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무런 무늬 없이 둥그스름한 이 하얀 도자기를 '달항아리'라고 합니다. 화려함을 좇는 시대, 이 평범한 항아리에서 오히려 위로를 받는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매력을, 이한길 기자가 소개해 드립니다.
[기자]
어두운 전시실 안에 보석처럼 빛나는 조선시대 백자들.
푸른색, 붉은색 화려한 채색 도자기 사이를 지나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무늬 없는 평범한 달항아리입니다.
조선시대 곡식이나 기름을 담던 이름 없는 그릇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약탈을 피했습니다.
꽉 찬 보름달을 닮았다는 뜻의 달항아리라는 이름 역시 해방 이후 김환기 화백이 처음 지었습니다.
큰 사발 두 개를 붙여서 만드는 탓에 굽다가 망가지는 경우도 많고, 모양도 조금씩 이지러지는데 이런 솔직함이 오히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넵니다.
[이준광/리움미술관 책임연구원 : 좌우대칭이 얼마나 잘돼 있냐가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설령 대칭이 조금 어긋나더라도 아주 넉넉한 관용의 마음으로 사용했습니다.]
BTS RM은 달항아리를 꼭 껴안은 사진을 올렸고, 빌 게이츠 역시 달항아리 그림 3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달항아리를 멍하니 바라보는 '달멍' 영상도 인기입니다.
이런 인기는 작품값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다음 달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오르는 이 18세기 달항아리는 추정가격이 최고 25억 원에 이릅니다.
(화면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영상그래픽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