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쉬어가는 타이밍일까. 다시 높아진 오스카의 벽이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The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AMPAS)가 24일(현지시간) 제95회 아카데미시상식 최종 후보를 발표한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한국 영화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은 국제장편영화상을 포함해 전 부문 후보 지명이 불발 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소 놀라움을 자아낸 결과인 듯 후보 발표 직후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헤어질 결심'의 영문 제목 'Decision To Leave'가 오르기도 했고, 버라이어티 등 외신 역시 "박찬욱 감독과 '헤어질 결심'을 무시한 결과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로써 '기생충(봉준호 감독)'의 4관왕 기적과 '미나리(정이삭 감독)'의 선전으로 배우 윤여정에게 돌아갔던 여우조연상의 기쁨을 올해는 잠시 접어두게 됐다. 특별한 시상자 초청이 없다면 매해 국내 로컬 시상식처럼 가깝게 느껴졌던 아카데미는 다시금 남의 나라 잔치로만 보일 전망이다.
한국 영화를 대표해 올해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출품작으로 선정 된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인 국내 신작으로, 지난해 5월 75회 칸국제영화상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시작부터 글로벌 주목도를 높였다.
이후 북미 개봉과 함께 골든글로브시상식, 크리틱스초이스어워즈 최종 후보 노미네이트 등 오스카 캠페인에서도 선전을 펼쳤지만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후보군에 '헤어질 결심'의 자리는 없었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독일) '아르헨티나, 1985'(아르헨티나) '클로즈'(벨기에) 'EO'(폴란드) '더 콰이어트 걸'(아일랜드) 5편이 오스카를 놓고 경합 한다.
아카데미와는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됐지만, 내달 19일 열리는 영국 아카데미시상식(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BAFTA)에서는 감독상과 비영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유럽에서는 또 한 번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헤어질 결심'은 변사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멜로 스릴러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 개봉해 189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한편 올해 아카데미시상식 최다 후보 지명작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대니얼 콴·대니얼 쉐이너트 감독)'다. 작품·감독·각본·여우주연·여우조연(2명)·남우조연·편집·음악·주제가·의상까지 무려 10개 부문 11개 후보로 꼽혔다. '이니셰린의 밴시(마틴 맥도나 감독)'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드바르트 베르거 감독)'가 9개 부문 후보로 뒤를 잇는다.
최우수작품상 후보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아바타:물의 길' '이니셰린의 밴시' '엘비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더 파벨만스' '타르' '탑건:매버릭'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 '우먼 토킹' 등 총 10편이 선정됐다.
남우주연상은 '엘비스' 오스틴 버틀러, '이니셰린의 밴시' 콜린 파렐, '더 웨일' 브렌던 프레이저, '리빙' 빌 나이, '애프터썬' 폴 메스칼, 여우주연상은 '타르' 케이트 블란쳇, '더 파벨만스' 미셸 윌리엄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양자경, '블론드' 아나 데 아르마스, '투 레슬리' 앤드리아 라이즈버러가 오스카에 도전한다.
파격과 이변의 결과가 속출할지 3월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최종 주인공이 발표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