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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딥] '역대급' 노정관계,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요

입력 2023-02-11 09:00 수정 2023-02-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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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랑 생방송 공개토론 같은 것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허심탄회하게.”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공개 토론'을 제안했습니다. 지난 8일 기자 간담회에선데요. 대통령이 응할 가능성은 별로 없겠지만, 이런 말 나온 배경은 살펴볼 만합니다.


■ '노(勞)' 없는 노동개혁

노동계에선 최근 정책 추진 과정에서 번번이 '패싱' 당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52시간 유연화' 정책이죠. 일이 몰릴 때, 더 몰아서 일할 수 있게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걸 만든 건 민간 연구회, 즉 교수님들인데요. 그 연구회는 정부가 스스로 만든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노동계에선 “이미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 당사자 의견은 반영이 안 됐다”며 반발했죠. '임금체계' 바꾸는 논의하자고 만든 상생임금위원회에도 노동계는 빠졌습니다.

노정 대화의 공식 틀은, 물론 있습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통령 직속 기구고요. “신뢰·협조를 바탕으로 정책 협의”하고 “사회 통합을 도모”한다고 법에도 나와 있죠.

하지만 경·사·노에서 '노(勞)'가 빠진 모양샙니다.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들어갈 생각이 없고요, 참여해온 한국노총도 “무시당하고 있다”며 반발합니다.

경사노위는 며칠 전 '노사관계' 문제 풀어보겠다며 자문단을 만들었는데요, 여기서 노동자단체는 또 배제됐습니다.

김문수 현 위원장은 임명 때부터 부적절 인사란 지적과 노동계 반발이 컸습니다.

“태극기 부대만이 대한민국을 적화통일로부터 막을 수 있다”(2020년 1월), “민주노총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기쁨조”(2017년 9월) 등 과거 발언부터 논란이 됐죠.


■ 갈 데까지 간 '노정관계'

지난해 여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그리고 겨울에는 화물차 기사들이 장기간 파업했습니다. 20년 일해도 받는 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또 과로와 과속·과적이 일상인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외쳤죠.

그러나 '중재자'로서 정부의 역할은 부족했습니다. 대신 법과 원칙을 들어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습니다.

하청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노동자'로 인정도 안 했고요. 결국 유의미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와의 전쟁'도 선언합니다.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의 하나”(지난해 12월 21일, 윤석열 대통령)

최근 노조를 대상으로 한 수사도 본격화했죠. 노정 대화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말까지 나왔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모든 투쟁을 반(反) 윤석열 투쟁으로 하겠다”(2월 8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노동계로선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도 보입니다. 반면, 정부·여당으로선 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이 지지율을 올려줬다는 현실적 셈법도 있죠.

현안은 쌓여 있습니다. 근로시간 제도개편, 임금체계 개편, 노사 관행 개선, 무엇보다 중요한 산업재해 감축까지… 정부가 올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한 게 한둘이 아닙니다.

그런데 대화가 없습니다. “노조 부패 척결”과 “ 반(反) 윤석열 투쟁”이 평행선만 달립니다. 지금으로선 노정이 대화로 문제를 풀 가능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논의하고, 신뢰를 쌓아가지 않으면 1년 뒤에도 이런 얘기 또 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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