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붉은 지붕들이 나란히 선 소박한 주택가였습니다. 그런데, 불과 나흘 뒤에는 마을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듯이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보시면 이 한쪽에서만 열 채가 넘는 건물이 무너져내린 걸 볼 수 있습니다. 또 시청 건물 옆에 딸린 널따란 공터는, 순식간에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텐트촌으로 변했습니다. 규모 7.8의 강진이 휩쓸고 간 튀르키예 남동부 도시 가지안테프의 위성사진입니다. 하늘에서 본 시리아 북부도 처참한 모습입니다. 건물들은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렸고, 잘게 부서진 잔해만 쌓여있습니다.
저희 JTBC는 오늘(8일)부터 튀르키예에서 참사 현장을 직접 전해드리겠습니다. 한국 언론 처음으로 튀르키예 동남부 도시 샨르우르파에 도착한 백민경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백민경 기자, 몇 시간 전에 거기 도착한걸로 아는데, 일단 거기가 어딘지부터 좀 설명을 해 주시죠?
[기자]
지금 여기는 튀르키예 남동부에 있는 샨르우르파시입니다.
시리아 국경에 가까이 있는데, 인구 56만 명의 크지는 않은 도시입니다.
여기서 차로 2시간 정도 가면, 이번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가지안테프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더 가면 바로 지진의 진앙지가 있습니다.
크지 않은 도시에 부상자만 3000명 가까이 되고, 어제 127명이었던 사망자 숫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샨르우르파는 튀르키예 국민들에게 아브라함의 고향이자 성지로 여겨지는 곳인데, 충격에 빠진 주민들이 구조 현장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뒤에 보면 구조대도 보이고 건물도 무너진 걸로 보이는데, 심각한 상황인 것 같은데 지금 어떻습니까?
[기자]
지금 현장 상황은 건물 잔해를 들어올리기 위해서 먼지도 굉장히 많이 나는 상황이고, 제가 앵커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분주합니다.
뒤로 보이는 곳은 지금 5층 건물 2동이 무너져내린 곳입니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처참했는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장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약 25명 정도를 구조했는데 사망자도 13명가량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오전 약 6시간 전쯤에 어린 여자아이가 생존한 채로 구조가 되면서, 구조작업에 계속 박차가 붙고 있습니다.
제가 도착한 이후에 구조작업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모두 조용히 해 달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생존자 반응을 듣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앵커]
지금 다 같이 조용히 하고 그 실종자의 소리를 듣는 듯한 모습을 같이 보셨는데, 상황이 어려워도 꼭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할 수 있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구조작업을 하고는 있지만 그런데 진척 속도가 좀 더디다면서요?
[기자]
갑자기 멈추면서 생존자 소리가 들리면 응답하세요, 이런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런 사고에서 골든타임을 72시간 정도로 보고 있는데요.
24시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기 지금 강한 여진이 계속해서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이어지고 있었고, 눈까지 내리는 추운 날씨이기 때문에 구조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사망자가 벌써 만 명을 넘어가고 있고, 또 일부 언론에서는 사망자가 수만 명에 이를 것이다, 이런 추정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지금 백 기자가 있는 곳이 피해가 가장 큰 지역에서 제일 가까운 곳인데, 거기까지 가는 길도 순탄치가 않았을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계속 길이 끊기기도 하고, 항공편도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공항도 절반 이상 문을 닫은 상황이고, 어렵게 표를 구해도 절반 이상이 또 결항이 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저희가 이쪽으로 오는 항공편에서 여러 현지인들을 만나봤는데, 가족들이 걱정돼서 만사를 제쳐두고 돌아간다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차량 이동도 굉장히 힘든데요.
주유소에 기름이 동이 나서 움직일 수 없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튀르키예는 지금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한 상황입니다.
곳곳에서 국민들이 일손을 놓고 현지 중계 장면을 바라보면서, 애타게 1명이라도 생존자가 늘어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탄 택시에서도 실종자들과 또 사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은데, 기도음을 틀어도 되겠느냐 이런 부탁도 들었습니다.
[앵커]
꼭 구조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라겠고, 백민경 기자도 안전하게 취재해 주기를 바라겠습니다. 백민경 기자가 전해 드렸습니다.
(영상디자인 : 신하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