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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데려왔던 고양이 싹 다 내쫓는다…마라도에 무슨 일이?

입력 2023-02-16 18:35 수정 2023-02-1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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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안에 있는 모든 동물 한 종을 싹 다 잡는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그런데 실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에서 곧 벌어질 고양이 포획 작전 얘기입니다.

마라도에 사는 모든 고양이를 다 잡아서 내보낼 계획입니다. [관련기사/ 르포 /데려왔던 고양이 싹 다 내쫓는다…마라도에 무슨 일이?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14566)

제주도와 문화재청 결정인데 이유가 있습니다. 고양이가 마라도를 찾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공격한다는 겁니다.

여러 가지 고민 지점이 생기는 결정입니다. 단순히 전국 고양이 집사들의 공분 때문만은 아닙니다. 고양이가 철새를 공격한다는 근거가 명확한지, 개체 수 조절 등 다른 방법은 없느냐 같은 단순한 물음부터, 과연 한 지역의 특정 동물 종을 인간이 다 없애는 게 옳은 일인지 같은 철학적인 물음까지 한꺼번에 뒤엉킵니다.

특히 마라도에 고양이가 처음 살게 된 건 10년 전 쥐를 잡기 위해 인간이 데려왔다는 점도 생각해볼 지점입니다. 섬에 외래종이 들어오게 된 과정, 그리고 이후에 인간이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국내 첫 사례입니다.

당사자인 고양이들은 모르는 사이, 그들 삶과 운명이 바뀔 결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세계자연유산의 입지 흔들린다' 는 제주도·문화재청

문화재청과 제주도청은 “제주도와 부속 섬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멸종위기종인 '뿔쇠오리'를 지키는 게 1번”이라고 말합니다. 보호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수의인문사회학실 정예찬 연구원은 좀 다른 얘기를 합니다. “고양이와 마라도 주민들이 쌓은 유대 관계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마라도 고양이 가운데 일부는 집고양이가 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주민들이 키우는 길고양이들도 있습니다. 고양이도 마라도의 일부인 겁니다.

■'새 잡는 고양이'…개체 수 조절은 안 될까

마라도 고양이가 새를 공격한다는 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2004년부터 마라도 새를 살펴온 강창완 한국조류학회 제주도지회장은 “폐사한 새 흔적을 보면 고양이에게 공격당한 게 맞다”고 확신합니다. 강 지회장은 “한 자리에서 22마리 새 사체가 발견된 적도 있다. 사냥한 뒤 버리는 고양이의 특징이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현재 마라도 안에 고양이가 너무 많다”고 지적합니다. 실제 마라도 주민 숫자는 90여 명. 고양이 숫자는 110여 마리입니다. 면적 0.3㎢ 작은 섬 안에 빼곡이 영역 동물 고양이가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지난 2년 간 마라도 내 철새가 고양이에게 공격받았다고 추정되는 모습. 출처=jtbc 뉴스룸 화면 캡쳐지난 2년 간 마라도 내 철새가 고양이에게 공격받았다고 추정되는 모습. 출처=jtbc 뉴스룸 화면 캡쳐

그러면 다 잡을 게 아니라 숫자를 줄이는 절충안을 찾을 수는 없냐는 물음도 나옵니다. 일부 주민은 실제 그런 노력을 해왔습니다. 주민 김정희 씨, 지금까지 고양이 80여 마리를 중성화했습니다. 김 씨 “뿔쇠오리는 항상 날아왔는데 문화재청과 지자체는 그동안 왜 아무 노력도 안 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개체수를 조절하고 입양을 주선해왔으면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안 왔을 거란 얘깁니다.

정작 고양이가 섬에서 없어지면 이번에는 쥐가 철새를 공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조류학자 서울대 최창용 교수는 “철새를 보호하고, 쥐를 없애고, 고양이도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말합니다. 개체 수를 유지하고 생태계 모니터링을 꼼꼼히 하자는 겁니다.

■ '세분화해 접근'한 해외 사례도 있다

앞서 설명한대로 마라도 고양이는 10년 전 인간이 들여왔습니다. 그 전까지는 고양이가 없던 곳입니다. 나라 전체가 섬인 뉴질랜드에서도 비슷한 고민과 연구가 있었습니다. 200여 년 전 이주민을 따라 고양이가 들어왔습니다. 고양이가 토착 동물을 공격하면서 '고양이 관리 백서'를 만들었습니다. 고양이를 사회화 기준으로 5유형으로 나눴습니다. 입양이 가능한 고양이는 사람이 키우고, 야생에 가까운 개체는 해당 지역에서 분리 시킵니다.

뉴질랜드 국가 고양이관리 전략 리포트, 서울대학교 수의인문사회학실 제공. 섬나라인 뉴질랜드는 내부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할 때 메뉴얼을 정립해 활용한다.뉴질랜드 국가 고양이관리 전략 리포트, 서울대학교 수의인문사회학실 제공. 섬나라인 뉴질랜드는 내부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할 때 메뉴얼을 정립해 활용한다.

서울대 정예찬 연구원은 “마라도 고양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뭉뚱그릴 게 아니라 실내에서만 지내는 고양이, 야생 교양이, 자기 영역을 가진 고양이로 세분화해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새가 사는 지역 근처에도 가지 않는 고양이까지 일괄 포획하는 건 사리에 맞지않다는 겁니다.

■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생명에 대한 존중

이런 인간의 논의에서 빠져있지만 고양이 입장도 한번은 생각해야 합니다. 어느 날 붙잡혀서 한번도 보지 못한 환경에 놓일 마라도 고양이들. 영역 동물이라 새 환경으로 내보내는 건 사실상 죽음으로 내모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섬에 들어올 때도 영문을 모르고 왔던 고양이는 다시 사람 필요 때문에 나가야 합니다.

문화재청과 제주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 논의는 내일(17일) 제주에서 다시 열립니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반출 방안과 개체 수 등을 논의합니다. 사람과 고양이, 그리고 철새까지 모두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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