변화가 있었겠구나 싶더라. 선배님과 함께하며 나의 지난 시간들이 나쁘지 않았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선배님의 연기엔 거짓말이 없었다. 진짜 행선이었다."

-작품 전후 제일 달랐던 부분은.

"난 평소 현장에 빨리 나가는 스타일이다. 30분 전에 나간다. 근데 선배님도 나 못지않게 빨리 나와서 현장을 즐기는 분이더라. 그리고 내가 정말 대본을 잘 외운다고 생각하고 이 부분에 자부심이 있는 편인데 선배님도 대본을 다 외워 오더라. 연기를 30년 이상 하면 편안하게 현장에서 할 줄 알았는데 늘 카메라가 어렵고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신기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정경호에 입덕했다는 반응이 많다.

"'1조 원의 남자', '일타' 직업적으로 최고지만 밥은 못 먹고 혼자 덩그러니 있는 모습이었다. 감독님과 작가님이랑 뭐가 더 인간적인 모습인지 고민하며 집중해 연기했다. '하찮미'를 첨가하면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대본에 나와 있는 부분에서 최대한 나스러움을 살렸던 것 같다. 근데 진짜 1회부터 4회까지 후시 녹음을 하러 갔는데 넘어지는 장면 밖에 없더라. 이렇게 하찮아도 되나 생각했는데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다."

-일타 강사란 직업적인 부분에 있어서 어떻게 준비했나.

"일타 강사의 일타란 뜻도 잘 몰랐고 이런 세계가 있는지도 몰랐다. 수학은 더더욱 0도 몰랐다. 수학 강사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 일타 강사 영상들을 계속 봤고 일타 강사 안가람 선생님의 수업도 듣고 수업 끝나면 얘기도 나누고 그랬다. 일단 수학이 뭔지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고 드라마에 나오는 공식 자체를 외우려고 했다. 외우는 것이야 어떻게든 외우는데 판서가 너무 어려웠다. 칠판을 사서 집에 달아놨다. 일 끝나면 집에 와서 판서 연습을 하곤 했다."
정경호, 매니지먼트 오름 제공정경호, 매니지먼트 오름 제공

-외형적 변화를 준 게 있나.

"변화를 줄 필요가 없더라.(웃음) 대본 첫 장에 '바싹 마른 몸'이라고 쓰여 있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김준한을 3년 했고, 연극으로 에이즈 환자 역을 한 뒤 최치열을 했다. 영화 '압구정'에서도 좀."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은 어땠나.

"일단 (오) 의식 씨랑 친구다. 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부터 친했다. 이번에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은 너무나 재밌었다. (신) 재하 씨도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같이 했고 그 이후 다시 만났다. 10살 차이 나는 동생인데 나이 차가 별로 안 느껴질 정도로 귀여운 막내다. 드라마를 보면서 선재 엄마 역할의 장영남 선배님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강직하고 우직하게 캐릭터를 만들어내더라. 그런 모습들을 끝까지 재밌게 연기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김) 선영 선배님도 너무나 잘하는 분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인물을 만들어서 보는 재미가 더 커졌던 것 같다."

-후배 배우들과의 호흡도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세대 차는 정말 못 느꼈다. 다만 노윤서 후배를 보면서 어쩜 저렇게 연기를 잘하지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세 번째 작품인데 어떻게 저렇게 다 알지, 나는 저 나이 때 몰랐는데'란 생각이 들더라. 앞으로가 정말 기대된다. 이채민 후배는 어떻게 태어나야 저런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지는지 진짜 신기했다."

-행선과의 로맨스 연기에 집중한 지점은.

"운명적인 만남에 대한 이끌림에 대해 잘 표현하려고 했다. 행선이네 가족에 스며드는 최치열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제일 중점에 뒀던 게 도시락을 먹고 눈물 흘릴 때였다. 어떤 감정일지 집중했다."

-로맨스가 아닌 쇠구슬 스토리가 너무 길어지면서 '쇠구슬 스캔들'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할 때 행선이랑 연애가 짧지 않나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 원래 연애는 하기 전까지가 재밌지 않나.(웃음) 11부까지 연애를 할까 말까 하다가 12부에 연애를 하고 지 실장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서 그게 15회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반찬가게 도시락 맛은 어땠나.

"조리팀이 너무 잘한다. 도시락 반찬가게 반찬들도 실제로 다 조리를 한 것이다. 반찬 진열도 하고. 그래서 촬영 끝나면 콩자반, 멸치조림 등을 싸 오고 그랬다. 너무 맛있게 먹었다."

-섬세한 포인트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비운의 '미씽나인' 모습도 많이 겹쳤다.

"다음 드라마에서 혹은 영화에서 병약한, 허약한 역할을 맡아도 조금은 나 스스로 변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드라마 '미씽나인' 서준오가 가진 아픔과 최치열의 아픔과 행복, 무게감은 좀 달랐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변화해 왔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경호, 매니지먼트 오름 제공정경호, 매니지먼트 오름 제공

-'이런 연기는 일타!' 자신 있는 역할이 있나.

"특별하게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인간다운 모습에 자신 있고 싶어 한다. 사실 뭐 지금도 재발견이란 얘길 듣는데 그저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20년 동안 쉬지 않고 한 작품 한 작품 열심히 해오고 있는데 '재발견'이란 소리를 들으면 지금도 기분이 좋다. 다른 모습을 또 많이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한다."

-여자 친구 최수영의 반응은.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나에 대해 잘 아니까 '그냥 오빠답네' 그런 소리만 했다. 실제로 그렇게 달달한 사랑꾼은 아니다. 일 얘기를 서로 잘 안 하는 편이다. 남들 얘기하는 건 하는데 서로에 대해선 좀 얘기를 안 하는 스타일이다. 상대방의 작품을 다 보는데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는 정도다."

-가족들의 반응은.

"가족끼리도 작품에 대해선 잘 얘기를 나누지 않는다. 아버지가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응원도 많이 해줬다. 유제원 감독님과 인연이 있어서 유별나게 재밌게 본 것 같다. 아빠와 외모가 정말 많이 닮았다. 곱슬인 머리나 눈이 쳐진 것도 그렇고. 난 좋은데 아빠가 싫어하는 것 같다."

-내년에 데뷔 20주년이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나.

"엊그제라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냥 작품 할 때 늘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후회를 최대한 안 남기려고 한다. 돌아간다고 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그걸 또 해야 한다고?'다. (웃음) 쉬지 않고 좋은 작품들을 해왔던 것 같다. 잘해왔고 뿌듯하다. 난 과거보다 무조건 현재다."

-작품 외적인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사람들 만나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 아니다. MBTI가 극 'I'라서 혼자 있으면 충전이 되는 편이다. 그리고 최근에 '일타 스캔들' 카메라 감독님한테 홀려서 흑백 카메라를 샀다. 요즘 사진 찍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제발 벌크업 대본이 들어오길 바란다. 갑작스럽게 되지는 않겠지만 일단 이번 영화까지 끝내고 개인적으로 쉼표를 가지고 싶다. 4월 말부터 쉬면서 많이 먹으려고 한다. 운동을 하루에 두 시간씩 할 계획이다. 그래봤자겠지만 나름 노력해 보겠다. 작품을 쉬지 않고 해 오니 다양한 역할을 맡으면서 정경호란 사람이 성장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한계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많고 단단해져 있는 상태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야지 다짜고짜 다양한 역할을 하면 제자리이지 않을까 싶다. 나이가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고 중간적인 위치인데, 지난 20년보다 지금의 시기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작품을 작업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있다면.

"좋은 동료들과의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 얼마 전에 (박) 성웅이 형이 인터뷰에서 '존재 자체가 사랑스러운 경호'라고 했다고 하더라. 진짜 그러고 싶다. 남들이 그렇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불리고 싶나.

"20대 때는 제 멋에 해왔던 것 같다. 전역하고 30대에 와서는 내가 좀 부진하면 이 일을 못하겠구나 생각이 들어 책임감 있게 연기를 해왔던 것 같다. 마흔이 되어서는 기대가 되는 사람으로, 배우로 기억이 되고 싶다. 아직 한참 멀지 않았나.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유제원 감독님과 다시 꼭 작품을 하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매니지먼트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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