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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심' 얻은 김기현…질긴 구애에 '학폭 2차 가해' 비판도

입력 2023-02-0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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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기현 의원과 친윤계가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서 구애의 손길을 뻗쳤죠. 학교 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 같다는 비판도 있었는데요. 김 의원은 삼고초려 끝에 결국 나경원 전 의원의 마음을 얻은 분위기입니다. 오늘(7일) 나 전 의원과 만났는데, 사실상 나 전 의원이 김 의원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관련 소식을 '줌 인'에서 정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17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나경원 전 의원을 공개 비판하는 일이 있었죠. 당권 도전을 고심하던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당하자 밝혔던 입장이 빌미였는데요.

[나경원/전 의원 (지난달 17일) :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께 제가 당대표의 덕목도 국민의 마음을 잘 전달해야 되는 것처럼 그런 면에서 다소 정보가 왜곡되거나 그런 경우가 왕왕 있지 않나…]

"대통령 본의가 아닌 것으로 안다"는 나 전 의원의 발언, 윤심을 중시하는 초선 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나 전 의원이 "출마 명분을 위해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고, 동료들을 간신으로 매도했다"면서 집단 성명을 냈는데요. 친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초선 의원들 행동에 암묵적인 동의를 나타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지난달 19일) : {특정 계파 배제하지 않으신다고 하셨는데, 초선의원 성명서 내신 거 보고 공천 앞두고 줄서기 정치라는 비판 나오고 있거든요. 이건 어떻게 보고 계신 건지 궁금합니다.} 초선의원들 중에 상당수가 아마 나경원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저는 이해를 하고 있고요. 줄서기 정치 이런 것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사이 우디르급 태세 전환을 선보였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나경원 포섭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다 같이 기억을 삭제하는 '뉴럴라이저'를 맞기라도 한 걸까요?

김 의원은 지난 3일 나 전 의원의 서울 용산구 자택을 찾아 협력을 요청했죠. 지난 5일엔 가족여행을 떠난 나 전 의원을 만나러 강릉 원정에 나섰는데요. 나경원 비판 성명에 이름을 올린 일부 초선 의원들도 함께였습니다. '병 주고 약 주고'일까요? 이들은 나 전 의원에게 사과와 위로의 뜻을 표했다고 하는데요.

[문병호/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어르고, 때리고, 병 주고, 약 준다.} 네, 그리고 일종의 스토킹입니다, 스토킹.]

초선 의원들의 구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인 어제도 나 전 의원을 만나 '초선 연판장' 사태에 대해 다시 한번 양해를 구했습니다.

[박성민/국민의힘 의원 (어제) : 우리 나경원 전 대표님께서 당대표 불출마 선언을 하시고 두문불출하시는 모습이 저희들이 너무 마음이 아팠고, 또 당이 너무 엄중한 시기에 또 대표님께서 좀 나오셔서 여러 가지 고민도 좀 같이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그런 의미로 찾아뵀습니다. 그래서 우리 나 전 대표님 힘내시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리러 왔습니다.]

이걸로도 상처받은 나 전 의원의 마음을 달래기는 부족하다고 봤나 봅니다. '김장연대'에서 장을 맡고 있는 원조 윤핵관 장제원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장제원/국민의힘 의원 (어제) :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이런 과정들이 분열이 아니라, 하나가 될 수 있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고요.]

불과 20일 전 나 전 의원에게 '반윤 우두머리'란 딱지를 붙였던 장 의원, 돌연 나 전 의원이 '진윤'이었음을 깨달은 걸까요? 뒤늦게나마 나 전 의원에게 세레나데를 띄웠는데요.

[장제원/국민의힘 의원 (2023년 2월 6일) : 저도 지난 10년간 함께 했던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해서 어떤 여러 감정이 좀 얽혀서 마음이 좀 불편하고 그랬어요. 지난 시간 동안 패스트트랙 국면에 있어서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막기 위해서 최전방에서 투쟁했던 기억도 나고요. 우리의 공동 목표인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함께 손잡고 갔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기현 의원과 친윤계가 나 전 의원에게 손을 내미는 이유, 심상치 않은 여론 때문인데요.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김기현·안철수 가상 양자 대결 조사에서 결과가 오차범위 내에서 뒤바뀌기도 했었죠. 나 전 의원의 지지층 상당수를 안 의원이 흡수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는데요.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압박에 따른 역풍 때문이란 게 중론이었습니다.

다만 이런 친윤계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곱지만은 않습니다. "학교 폭력 가해자가 우르르 몰려와서 너 때문에 우리 이력에 금 가게 생겼으니 없던 걸로 하자"는 행태란 비판도 있죠. 전형적인 2차 가해라는 겁니다.

비윤계 역시 학폭 프레임으로 김 의원을 공격했는데요.

[천하람/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YTN '뉴스Q' / 어제) : 이게 예전에 학교폭력방지 캠페인 같은 건데, 멈춰! 이렇게 하는 건데 약간 별로 이게 효과가 없어 보여가지고 놀림감이 돼서 '밈화' 된 상황인데, 그래서 저는 김기현 후보와 찾아간 초선의원분들에게 일단 좀 멈춰라… 그게 나경원 전 의원을 존중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는 2차 가해, 3차 가해라고 봅니다.]

친이준석계 당권 주자인 천하람 후보, 김 의원이 조급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나 전 의원과 손잡는다고 나 전 의원을 지지하는 표심이 함께 움직이는 건 아니라고 꼬집었는데요.

[천하람/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나경원 전 의원이 손을 잡아준다고 하더라도 나경원 전 의원 지지했던 분들이 다 갈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지지율이 좀 흔들리고 이러다 보니까 너무 조급하신 것 같은데…]

김 의원 입장에선 서두를 법도 합니다.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도 나 전 의원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안철수/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KBS '일요진단 라이브' / 지난 5일) : (나 전 의원이) '어느 정도 좀 생각하고, 마음 정리할 시간을 달라' 그래서 저는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경원 의원께서 이제 생각 정리가 되신다면 그때 또 만나 뵙고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것이죠. (김기현 의원은) '약속을 하고 갔었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안 의원은 '윤안 연대'란 표현으로 윤심의 눈 밖에 난 상황입니다.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지속되면 '당심 100%'로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악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지 않는 한 지지율이 언제 빠질지도 모를 일인데요. 나 전 의원과의 연대는 위기 탈출을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겠죠. 안 의원 측은 김 의원과 친윤계에게 견제구를 던졌는데요.

[김영우/안철수 캠프 선대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반윤 우두머리라고 낙인찍어가지고 연판장 돌리면서 못 나오게 했잖아요. 집단적으로 이지메를 해놓고 가서 위로하는 거, 저는 뭐가 좀 어색해 보이고, 저로서는 조금 부자연스러워요.]

안철수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 나 전 의원에게 인간적인 위로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안 의원은 비록 가해자가 아니지만 공동 책임을 느낀다고도 했는데요.

[김영우/안철수 캠프 선대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저희는 사실 불출마 선언과 동시에 이제 연락을 드렸었는데 '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말씀을 하셔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적으로 우리를 도와달라, 지지 호소하는 게 참 좀 어렵네요. {아니, 안 의원은 안 그러셨잖아요. 그러면 가서 도와달라 하셔서 찾아가서 만나실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나경원 전 의원이 이렇게 된 거에 대해서 우리 당이 책임이 있잖아요. 당만큼은 유연했어야 되는데, 그래서 저는 우리가 다 같은 죄를 졌다고 솔직히 생각을 해요.]

뜻밖의 쟁탈전으로 몸값이 오른 나 전 의원, 캐스팅보트를 어디에 행사할지 사뭇 궁금했는데요. '대통령실과의 갈등'이란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안 의원의 손 들어줄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있었죠. 하지만 나 전 의원의 이 말에 힌트가 있었습니다.

[나경원/전 의원 (지난달 16일) : 저는 사실은 죽었다 깨도 반윤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반윤은 될 수 없다던 나 전 의원, 결국 오늘 김기현 의원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김기현/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 우리 나경원 대표님과 함께 더 많은 의견을 나누고 나 대표님의 자문을 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나 대표님이 우리 당에 대한 애정,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앞으로도 같이 공조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나경원/전 의원 : 많은 인식을 같이 공유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국정운영이 성공되고 총선 승리를 위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역할을 하겠다, 이렇게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나 전 의원이 김 의원을 택한 이유, 갑을이 바뀐 상황 속에서 김 의원이 보다 절박하게 삼고초려를 해왔기 때문일까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드라마 속 한 장면으로 갈음하겠습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 : 태세전환 시도는 좋았는데 너무 일렀고 섣불었어. 납작 기고, 빌어도 보고 협박도 해봤으니까 다음 레퍼토리 해봐. (나 이제부터 죽을 때까지 네 편이야 동은아. 뭐부터 하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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