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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딥] 지옥이 된 '신종 펫숍'…제도도 관리 감독도 '전혀' 없다

입력 2023-02-14 08:30 수정 2023-02-14 08:34

개 사체와 배설물로 뒤덮인 '신종 펫숍' 그곳에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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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사체와 배설물로 뒤덮인 '신종 펫숍' 그곳에선 무슨 일이?!

아무도 관리하지 않고,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낯선 사람이 들어오자 개들은 짖었습니다.

발 딛는 곳마다 배설물이 가득했고 기물은 부서져 있습니다.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듯 물을 주자 허겁지겁 마십니다.

마당을 돌아보자 구석엔 백골이 드러난 개 사체가 보입니다.

자연히 부패한 게 아니라 한쪽이 뜯겨져 나갔습니다.

[굶주려서 이 사체를, 이 반을 뜯어 먹은 거예요.]

약한 아이들이 먼저 폐사했고 나머지는 살기 위해 그걸 먹었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개와 고양이가 뒤섞여 있습니다.

물을 떠다 주자 한꺼번에 몰려듭니다.

이 좁은 공간에 얼마나 오랜 시간 몰려있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배설물과 쓰레기가 뒤섞였고 먹을 걸 준 흔적은 없습니다.

유기 동물 보호소나 개농장 모습이 아닌 경기도 광주의 한 '펫숍' 상황입니다.

파양된 동물을 돈을 받은 뒤 보호해주다 재입양 보낸다는 곳입니다.

[김용환/동물구조단체 리버스 대표: 심각하게 영양실조에 걸린 모습과 온 피부가 분변에 이렇게 다 뒤집혀 피부병도 있었고 털 엉킴도 심했고.]

업주는 반려동물을 키울 여력이 안 되는 보호자에게 100만원 정도 되는 돈을 받았습니다.

잘 보호해주다가 좋은 곳으로 입양 보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추가 비용도 있었습니다.

아이가 아프다며 치료비 등 명목으로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받아냈습니다.

[피해자 A씨: 입소비를 90만원을 냈거든요. 그 뒤로 그 사장이라는 사람이 입양을 잘 보냈다고 했는데 파양이 됐는데 아픈 상태로 왔다고. 장폐색으로 왔다고 하면서 수술을 급하게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키우던 동물을 내보내야 하는 보호자들의 죄책감을 이용한 겁니다.

이 업주, 그러다 갑자기 잠적했습니다.

펫숍 월세와 공과금도 밀린 상태였습니다.

[건물주: 독촉하니까 준다고 미루고 미루고 하다가 결국은 도망간 거지. 가면서까지 물도 틀어놓고 보일러도 틀어놨더라고.]

보호자들은 이제, 반려동물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피해자 B씨: 24시간 보호를 할 거고 입양처가 나타나면 제가 보호자이기 때문에 저한테 허락을 맡고 입양처랑 주인을 만나서 얘기를 한다고 했거든요. 아기는 아예 행방을 모르는 상태예요.]

취재진은 사라진 업주 김 모 씨를 추적해봤습니다.

김 씨가 운영하는 다른 가게에 가봤습니다.

김 씨는 없었고 돈을 빌려줬다 못 받은 다른 피해자만 만났습니다.

[피해자: 저도 찾아요. 저희도 돈을 빌려줬으니까. 아, 이거 잡아야 해요, 진짜.]

지자체는 신고를 받고 나서야 현상을 파악했습니다.

아무런 신고나 허가를 받지 않고 외진 곳에서 운영했고 온라인으로만 광고해왔기 때문입니다.

[경기 광주시 관계자: 저희는 전혀 모르고 있었죠, 그런 게 있는 거 자체를. (동물) 판매업 등록을 하셔야 해요. 여기는 아무것도 안 하신 거죠.]

전국에 이런 신종 '입양 대행 펫숍'이 몇 곳인지, 얼마나 많은 동물이 머물고 있는지 등을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서국화/동물권연구보호단체PNR 변호사: 이런 유사보호소 혹은 (신종) 펫숍 같은 경우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규정 자체가 없는 상태입니다. 전국적인 조사가 좀 필요할 것 같고….]

피해자들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동물을 무책임하게 버리기는 싫었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시키는 보호소로 보낼 생각도 없었습니다.

[채일택/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 돈을 들여서라도 어쨌든 내가 못 키우지만 다른 사람이 입양해 갈 수 있도록 뭔가 조치를 취하는 거잖아요. 이분들의 선한 마음 아니면 책임감을 이용한 영업의 형태가 되는 거죠.]

최소한 삶을 지켜주고 싶었던 보호자들은 역설적으로 더 지옥 같은 곳으로 반려동물을 내몰게 됐습니다.

반려 인구는 1천5백만 명.

한 통계에 따르면 이 가운데 22% 정도가 양육을 포기했거나 파양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신중하게 동물을 입양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돌보고 관리해야 할지 고민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화면제공: 동물구조단체 리버스, 영상취재: 이주현, 제작: 강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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