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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사람이 곧 유산인데…막막한 무형문화재 전승

입력 2023-03-02 20:31 수정 2023-03-0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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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형문화유산은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기술을 가르칠 장인들이 점점 사라져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것도 있습니다. 오늘(2일) 밀착카메라는 우리 전통을 지켜가는 장인들에 대한 얘기입니다.

정재우 기자입니다.

[기자]

영롱한 조개 껍질을 옻칠로 붙이는 기술, 나전이라고 부릅니다.

40년 넘게 기술을 닦아 온 장철영 장인이 올해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을 받았는데요.

오늘 기술을 공개하는 첫 실연이 열립니다.

스승이 사망한 뒤 이른바 '끊음질 기법'은 명맥이 끊길 뻔했는데, 장철영 장인이 잇게 됐습니다.

[장철영/나전장 보유자 : 굴곡이 심한 데는 촘촘하게, 완만한 곳은 조금 간격이 넓게… 끊어서 붙인다 해서 끊음질이거든요.]

17살부터 학교 대신 공방을 찾으며 기술을 배웠습니다.

재료부터 도구까지 직접 만드는 것이 장인의 자부심입니다.

[장철영/나전장 보유자 : 자개의 빛나는 이것들이 나중에 국보급 작품이 될 거다, 그런 자부심이 있으니까 힘들지만 즐겁고 재밌어요.]

이 얇게 자른 전복 껍데기가 나전의 재료입니다.

수만 개의 조각을 잘라 작품을 만드는 데 길게는 2년까지도 걸립니다.

하지만 보유자가 되기까지 쉽지는 않았습니다.

[장철영/나전장 보유자 : 이수자로서 국가에서 지원받은 건 지원금이 전혀 없습니다. 0원입니다. 보유자 선생님들도 생활이 안 된다고 하는 그런 실정에 이수자는 더 안 그렇겠습니까.]

122가지 무형문화재 가운데 담뱃대를 만드는 백동연죽장 등 네 가지 개인 종목은 보유자가 없고, 69개 종목은 한 명의 보유자만이 기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벼루를 만드는 벼루장은 보유자가 사라지면서 무형문화재에서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4대를 이어 보유자가 된 윤종국 악기장도 처음엔 가업을 이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윤종국/악기장 보유자 : 어느 날 아버님이 그러시더라고. '북을 3대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4대를 만들어 가야 되는데 네가 좀 했으면 좋겠다' 이제 멘붕이 온 거지.]

소가죽으로 거대한 전통북을 만들기 위해서는 섬세한 손놀림과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북을 찾는 사람이 적어지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습니다.

[윤종국/악기장 보유자 : 저희 아버님은 예전에 소리를 쳐갖고 안 나면 여기를 칼로 찢었어요. 뜯어서 다른 데도 못 쓴다.]

조카와 아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일을 배우지만,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여전히 가장 큰 걱정입니다.

[윤종국/악기장 보유자 : 아버지한테 매달려서 배웠지만, 지금은 우리가 매달려서 배우라고 쫓아다녀야 돼. 커다란 영광이나 재산이나 이런 거 물려주지 않는 이상은 안 하려 그래요.]

전통문화를 지키고 이어가는 건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하지만 오롯이 장인 한 명에게만 너무 많은 짐을 지우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렇게 유산이 사라지고 난 뒤에는 영영 다시 찾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화면출처 : 국립무형유산원·경기무형문화재총연합회)
(작가 : 강은혜 / VJ : 황의연 / 영상디자인 : 강아람 / 인턴기자 : 박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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