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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하나둘 닫혀가는 '세상과의 통로'…위기의 버스터미널

입력 2023-02-13 20:54 수정 2023-02-13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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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방 소도시의 버스터미널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버스터미널이 세상과의 유일한 창구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김제 원평 공용터미널입니다.

터미널답게 식료품점과 식당이 있지만 문을 닫은 지 오래돼 보입니다.

식당에서 버리고 간 듯한 냉장고는 누렇게 빛을 발했고 탁자엔 먼지만 쌓여 있습니다.

민간 사업자가 25년간 운영하다 2년 전 문을 닫았지만, 김제시가 월세 100만 원을 내고 정류장으로 유지 중입니다.

[문송자/전북 김제시 금산면 : {추운데 항상 이렇게 기다리세요?} 이제 짐이 없으면 걸어가면 한 시간 걸리는데 짐 때문에 못 걸어가니까…]

정읍에 사는 여든한 살 최훈진 할머니는 터미널에서 6.5km 떨어진 집 앞까지 가는 버스를 놓쳤습니다.

20분 정도 기다려 옆 마을로 가는 버스를 탑니다.

[최훈진/전북 정읍시 감곡면 : 기침 나오고 머리 아파서 병원 갔다 왔어. {아까 추운 터미널에서 20분 기다리신 거 같은데…} 기다려야지 어떡해. 택시 부르면 6천원 줘야 하니까.]

경북 봉화의 춘양버스터미널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지난해 말 문을 닫았고, 200m 떨어진 곳에 임시정류장이 생겼지만 할머니들에겐 천리길입니다.

[문옥분/경북 봉화군 재산면 : 시장 봐가지고 보따리 갖고 오려고 하면 죽을 지경이지.]

[김숙자/경북 봉화군 명호면 : 오늘 장날이니까 장도 보고 물리치료를 한다고 왔는데 한 30분 걸어서 가서 치료하고 나오니까 시장도 하나도 못 보겠고…]

전북 남원은 버스터미널 5곳 중 3곳이 폐업했습니다.

남원에서 가장 먼저 문을 닫은 곳은 뱀사골 터미널입니다.

이천 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0분에 한 대씩 버스가 왔던 이 터미널, 여기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강명선/뱀사골터미널 식당 운영 : 옛날에 대합실이 쉼터였잖아, 쉼터. 근데 지금은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화장실만 사용하고 있어.]

불편이 계속되자 지자체가 나선 곳도 있습니다.

전북 임실군은 2020년 계속된 적자에 문을 닫은 터미널을 사들여 운영 중입니다.

[최만순/전북 임실군 삼계면 : {세 분 다 오늘 처음 보신 사이세요?} 이렇게 앉아 있으면 서로 대화해요. {어디 갔다 오시는 길이세요?} 미장원. {어째 머리를 했대?} 그러게 말이야.]

[이점례/전북 임실군 지사면 : 오늘은 치과에도 가고 병원에도 가고 하려고 왔더니 치과에서 3시 넘어서 오라고 해서 앉아 있는 거야.]

지난 3년간, 전국 버스터미널 314곳 가운데 18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존폐 기로에 선 곳도 많습니다.

[전북 남원시청 관계자 : 저희가 재정자립도가 낮다 보니까 이걸 공영으로 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중앙정부 측에서도 재정 지원 방안을…]

오가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수익이 나지 않는 시골 터미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저출산과 초고령 사회, 그로 인한 마을 소멸 때문입니다.

하지만 버스터미널은 마을과 마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이 작은 통로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지키는 출발점 아닐까요.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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