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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줄도 안 뗀 아기를 숲속에…봉지에 넣어 유기한 20대 친모

입력 2023-01-26 20:07 수정 2023-01-2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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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의 한 숲에서 탯줄도 떼지 않은 아기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아기는 편의점 비닐 봉지에 담겨 있었습니다. 친모가 잡혔는데, 키울 마음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상엽 기자]

해질녘 구급차가 빠르게 달립니다.

5분 만에 다다른 곳은 한 둘레길입니다.

먼저 도착한 경찰이 소방에 뭔가를 건넵니다.

탯줄도 떼지 않은 갓난아기입니다.

[정민수/동광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탯줄 상태로 확인했을 때 태어난 지 3일에서 일주일 정도 추정한다고. 태어난 다음에 바로 유기된 것이 아닌가.]

당시 고성의 기온은 영하 1도, 눈이 성인 무릎 높이까지 쌓여 있었습니다.

아기는 인적이 드문 곳인 이곳 대나무숲에서 발견됐습니다.

당시 한파주의보가 내려질 만큼 추운 날씨였습니다.

아기를 감싸고 있던 건 배냇저고리, 그리고 편의점 비닐봉지가 전부였습니다.

[이수민/동광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아이의 얼굴에 선홍빛이 돌았고 손발이 굉장히 차가워서 저체온증을 의심하고…]

경찰은 아기를 구조한 다음날 경기 안산에서 20대 친모 A씨를 붙잡았습니다.

A씨가 친구들과 강릉에 놀러갔다 출산한 뒤, 아기를 버린 겁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 남자친구의 아기로, 처음부터 키울 마음이 없었다"고 진술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영아유기와 살인미수 혐의로 A씨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기가 발견된 곳은 인적이 드문 길에서도 30미터 이상 더 숲으로 들어간 곳이었습니다.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근처를 지나던 관광객부터 경찰, 구급대원까지 혹시나 늦을까 온 숲을 다 뒤져 간신히 찾았습니다.

계속해서 조해언 기자입니다.

[조해언 기자]

아기가 발견된 장소는 당시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정민수/동광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눈이 많이 왔었고 해가 지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아기가 발견될 수 있었던 것도 기적이었던 것 같고.]

기적을 만든 건 서울에서 고성을 찾은 한 관광객이었습니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들리는데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어 우선 경찰에 신고부터 했다고 합니다.

아기가 계속 울어주길 바랐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신고자 : 아기가 정말 크게 울었는데 점점 목소리가 잦아들면서 목소리 끝이 갈라져서…]

구조에 나선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아기를 찾던 그때, 다행히 경찰이 아기를 찾았습니다.

[신고자 : 아기 찾았다고 그 소리에 우리가 다 주저앉아서 엉엉 울고. 목도리 다 풀고 있었어요. 아기 주려고…]

발견 당시 아기의 체온은 섭씨 34도로 저체온증 상태였습니다.

경찰로부터 아기를 건네받은 구급대원들은 우선 체온을 올리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정민수/동광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산소포화도가 굉장히 낮았고 저체온증으로 약간 경기를 하는…]

따뜻한 식염수팩을 핫팩 삼아 아기의 몸에 대고, 구급대원들이 아기를 체온으로 감싸자 금세 온기를 되찾았습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영아 유기는 140건.

최근 10년간 한 해 평균 190명의 아기가 버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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