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박상욱의 기후 1.5] 팬데믹 이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추이, 의외의 선방?

입력 2023-03-06 08:00 수정 2023-03-06 08:04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73)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73)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팬데믹,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모두 '예상치 못한' 사태였습니다. 일상을 비롯해 경제, 외교, 정책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온실가스도 마찬가지입니다. 2019년, 코로나19가 지구를 휩쓸고 2020년 전 세계 에너지 연소 및 산업공정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5% 이상 줄었습니다. 세계 경제가 휘청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09년 배출량은 전년 대비 1.3% 감소했죠.

 
[박상욱의 기후 1.5] 팬데믹 이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추이, 의외의 선방?
백분율로 나타냈을 때엔, 그 양이 그리 크지 않아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20년 배출량은 전년 대비 1.9Gt 줄어들었고, 2009년 배출량은 전년 대비 0.4Gt 줄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 역대 최고 기록은 2018년의 7억 2,700만톤입니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 연간 최대 배출량의 2.6배가 줄어들었고, 글로벌 금융위기로는 90년대 초반, 우리나라 연간 배출량이 통째로 줄어든 셈입니다.

문제는 위기 이후입니다. 배출량이 다시 원상복구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예 이전 수준을 상회할 만큼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두 차례의 오일쇼크, 테러와의 전쟁, 금융위기 등 온갖 위기를 겪어오면서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 그래프가 꾸준히 '우상향'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팬데믹 이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추이, 의외의 선방?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만 봐도 위기의 영향은 확연히 보입니다.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시절, 우리는 전에 없던 온실가스 배출의 감소폭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2년만에 IMF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죠.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던 시기, 한창 지속됐던 온실가스 증가세는 주춤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역대 최대 증가폭'이 기록됐죠. 그리고,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2018년 이후, 코로나19팬데믹이 찾아왔습니다. 2019, 2020년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습니다.

IEA는 〈2022 이산화탄소 배출〉 보고서를 통해 팬데믹 이후 전 세계 탄소 배출량 추이를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여러 부문 중에서도 에너지 관련 탄소 배출량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2022년의 반등 폭은 당초 우려와 달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 IEA의 판단이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팬데믹 이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추이, 의외의 선방?
에너지 연소와 산업 공정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0.3Gt 증가했습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석탄과 석유 연소로 인한 배출이 각각 0.3Gt 증가했고, 천연가스 연소로 인한 배출은 0.2Gt, 산업공정 과정에서의 배출은 0.1Gt 줄었습니다. 이처럼 어디서 늘고, 어디서 줄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2022년 에너지 연소 및 산업공정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321Mt 늘었습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북미에서 전년 대비 100Mt 늘었고, 중국 외 아시아 지역에서 229Mt 늘었습니다. 반면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도 불구하고 배출량이 줄어든 지역도 있었습니다. 유럽은 전년 대비 무려 138Mt 탄소 배출을 줄였습니다. 그리고 중국 역시 23Mt을 줄여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팬데믹 이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추이, 의외의 선방?
IEA는 “오일 및 가스 시장의 혼란,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다수 원전의 수명 종료 등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전년 대비 2.5% 감축을 보였다”며 “특히, 건물 부문에서의 감축이 눈에 띌 만큼 많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가스 공급에 차질을 겪으면서, 유럽은 당초 다른 화석연료 사용의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전력 부문 배출량 증가폭은 3.4%로, 석탄의 증가세는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것이 IEA의 설명입니다. 또한, 이 기간 EU에선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량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를 재생에너지로 극복해낸 겁니다.

탄소 배출량의 증감을 부른 개별 요인과 그 영향을 살펴보면, 새삼 에너지전환의 위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습니다. 이상 고온과 한파 등 온갖 극한 기상 조건이 펼쳐졌던 2022년, 날씨는 60Mt의 탄소 배출 증가를 불렀습니다. 다수 원전의 수명 종료 역시 55Mt의 배출 증가를 불렀다는 것이 IEA의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태양광발전은 230Mt, 풍력발전은 235Mt의 탄소 배출 감소를 끌어냈습니다.

IEA는 “천연가스 공급 문제로 다수 국가에서 가스 대신 석탄을 쓰는 일이 비일비재했음에도 재생에너지, 전기차, 히트펌프 등 녹색 기술을 통해 550Mt의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나름의 선방을 한 글로벌 탄소 배출량 추이를 단순히 '아직 산업 활동이 코로나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로만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상당한 규모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팬데믹 이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추이, 의외의 선방?
2022년이 '선방'으로 표현될 수 있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에너지 체질개선'을 이뤄냈기 때문입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에너지의 탄소 집약도는 점점 늘어났습니다. 비록, 똑같은 돈을 벌 때에 투입되는 에너지의 양은 전보다 줄어들었지만, 그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번 팬데믹 위기 이후, GDP의 에너지 집약도와 에너지의 탄소 집약도는 모두 내림세를 이어갔습니다. 2019년의 수준을 100이라고 했을 때, 2022년 GDP의 에너지 집약도는 96.48, 에너지의 탄소 집약도는 99.27로 낮아졌습니다. 결코 좋은 조건이 아니었습니다. 신종 감염병으로 모든 나라가 말 그대로 얼어붙었고, 예기치 못한 전쟁까지 나버린 상황. 에너지 측면에서 보자면,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효율은 전에 없던 수준으로 좋아졌을뿐더러, 그 에너지의 탈탄소 역시 이뤄낸 셈입니다. IEA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팬데믹의 복구 과정은 과거와 달리 훨씬 지속가능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팬데믹 이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추이, 의외의 선방?
'지속가능한 복구'가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엔 세계 각국의 투자가 있습니다. 위의 그림은 각국 정부의 에너지 분야 투자 규모를 네모의 크기로 나타낸 것입니다. 나라마다 투자 규모의 차이도, 투자하는 세부 분야의 종류도 다릅니다. 미국과 중국, 호주의 경우 에너지 분야 투자에서 저탄소 전력의 비중이 제일 큽니다. 이미 재생에너지 확대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분야 투자에 있어 '가격 적정성'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공해차 또는 무공해차 보급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중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등 저탄소 전력에만 투입되는 자금의 규모가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분야 투자 규모와 맞먹을 정도입니다.

IEA는 “2020년 4월부터 2022년 10월 사이, 각국 정부가 내놓은 경기 부양책을 통해 1조 2,150억 달러의 돈이 청정에너지 투자 지원에 투입됐다”며 “세계 각국이 포스트 코로나 경기 부양책으로 녹색 분야 투자를 꼽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탄소 배출량의 증가를 억제하는 데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팬데믹 이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추이, 의외의 선방?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넷 제로까진 갈 길이 멉니다. 2015년, 국제사회가 프랑스 파리에서 지구의 기온 상승폭을 제한하기로 뜻을 함께하기로 하면서 우리는 미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보다 강화한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하며 다시금 감축의 고삐를 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나온 우리의 '최신 감축목표'대로 온실가스를 줄인다 하더라도 2050년경 온실가스 배출량은 '0'과는 한참 먼 수준이죠.

세계가 이렇게 변해갈 때, 우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1990년과 2020년, 30년 사이 전 세계 GDP의 에너지 집약도는 7.4GJ에서4.7GJ로 급감했습니다. OECD 회원국 평균으론, 1,000달러를 벌기 위해 3.8GJ의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죠.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7.1GJ의 에너지를 투입해야 1,000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에너지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량이 많고, 가격이 비싼 에너지의 비중이 여전히 큽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팬데믹 이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추이, 의외의 선방?
석탄의 경우, 연료비가 저렴하다고 하지만 다량의 온실가스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물질을 뿜어내면서 그로 인한 부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원자력 역시 '재생에너지보다 저렴하다'는 주장과 함께 가성비를 장점으로 꼽는 이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연료비만 저렴하다는 겁니다. 그마저도 '연료비 0원'인 바람과 햇빛에 비교하긴 어렵지만요. 이때 주로 나오는 반박은 '연료비 뿐만 아니라 각종 비용을 포함했을 때, 재생에너지보다 발전원가가 저렴하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그 발전원가엔 1기당 수조원에 달하는 건설비용, 아직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리시설의 건설비용은 포함되어있지 않죠.

전기와 열은 우리가 사용하는 대표적인 에너지입니다. 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우린 온갖 방법을 동원해왔고, 이제는 그 방법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이 적거나 없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2020년 기준, 전기와 열을 얻기 위한 연료원의 비중을 살펴봤을 때,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회원국 평균 대비 화석연료의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팬데믹 이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추이, 의외의 선방?
'화석연료 말고 다른 방법으로 열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야?'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우리가 지금껏 열의 대부분을 화석연료에 의존해 얻어왔으니까요. 열 생산에 있어 우리나라의 화석연료 비중은 80%를 상회합니다. 그런데, OECD 회원국들에선 이미 20% 가량의 열을 바이오 연료를 통해 얻고 있습니다. 지열 역시 그 존재감이 상당할 정도죠.

전력 생산에 있어서도 글로벌 흐름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비단 OECD 회원국이라는 선진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녹색 전력'의 비중은 30%에 달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한 자릿수' 퍼센트에 불과하고요. 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에너지에 있어 대대적인 전환이 시급한 나라, 대한민국입니다. 그럼에도 그 전환에 가장 소극적이고도 느린 나라 역시 우리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경기 부양' 등의 키워드는 만국 공통입니다. 하지만 그 키워드에 따른 대응책에 있어 우리만 '다른 노선'을 택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서로 다른 갈림길에 들어선 지 얼마 안 된 지금은 그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갈림길 사이의 거리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팬데믹 이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추이, 의외의 선방?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