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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센트] '베트남전 학살' 또 다른 배상 소송? "사실상 0%"

입력 2023-02-12 19:23 수정 2023-02-1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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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통계로 말하는 뉴스, 퍼센트 시간입니다. 얼마 전, 베트남전 당시 학살된 민간인 피해자에게 우리 정부가 3천만 백 원을 배상하란 1심 판결이 나왔죠. 역사적인 판결이란 해석과 함께, 또 다른 배상 청구 소송이 이어질 거란 관측이 나왔지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 이유와 의미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 중엔 동명이인이 있습니다.

먼저 왼쪽 응우옌티탄씨는 1968년 2월 꽝남성 '하미 마을'에서 한국군이 던진 수류탄에 온 가족을 잃고 자신도 크게 다쳐 한쪽 청력도 잃었습니다.

[응우옌티탄/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 (하미 마을) : 엄마가 저와 제 동생을 자기 배로 덮어줬습니다. 그때 한국군이 동시에 두 개의 수류탄을 던졌습니다. 온 방공호에 살점이 흩어지고 피가 그득했습니다. 다 죽고 살아남은 사람은 (저와) 제 사촌 동생과 다리가 잘린 남동생이었습니다.]

그날 학살된 주민은 135명입니다.

오른쪽 응우예티탄 씨는 같은 해 퐁니 마을에서 한국군들이 쏜 총칼에 맞아 눈앞에서 어머니와 언니, 남동생이 살해됐습니다.

두 사람 가운데 지난 7일 우리 법원으로부터 한국 정부가 3천만 100원을 배상하란 1심 판결을 받은 사람이 바로 오른쪽 응우예티탄 씨입니다.

배상액이 3천만 100원인 건, 피해 정도가 아닌 원고가 판결문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금액을 청구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원고는 단 한 명뿐.

또 다른 응우옌티탄 씨를 포함해 다른 피해자들은 증거가 남지 않아 이름을 함께 올리기도, 앞으로 소송도 쉽지 않습니다.

[이선경/주심 변호사 (응우옌티탄 씨 대리인) : 많이 돌아가셨고요. 퐁니 마을의 경우엔 정말 기적처럼 사건 발생 당시에 그 옆을 지나가던 미군들이 그걸 보고 현장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은…]

피해자 대부분은 진정한 사과를 원했습니다.

[응우옌티탄/베트남 민간인 학살 생존자 (하미 마을) : 보상은 일부에 불과한 것입니다. (제가 바라는 건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는 겁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청와대 국민청원을 내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주목한 퍼센트는 바로 0.01%입니다.

한 시민 단체가 나서 파악한 학살 규모는 베트남 5개 성 지역에서 80여 건으로 학살된 민간인은 최소 9,000명입니다.

[구수정/한·베평화재단 이사 : '보잔'이라고 하는 것은 베트남어로 무명이라는 뜻이에요. 갓 태어나서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아기들이 죽어간 게 학살이었다.]

희생자 9,000명에 청원을 냈던 피해자 103명을 다 더해도 우리 정부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 0.01% 수준인 겁니다.

피해자들이 민간인이 아니었단 주장도 있지만, 두 명의 응우옌티탄 씨가 있었던 두 마을만 보더라도 희생자 209명 가운데 20~51세까지 남성은 1.4%로 단 3명뿐, 10세 이하 아이가 40%, 전체 희생자의 70%가 여성이었습니다.

베트남 희생자를 기리는 '피에타상'의 모형입니다.

그 옆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소녀상이 있습니다.

이번 판결이 우리가 일본과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퍼센트의 안지현이었습니다.

(영상디자인 : 황수비·유정배 / 취재지원 : 최지혜·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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