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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센트] "상담 중 이석 금지 경험" 39.7%…'콜센터' 여전히 열악한 이유

입력 2023-03-05 18:53 수정 2023-03-0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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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 노동자를 기리기 위해 1908년 만들어진 날인데요. 100년도 지난 지금, 여성 근로자가 대부분인 '콜센터'의 업무 환경은 어떨까요.

통계로 말하는 뉴스 '퍼센트'의 안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해 8월 한 카드사 콜센터 직원의 상담 통화 내용입니다.

반말과 욕설이 쏟아집니다.

[고객 : 미납된 게 아니고. 카드를 아예 못 쓰게 해놨더만.]

[콜센터 상담사 : 저희 쪽에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 심사요청하시면…]

[고객 : XX아, 이제 안 쓴다, 끊어. XXX들아, 아이 XXX아 진짜]

또 다른 상담사의 한 시간을 지켜봤습니다.

끊임없이 양해를 구하고,

[콜센터 상담사 : 고객센터에서 시원스럽게 답변해 드리지 못해서 다시 한번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상담이 끝난 뒤 다음 상담까지는 20초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정성을 다하는…]

이런 업무는 점심시간 한 시간을 제외하고 꼬박 8시간 이어졌지만, 급여는 연차가 쌓여도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김시현/콜센터 상담사 : (근무 이력이) 한 7년 정도 된 것 같아요. 220만원 정도 세전 소득으로 받았더라고요. 최저임금보다는 다소 높은 편이에요.]

실제로 콜센터 상담사의 평균 월급은 지난 2020년 기준 214만 원.

그마저도 여성 상담사는 205만 원에 그쳤습니다.

낮은 기본급에 콜수나 통화 품질과 같은 '성과'에 따라 급여가 달라집니다.

5년 전 이른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돼 욕설 등에 따른 휴게 시간을 보장받을 수는 있지만 실적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다보니 제대로 쉬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전화를 빨리 받지 못해 고객 '대기 시간'마저 늘어나면 응대는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시현/콜센터 상담사 : 고객 입장에서 많이 기다렸다가 통화가 연결되면 불만 부분을 바로 토로하시기 때문에…화장실 이용을 적게 하기 위해서 식사량을 줄인다거나 이런 부분이 있는 거죠.]

'콜센터 상담원' 관련해 저희가 주목한 퍼센트는 39.7%입니다.

2년 전 실시한 조사에서, 콜센터 상담사가 "상담 중 자리 이동하는 '이석' 금지를 경험했다"라고 답한 비율입니다.

그 밖에 "점심시간 제한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34.2% "화장실 사용 제한을 받았다"는 대답도 17.8%나 됐습니다.

이처럼 업무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상담사 가운데 75.6%는 여성이었고요.

그 가운데서도 경력단절 여성이 많았습니다.

[콜센터 상담사 : 경리도 했었고, 무역 업무도 했었지만 결혼하게 되면서 권고사직을 받게 된 거죠. 다른 일을 알아보긴 했지만, 결혼한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제한이 너무 많은 거예요.]

특히 하청 업체에 고용된 경우가 가장 많았고, 직접 고용은 25.1%에 그치다 보니,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권남표/노무사 (직장갑질119 활동가) : 노동조합에 가입하신 분들 비율은 한 줌도 안 될 거로 보입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겠다고 하면 그 하청사가 문을 닫거나 사라지는 경우들도 있어요.]

이들이 가장 원하는 건 바로 인간다운 대우, 이게 사실상 전부였습니다.

[콜센터 상담사 : 사회적으로도 좀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우지 못해서 너네가 하지, 이런 것도 모르면서 왜 앉아있냐' 막 이러고…저는 가만히 듣고 있어요, 그냥.]

(작가 : 최지혜 / 영상디자인 : 홍빛누리·강아람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백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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