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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힘 있는 할머니의 언어…'그래, 안 돼, 됐어, 몰라, 어떡해' (심윤경 소설가)|상클 라이프

입력 2023-02-20 09:03 수정 2023-02-2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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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상암동 클라스'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상암동 클라스 / 진행 : 이가혁·김하은


[앵커]

'상클 라이프' 매주 월요일에는 최고의 교육 전문가를 상암동으로 초대합니다. 오늘(20일)의 주제부터 만나보겠습니다. < 짧지만 힘 있는 할머니의 육아 언어 > 요새 워낙 많은 육아정보가 온라인에 유통되잖아요. 그런데 이 키워드만 딱 보니까 뭔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일 것 같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눌 분 모셔볼 텐데요. 할머니의 육아법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에세이로 옮긴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의 저자 소설사 심윤경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심윤경/소설가 : 안녕하세요.]

[앵커]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이 책이 온라인에 찾아보니까 잘 팔리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제목을 보면 어린 시절에 참 할머니와 애틋하게 아름답게 보내셨겠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작가님의 할머니는 어떤 분이셨나요?

[심윤경/소설가 : 저희 할머니는 굉장히 온화하고 차분하고 따뜻한 분이셨어요. 사진에 보이는 저 모습이 저희 할머니를 그대로 보여주는 저 표정. 손녀를 바라보는 저 담담하면서도 편안한 표정. 저 모습이 저희 할머니를 그냥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앵커]

작가님이 할머님을 닮은 것 같아요.

[심윤경/소설가 : 닮았습니까?]

[앵커]

그런데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라는 책이 육아를 알려주는, 육아의 비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닌데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의 공감을 많이 얻고 있습니다.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되신 거예요?

[심윤경/소설가 : 저도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벌써 30년이 되었기 때문에 늘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제가 살지는 않죠. 그런데 제가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아이를 낳아서 키우면서 일단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헷갈리고 이렇게 내 뜻은 좋은 뜻으로 이렇게 했는데 아이는 굉장히 다르게 받아들이고 그런 일들이 여러 번 일어나면서 특히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이건 뭐지? 내가 뭘 완전히 잘못하고 있나 그런 혼란에 빠지게 되었을 때 그때 할머니를 생각하게 되었고 할머니가 나에게 해 주셨던 것들, 말과 행동이 뭔가 중요하고 소중한 아주 효과적인 의미들을 담고 있었다라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됐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뒤늦게 나중에서야 깨닫게 된 그 비법들 책 속에 담겨 있을 텐데요. 첫 번째 키워드로 먼저 만나보겠습니다. 키워드 보여주세요. < 할머니의 다섯 단어 > 이 다섯 단어 어떤 단어예요?

[심윤경/소설가 : 저희 할머니는 정말 말이 없는 분이었기 때문에 무슨 말을 많이 하지를 않으셨어요. 정말 할머니 침묵 그 자체다라고 생각을 해서 할머니가 했던 말, 한 평생 하셨던 말씀을 다 받아적기를 해도 A4 용지 몇 장 안 넘어갈 것 같아요.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반복적이고 일관적으로 쓰셨던 다섯 단어를 열 글자. 제 느낌에는 열 글자인데 이게 사투리다 보니까 글씨로 쓰면 열두 글자가 되더라고요. 그 다섯 단어가 '그려, 안 뒤야, 뒤얐어, 몰러, 워쩌.']

[앵커]

'그려, 그려, 안 뒤야, 뒤얐어, 몰러, 워쩌.' 지역이 어느 지역이세요?

[심윤경/소설가 : 충청도인데.]

[앵커

그려 이렇게 해야 되는 건가요? 좀 천천히. 그러니까요. 그런데 이 다섯 단어가 요새 흔히 말하는 자녀가 어떤 말을 했을때 리액션을 잘해 줘야 된다, 이런 육아비법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러면 이 말들이 지금 중요하다라고 생각하신. 그러니까 지금 이거 꼭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여기신 그 까닭은 뭔가요.

[심윤경/소설가 : 제가 사춘기가 된 아이를 키우면서 제 나름대로 굉장히 잘하고 있다는 소통이 온갖 부작용과 꽉 막힘에 부딪혔어요. 제가 막 저는 나름 작가니까 말을 잘한다고 생각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다 안 좋은 반응이 돌아오고 오히려 오해, 불만족을 낳았는데 그때 이제 내가 말을 좀 줄여야겠다라고 생각했고 저도 모르게 제가 어린 시절에 많이 들었던 그 말들로 천천히 돌아가게 된 거죠. 그러면서 할머니의 정말 정겨운 충청북도 사투리를 하면서 저에게도 약간의 평화가 찾아왔고 뜻밖에 제 아이에게도 굉장히 좋은 반응이 오더라고요. 이게 꼬이구나 뒤틀린 반응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전달되는구나, 내 마음이 전해진다라는 경험을 했습니다.]

[앵커]

그래서 그런 말들이 이제 와서 좀 더 새롭게 더 느껴졌다고 하는데 그럼 그래, 안 돼 이건 '예스' or '노'인가요? 어떻게 해석하나요.

[심윤경/소설가 : 그렇죠. 그대로입니다. 그려, 안 돼. 그것도 굉장히 단순한데 저희 할머니의 좋은 점은 그게 그때그때 바뀌는 일이 없었어요. 굉장히 분명하게 되는 건 되고 안 되는 건 안 된다. 그런데 그 비율이 그려 쪽이 훨씬 많았습니다. 한 8:2 정도였을 것 같아요, 된다와 안 된다가. 그래서 할머니는 그냥 뭐 할래 그럼 그려 그러고 안 뒤야 하실 때는 약간 놀라는 장면이었어요, 그게. '그런 일을 한다고? 안 돼' 그런 느낌. 그러니까 많은 허용과 약간의 금지. 그런데 그것이 그때그때 바뀌지 않고 늘 일관되었다.]

[앵커]

일관되고 정확했군요. 명확하게 많은 허용과 또. 조금의 반대, 금지. 그러면 '뒤얐어'는요? '뒤얐어' 이게 됐어죠?

[심윤경/소설가 : 됐어, 됐어. 그런데 할머니가 이제 안 뒤야 하셨는데 제가 그 말 다 듣지 않잖아요. 안 된다고 분명히 했는데 해야지 하고 뭔가를 저질러서 안 좋은 결과가 오잖아요. 그러면 제가 이제 큰일 났다, 할머니가 분명히 안 된다고 했는데 내가 이래버렸네 하고 꽉 얼음이 되어 있을 때 해 주신 말씀이 뒤얐어입니다. 관용이에요. 그래, 알았다, 괜찮아.]

[앵커]

설령 네가 내 말을 안 들었어도 뭘 저질렀어도 그래, 됐어, 괜찮아. 그래, 이미 저질러진 일인데.]

[심윤경/소설가 : 비난하지 않으셨어요.]

[앵커]

그렇군요. 벌써 따뜻한 느낌이 드는데. 따뜻해요. 그럼 '몰러'는요?

[심윤경/소설가 : 몰러, 몰러. 그 말씀도 참 자주 하셨는데요. 제가 이제 어린이 책이라든지 잡지 같은 걸 보고 '할머니, 할머니, 코끼리는 어디서 사는지 알아?' 그런 간단한 질문부터 그냥 뭐 이거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할머니는 상당히 많은 확률로 몰러라고 답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흔한 말이죠. 모른다, 나는 모른다라는 말이. 그런데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되어보니까 제일 하기 힘든 말이 저에게는 몰라더라고요. 뭔가 아이한테 제가 알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만 같은 이상한 쫓김이 저의 내면에 있어서 저는 할머니의 다섯 가지 말씀 중에 몰라가 제일 하기가 제일 힘들었어요.]

[앵커]

왜냐하면 요새 맘카페 가면 아이가 이런이런 거 물어보는데 어디서 구할 수 있죠? 다급함의 어떤 질문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데 몰라라고 해도 되는 거군요.

[심윤경/소설가 : 네, 될 뿐만 아니라 제가 놀랐던 것은 제가 몰라, 엄마 몰라라고 대답했을 때 아이가 좋아해요. 그것을 당황스러워하고 왜 엄마가 몰라라고 비난하지 않고 '아, 엄마 몰라? 그럴 줄 알았어.' 편안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러니까 모른다라고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던 것이 사실은 제가 약해 보이기 싫어서 뭔가 아이에게 권위를, 부모는 권위를 가져야 한다는 마음에 그랬던 것 같은데 모르는 걸 모른다고 얘기하는 것은 전혀 관계의 손상이나 권위의 저하를 가져오지 않더라고요.]

[앵커]

다섯 번째 단어 '워쩌'는요?

[심윤경/소설가 : 워쩌는 또 정말 많이 듣고 자란 말인데 어떡하니, 아이고, 어떡하니에 해당하는 말씀이에요. 그러니까 공감의 말이죠. 제가 뭔가 잘못되고 뭔가 낙심해 있을 적에 할머니가 워쩌 그렇게 말씀을 해 주시는데 그게 어떤 문제의 해결이 전혀 되지 않거든요. 그냥 저는 제가 빠진 상황에 그대로 있을 뿐인데도 그 말씀 하나만으로 제가 굉장히 힘을 얻었어요, 정말. 그 마음만으로도 그냥 저의 이만하던 고민과 걱정이 이렇게 좀 작아지면서 '그래, 하는 수 없지. 이렇게 해 봐야겠다, 알았어 할머니.' 그렇게 마음이 정돈이 되더라고요.]

[앵커]

워쩌. 그리고 뭔가 나를 염려해 주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너무 따뜻해요. 공감과 위로의 말이 거창한 말이 필요한 게 아니군요. 그냥 할머니처럼.

[심윤경/소설가 : 그렇게 간단한 말로 충분히 다 전달이 됐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요새 양희은 씨가 예전에 그러라 그래 이거 있잖아요. 약간 그런 것처럼 현대인들한테 어쩌면 많은 글과 무슨 막 지식과 논문과 이런 것보다 그냥 할머니의 그 말이 어떤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는 것 같고 육아에도 새로운 빛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시간이 짧을 줄 알고 또 오늘 월요일 본방송 끝나면 바로 유튜브로 작가님과 만나볼 겁니다. 작가님, 아이는 부모의 빈틈에서 자란다는 설명을 해 주실 건데요. 그것까지 2교시 때 함께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방송 끝나고 날씨 듣고 심윤경 작가님과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작가님. 고맙습니다.]

[심윤경/소설가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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