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꼭 20년 전 오늘 대구 지하철 화재로 192명이 숨졌습니다. '그 때 지하철만 못 타게 했더라면…' 이런 자책을 하며 부모들은 오랜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오늘(18일) 20주기 추모식엔 세월호와 다른 참사 유족들도 함께해 위로를 전했는데요.
이 길을 조소희 기자가 동행했습니다.
[기자]
꾸벅꾸벅 졸려도 악보를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9년 전 세월호 참사에서 아이를 잃은 여성입니다.
비슷한 사연을 가진 엄마 20여 명이 안산에서 버스를 타고 대구로 향합니다.
[김연실/세월호 희생자 정차웅 군 어머니 : 만나는 것 자체가 벅찰 것 같긴 해요.]
세월호 엄마들이 만든 416 합창단.
대구 지하철 참사 유족이 만든 218 합창단과 추모 공연을 함께 합니다.
한 때 위로 받았던 고마움 때문입니다.
[김연실/세월호 희생자 정차웅 군 어머니 : 팽목항에서 (참사가) 났을 때 먼저 찾아오셔서 많은 조언을 해주신 것도 그분들이세요.]
상황은 달라도 아픈 마음은 같습니다.
[배시우/대구 2·18 합창단 : 그 마음속에서는 볼 수 있으니까…울컥해서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아픔과 그리움이 끝나지 않는 것도, 피해자라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는 것도 똑같습니다.
추모식장 앞에 '나가라'는 현수막이 붙고 항의가 쏟아집니다.
[주변 상인 : 왜 여기서 합니까. 당신들이 여기 와서 하는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유족들은 익숙하고 덤덤합니다.
[김정강/대구지하철참사 유족 : 여기 들어오지도 못했어요. 밀가루하고 계란하고 막 집어던지고…]
[조미선/세월호 4·16 합창단원 : 아주 크게 세월호 유가족을 체포하라(는 현수막이 있는 거예요) 그걸 잘라버렸어요. 그쪽 사람들이 머리채를 잡아서 끌고 가는 거예요.]
오전 9시 58분 20년 전 그날 울렸던 것처럼 화재 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추모식이 시작됩니다.
추모객들은 고개를 숙이고 백발 할머니는 눈물을 닦습니다.
헌화하는 순간에도, 어디선가 추모식을 방해하는 경음악이 들립니다.
그래도 평안을 기도하는 마음을 방해하지는 못합니다.
[최순화/세월호 희생자 이창현 군 어머니 : 피해자가 뛰는 만큼만 움직임이 있다는 것, 어느 참사나 똑같은 것 같아요.]
우연히 그 곳에 있었을 뿐인 희생자들.
유족들은 그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VJ : 박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