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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전통이냐 학대냐…'청도 소싸움'을 바라보는 시선들

입력 2023-01-23 20:49 수정 2023-01-23 21:23

청도 소싸움, 전국서 유일하게 소에 '베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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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소싸움, 전국서 유일하게 소에 '베팅' 가능


[앵커]

소싸움은 우리 민속 문화의 하나로 꼽힙니다. 다만,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소싸움도 동물 학대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전통과 학대의 갈림길에 서있는 현장을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이른 아침부터 소들을 태운 온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입소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이원근/싸움소 주인 : 경남 합천서 왔어요. 새벽에 5시 반 돼서 출발했습니다. 작년에 진주대회 3위 한 소라서…]

1년을 기다린 주인의 마음이 더 떨립니다.

[최선을 다해야지 소한테. 십전대보탕 같은 것도 주고.]

경기 당일, 추운 날씨에도 설 연휴를 맞아 어른, 아이까지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강진철/부산 다대동 : 원래 캠핑장을 다니는데 청도에. 가는 길에 여기 들른 거예요. 한번 보자고. 저도 처음이에요.]

경기가 시작되고, 1톤에 육박하는 소들이 충돌합니다.

힘과 힘이 맞서고 사력을 다한 소들이 지치며 이내 승부가 납니다.

[권만수/대구 도원동 : 뿔로 받히고 싸우고 기술 쓰고 하는 게 되게 멋있어요.]

그런데 이곳 청도 소싸움이 인기를 끄는 이유, 또 있습니다.

전국 소싸움 경기 중 유일하게 승패에 돈을 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람객들은 경기 시작 전, 이렇게 우권을 살 수 있습니다.

이길 것 같은 소에게 최대 10만원까지 돈을 걸 수 있는 건데요.

하루에 12경기가 진행되다보니 최대 120만원까지 배팅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돈을 걸 수 있으니 유혹도 큽니다.

[나도 소싸움에 돈을 많이 잃었다고. 몇억을 빼야 해. 10년째 소싸움 하러 왔는데 중독이야. 중독.]

경기가 끝나고, 덩치 큰 소에게도 상처가 남습니다.

[박시현/대구 대신동 : 예전에도 봤는데 그때 소가 막 피가 나고 이러니까 속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동물보호법에 따라 도박과 오락 등의 목적으로 동물이 다치도록 하면 학대로 봐 처벌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싸움은 민속 경기라 예외입니다.

4대째 가업으로 싸움소를 기르고 있는 하욱재 씨.

민속문화인 소싸움을 어떻게 보존할지 연구합니다.

[하욱재/싸움소 주인 : 20년 전만 해도 소를 기르는 분들이 2천여 농가가 넘었거든요. (지금은) 500여 가구 정도 남았더라고요. 결국엔 소멸될 수도 있겠구나…]

최근엔 학대 논란이 고민입니다.

[하욱재/싸움소 주인 : 우려스러운 부분들은 분명히 저도 공감을 하거든요. 소가 다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뿔 끝 두께를 10밀리로 규정을 둔다든지…]

하지만 시각차가 분명합니다.

[허은주/수의사 : 경기장은 엄청난 소음과 꽹과리 소리, 사람들의 박수 소리… (소가) 굉장히 흥분하고 공포감을 갖고 있거든요.]

싸움을 붙이는 건 소의 본성에 반한다는 겁니다.

[강진영/동물권단체 '케어' 활동가 : (소들은) 끊임없이 경기하다가 다치기도 하고 경기가 끝난 후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요.]

주최 측도 학대 논란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김준범/청도공영사업공사 실장 : 동물학대 부분에 있어서 싸움소의 복지에 대한 부분을 저희가 대책을 많이 강구하고 있습니다.]

민속문화일까, 혹은 동물학대일까.

의견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소들을 서로 싸우게 하고 승패에 돈을 거는 사람들,

과연 어디까지가 전통문화일지 고민해봐야 할 겁니다  밀착카메라 권민재입니다.

(작가 :강은혜 /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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