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때린 것이 있으면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언어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철회된 정순신 변호사가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아들을 위해서 소송하는 과정에서 한 말입니다. 오늘(3일) 인물 360은 정 변호사가 검증을 통과해서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그 '맥락'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박병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박병현 기자, 정 변호사 이력을 보니까 검사 시절에 인권감독관을 했던 게 눈에 띄네요?
[기자]
맞습니다. 정순신 변호사는 2018년부터 2019년에 걸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을 맡았습니다.
검사들이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는지 감독을 하는 자리입니다.
인권 보호의 최전선입니다.
[앵커]
그런데 자기 아들을 위한 소송이, 피해 학생 입장에서는 인권 보호가 아니라 침해 아니었을까요?
[기자]
그래서 두 얼굴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더욱이 그 소송은 정 변호사가 이 인권감독관일 때 진행됐습니다.
극단 선택까지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피해학생에게는 다시 한번 고통을 준 셈입니다.
[앵커]
그런데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이 됐었던 건데, 그러니까 검증을 통과했다는 얘기인거죠?
[기자]
그래서 시민들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도 어떻게 그 자리에 앉힐 수 있냐는 겁니다.
하지만 인사권자가 있는 대통령실은 몰랐다, 추천했던 윤희근 경찰청장도 몰랐다, 검증 책임이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몰랐다고만 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정 변호사는 검증 과정에서는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까?
[기자]
사전검증질문지에는 소송 사건을 묻습니다.
정 변호사는 '아니요'라고 답했습니다.
본인 스스로 현재형으로 이해해서 아니라고 답했다는 겁니다.
아들 징계 소송에 이어 검증에서도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그런데 '말을 안 해서 몰랐다'라는 건 '자백을 안 해서 수사를 못 했다'라는 것과 같은 얘기 아닙니까?
[기자]
정 변호사에게 유리한 제도의 허점, 검증 책임을 회피할 때도 등장합니다.
한동훈 장관은 본인이 알리지 않으면 개인정보보호 문제 때문에 자녀 학폭을 알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미 언론 보도로 나온 바가 있잖아요.
[기자]
2018년에 이 사건이 이미 보도가 됐습니다.
이후 정 변호사인 검사 시절, 검사장 승진을 위한 법무부의 검증도 있었습니다.
특히 검사와 관련된 보도가 나오면 법무부와 대검이 관련 내용을 파악해 장관과 총장에게도 보고합니다.
그래서 승진이 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당시 법무부가 이 문제도 이미 고려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옵니다.
[앵커]
그러니까 몰랐다라는 걸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겠냐라는 거죠?
[기자]
그래서 검사 출신인 정 변호사를 바로 검사들이 검증을 하면서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등장하는 겁니다.
법무부에서 검증을 하는 인사정보관리단 중 세 명이 검사입니다.
그 위의 책임자인 한동훈 장관도 검사 출신입니다.
대통령실을 보면 인사기획관실의 인사기획관이 검찰 출신, 인사비서관은 검사 출신입니다.
인사권자인 윤석열 대통령도 검사 출신입니다.
수사할 때 들이댔던 날카로운 칼이 왜 유독 정 변호사 앞에서 무뎌졌는지 의문이 드는 겁니다.
[앵커]
그리고 한동훈 장관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정 변호사하고 같이 근무를 했던 적이 있죠.
[기자]
맞습니다. 정 변호사가 문제의 소송을 했을 때 또 인권감독관을 하던 시기에 한동훈 장관은 중앙지검 3차장 그 위에 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습니다.
명쾌한 설명이 없는 상황 속에서 또 법이 약자 보호가 아닌 강자를 위해 쓰였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허탈과 좌절 그리고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