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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를 입혀드립니다"…노숙인들이 희망 품는 '옷방' 가보니

입력 2023-01-23 20:15 수정 2023-01-2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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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추울 때, 바깥에 있다면 가장 필요한 건 두텁고 따뜻한 옷입니다. 특히 주로 바깥에 있는 노숙인들은 더 그렇죠. 이런 노숙인들에게 겨울 옷을 나눠주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옷방인데요.

함민정 기자가 옷방의 일일 직원으로 온기를 나눴습니다.

[기자]

이른 아침, 영하의 날씨에 서울역 파출소 맞은편 건물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듭니다.

46제곱미터 남짓 공간에 두꺼운 겨울 외투와 상의, 바지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습니다 일일 직원이 되어 손님들을 만나봤습니다.

[A씨: (오 색깔 예쁜데요?)응응. (사이즈가 어떻게 되세요 바지는?) 사이즈는 몰라요. 저는 거의 고무줄 있는 바지를 입거든요. (클까요?) 이건 아닌데…]

고심 끝에 꽃무늬 모양의 두꺼운 바지를 골라듭니다.

추위 탓에 인기가 많은 건 외투입니다.

[김광호/우리옷방 직원 : 첫번째로 점퍼 많이 찾습니다. 그 다음에 상의 하의…]

2012년 문을 연 이 옷방은 단체나 개인으로부터 옷을 기부받아 노숙인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습니다.

[B씨: (여기 오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5~6년 된 것 같아. 중고품인데 디자인이 맞는 게 많아요. (옷방이 어떤 존재?) 없으면 안 되죠. 무조건 필요한데지. 길거리 나와 있는 사람들한테는 꼭 필요해요.]

한때는 연간 2000명 가까이 옷방을 찾았지만 노숙인 수가 줄며 찾는 이도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지난해만 2만 건의 옷을 나눴습니다.

[C씨: (얼마만에 오신 거예요?) 상하의는 일주일에 한번씩. (이용해보시니 어떠세요?)감사하죠.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옷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찾은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곳에서 나눔을 하고 있는 강성운 씨.

옷방의 단골 노숙인이었습니다.

[강성운 / 우리옷방 직원 : 저는 IMF터지고 명퇴 당하고부터 거리생활을 했죠. (이곳에서 일하시는 소감이 어떠세요?) 나도 일거리가 있다는 자부심. 그런거죠]

이 옷 한 벌이 누군가에겐 기나긴 겨울을 이겨낼 소중한 물품일지도 모릅니다.

추운 겨울 거리는 꽁꽁 얼어붙었지만 이곳 옷방은 우리 사회에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유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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