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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깨끗한 거리 만드는 환경미화원…정작 노동 현실은

입력 2023-02-27 21:38 수정 2023-02-2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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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7일) 밀착카메라는 환경미화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담아왔습니다. 

깨끗한 거리 뒤에 가려져 있는 위태로운 모습들을 권민재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새벽 4시, 형광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음식물을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들입니다.

120리터짜리 음식물 수거 용기가 넘칠 정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제가 혼자서 이렇게 끌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아주 무거운데요.

이런 무거운 음식물 쓰레기들도 매일 새벽 이렇게 수거됩니다.

[A씨/환경미화원 : {하루에 몇 개 정도 통을 비우세요?} 400개에서 한 420개. 월요일 같은 경우는 거의 한 900개가 넘어가죠.]

평균 30kg에 달하는 음식물 쓰레기통을 하루에 300개 이상 비우면 한 명이 9톤 가까이 처리하는 겁니다.

어둠 속에서 위험한 상황도 자주 발생합니다.

[송정묵/민주노총 일반노조 창원위탁환경지회장 : 새벽 같은 경우는 음주 차들이 뒤에서 (박기도 하고) 급브레이크를 잡으면 승무원이 추락하는…]

환경부는 작업 도중 생기는 사고를 막기 위해 주간 작업을 원칙으로 했지만 지키기 어렵습니다.

[A씨/환경미화원 : 여기는 저희도 밝은 날 오고 싶죠. 낮에 오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지나갈 수가 없어요.]

[송정묵/민주노총 일반노조 창원위탁환경지회장 : 시에선 시장 때문에 (낮엔 길이 좁아져서) 새벽에 근무하라고 하니까. 주민들 불편하니까 빨리 수거해라.]

차량 뒤의 환경미화원들, 손잡이 하나와 두 뼘 남짓의 발판에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이동 중 발판에 매달리는 건 법으로 금지됐지만 정해진 시간에 일을 마치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B씨/환경미화원 : 만약에 발판을 사용 (안 하고) 걸어 다니면 마치는 시간이 곱하기 2입니다. 이거는 뭐 중노동입니다.]

발판에 올라서면 배기관에서 나오는 매연과 도로 위에 쌓인 먼지를 그대로 마시게 됩니다.

[B씨/환경미화원 : 집에 가면 맨날 '캑캑' 합니다. 이게 지금 사실은 마스크를 벗어보면 여기 틈새로 막 들어가거든요. 이쪽이 새카맣습니다.]

2020년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이 고용노동부의 의뢰로 조사해보니 환경미화원의 폐 기능 장애 발생률이 19.4%, 광산노동자보다 높습니다.

[송정묵/민주노총 일반노조 창원위탁환경지회장 : 창원 같은 경우는 근골격계 질환이나 폐암 검사를 한 적이 없습니다. 검사를 안 해봤으니까 잘 모르죠.]

[B씨/환경미화원 : 퇴직하고 나서도 계속 이게 (폐 질환이) 언제 발현이 될지 모르니까…]

휴식 시간 없이 일하다 보니 허리, 어깨 안 아픈 곳이 없습니다.

[이승호/환경미화원 : 차를 한 대 줄여서 음식물 하는 분들 업무가 너무 많이 늘어나서 작업 끝나면 허리 통증이 심해서 이런 파스 많이 들고 다녀요.]

공터에 있는 이 컨테이너가 유일한 휴게실입니다.

세월이 묻어나는 낡은 환풍구는 선이 끊어져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지 오래입니다.

창문이 있지만 빛은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고요.

의자와 탁자는 폐기물 수거하면서 가져온 것들이라고 합니다.

추운 겨울 날씨에 기댈 곳은 낡은 난로뿐입니다.

환경미화원은 사회 필수업종이지만 75%가 민간 위탁해 운영 중입니다.

밤거리에 놓여 있는 이 쓰레기 더미들은 환경미화원의 손을 거쳐 말끔하게 사라집니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이들의 일터에서 지켜지고 있는지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겁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황의연 / 인턴기자 :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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