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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기상이변, 나라마다? 나라 안에서도 천차만별!

입력 2023-01-23 08:00 수정 2023-01-27 10:52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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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67)

[박상욱의 기후 1.5] 기상이변, 나라마다? 나라 안에서도 천차만별!
같은 겨울이라 할지라도 12월과 1월이, 1월 초와 1월 중순이 너무도 다른 모습입니다. 지난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으며 곳곳에 폭설이 내렸던 것이 무색하게 1월 초, 곳곳의 기온은 크게 올랐습니다.

연말부터 이어졌던 한파특보는 1월 6일부터 열흘 동안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사이 동면에 들어갔던 누룩뱀은 갑자기 깨어나 곳곳에서 출몰했고, 제주에선 대표적인 봄꽃인 매화가 활짝 피었습니다. 1월 12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12.5도를 기록하며 기상관측 이래 네 번째로 높았습니다. 이날 파주와 강릉, 울릉도와 대전, 포항, 안동, 경주 등 곳곳에선 '역대 1월 중 가장 높은 기온'이 기록됐죠.

해외의 모습은 반대였습니다. 우리가 한파와 폭설에 정신 못 차렸던 지난 연말, 러시아엔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서울의 기온이 모스크바보다 더 낮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불현듯 봄날처럼 기온이 오르며 한반도 곳곳에서 '역대 최고기온' 기록이 깨졌던 1월 초, 러시아엔 이상 혹한이 찾아왔습니다. 모스크바 강이 꽁꽁 얼어붙고, 모스크바 시내의 야외 스케이트장은 한파에 운영을 중단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러시아의 중부 도시 우파의 기온은 최저 영하 39도까지 떨어지면서 무려 49년 만에 최저기온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상이변, 나라마다? 나라 안에서도 천차만별!
같은 시간, 유럽에선 고온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스페인 말라가와 프랑스 남부와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해변에선 사람들이 '1월 해수욕'에 나섰습니다. '스키 대목'인 겨울 시즌, 스위스 알프스의 스키장엔 눈보다 잔디가 더 많이 보였고, 과거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보스니아 사라예보의 스키장도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지구의 기온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았습니다. 북극 전역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4도 가량 높았습니다. 곳에 따라선 최대 18도 가량 기온이 더 높은 곳도 있었죠. 한반도와 같은 북반구 중위도라 할지라도 곳에 따라 평년보다 많게는 10도 넘게 따뜻한 곳도, 반대로 10도 넘게 추운 곳도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기상이변, 나라마다? 나라 안에서도 천차만별!
우리가 매일같이 겪는 다양한 기상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수히 많습니다. 하지만 이중 '이상 현상'을 부르는 주요 원인을 꼽자면, 그것은 바로 인간, 우리 자신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로 비롯된 기후변화가 이상하리만큼 포근하거나 반대로 이상하리만큼 추운 겨울을 만들어낸 겁니다. 우리가 '지구 온난화'라는 표현을 넘어 '기후변화'라는 표현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위의 전 지구 기온 현황을 보더라도, 다른 곳보다 북극의 기온 상승폭은 훨씬 큽니다. 온실가스의 영향을 특히나 더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기온이 오르면서 극지방의 '모습'엔 큰 변화가 생깁니다. 하얗던 해빙이 녹아내리면 검푸른 바다가 나타납니다. 태양으로부터 같은 양의 에너지가 전해진다고 해도, 더 많은 열을 흡수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결국 이는 더 심각한 온난화를 부르고, 그렇게 해빙이 녹으면 녹을수록 더 많은 열을 흡수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죠.

[박상욱의 기후 1.5] 기상이변, 나라마다? 나라 안에서도 천차만별!
북극의 변화는 그 아래 중위도 지역의 나라들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북극과 중위도 지역의 기온 차이로 인해 250hPa 부근의 높은 하늘엔 강한 바람이 만들어집니다. 이는 한대전선 제트기류, 우리가 흔히 '북극 제트'라고 부르는 바람입니다.

이 바람은 극지방과 중위도의 온도 차이가 크면 클수록 강해지고, 차이가 줄면 약해집니다. 앞서 살펴본 1월 12일의 상황과 같이, 북극의 기온이 중위도보다 더 오르게 되면 결국 두 지역의 온도차는 줄어들게 됩니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는 것이죠. 빠른 속도로 팽팽 지구를 맴돌던 공기의 흐름이 느려질수록, 이 제트기류는 구불구불 뱀처럼 구부러지게 됩니다. 이를 말 그대로 사행(蛇行)이라고 부릅니다. 제트기류가 아래로 구부러져 극지방의 찬 공기가 내려온 곳엔 이상 혹한이, 반대로 위로 올라가 찬 공기와 멀어진 곳엔 이상 고온이 발생하게 되고요.

그 결과, 같은 겨울이라 할지라도 연말에는 추웠다가 연초에는 포근해지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나타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변덕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뚜렷한 경향성을 보입니다. 하루하루를 보면 기온 그래프가 위아래로 들쭉날쭉한 것 같지만, 이를 수십년 단위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려보면 우상향하는 것이죠. 이러한 우상향은 북극, 중위도, 적도, 남극 할 것 없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상이변, 나라마다? 나라 안에서도 천차만별!
그로 인해 우리나라의 겨울은 점차 짧아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 102일이었던 겨울의 길이는 2010년대 87일로 보름이나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여름의 길이는 113일에서 127일로 2주나 늘었고요. 겨울은 석 달이 채 안 되는데, 여름은 넉 달을 넘는 겁니다.

이대로라면 '뚜렷한 사계절'이라는 표현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당장 10년 후면 제주에서 겨울은 아예 사라질 전망입니다. 2040년대엔 부산에서도 겨울을 찾아볼 수 없게 되고요. 2080년대엔 호남권과 경남권, 대구까지도 '기상학적 3계절'을 맞이하게 됩니다. 서울은 28일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의 '명목상 겨울'을 유지할 뿐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상이변, 나라마다? 나라 안에서도 천차만별!
앞서 같은 위도에도 나라마다 다른 겨울 날씨를 보였던 상황을 살펴봤다면, 이번엔 보다 세부적인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2022년의 날씨를 돌아보자면, 한반도는 남북으로 갈라졌습니다. 휴전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나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만 놓고 봤을 때에도또다시 남북으로 나뉜 겁니다.

지난해 수도권의 연 강수량은 1,750.4mm로 평년의 1.3배에 달했습니다. 반면 전남권의 연 강수량은 854.5mm로 평년의 61% 가량에 그쳤습니다.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의 연 강수량 차이는 무려 532.5mm로 역대 가장 컸습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중부지방의 가뭄일수는 81.7일이었던 반면, 남부지방의 가뭄일수는 무려 227.3일로 역대 가장 길었습니다. 중부지방에 폭우로 물난리가 나는 동안 남부지방에선 역대급 가뭄을 겪은 겁니다. 전국 평균으로 보더라도, 가뭄일수는 156.8일로 역대 두 번째로 길었습니다.

이 영향은 1월이 다 지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23일 자정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낙동강 수계의 임하댐(32%), 합천댐(30%), 군위댐(28%), 영주댐(38%), 보현산댐(16%), 영천댐(34%), 대곡댐(17%), 사연댐(20%), 섬진강 수계의 섬진강댐(20%), 주암댐(본 30%, 조 23%), 영산강 수계의 평림댐(32%) 등에서 낮은 저수율을 보입니다. 정부는 가뭄대책 회의를 열고 여러 해결책을 찾고 있습니다만,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가뭄 해갈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후위기는 지역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남부 아프리카의 경우, 같은 위기에도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사진: 유엔 세계식량계획)기후위기는 지역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남부 아프리카의 경우, 같은 위기에도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사진: 유엔 세계식량계획)
우리나라도 우리나라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상현상으로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곳도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지역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찾아옵니다. 문제는, 그 위기에 대응하는 역량이 국가마다 천차만별이라는 겁니다. 적도 아래에 위치해 우리와는 계절이 정반대인 남부 아프리카 지역은 이처럼 기후위기 대응 역량이 부족한 취약 지역 중 하나입니다.


알프스 스키장의 눈이 사라졌다, 모스크바 야외 스케이트장이 한파로 운영을 중단했다, 1월에도 해수욕을 하는 곳이 있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한 '서로 다른 겨울을 보내는 지구촌'의 모습. 이 지역 주민들에겐 '배부른 소리'였을지도 모릅니다.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로이터나 CNN 등 외신들조차 '선진국의 기상이변'을 중심으로 다루면서 소외감과 회의감 역시 더 커졌을 테고요.

이러한 위기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중인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맹게스탑헤일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남아프리카 본부장과 이자영 WFP 기후재난위기방재국장은 취재진에게 역내 기후위기의 현실과 대응 및 지원의 시급성을 이야기했습니다.

맹게스탑 헤일리 유엔 세계식량계획 남아프리카 본부장이 기후위기와 식량안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맹게스탑 헤일리 유엔 세계식량계획 남아프리카 본부장이 기후위기와 식량안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5~6월, 남부 아프리카 지역 곳곳을 할퀸 사이클론의 피해 규모를 묻는 질문에헤일리 본부장은 “아주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숫자로 답하기조차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재민의 수는 파악할 수 있지만, 사회경제적 피해규모는 추정조차 쉽지 않다는 겁니다.


“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낙후된 곳들이 많아 우리가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하거나 이를 가늠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분명한 것은, 그로 인해 이들의 생계가 무너진다는 점입니다. 마다가스카르의 한 지역만 예를 들더라도, 다리가 무너지고, 집이 무너지는 등 피해는 분명하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맹게스탑 헤일리 유엔 WFP 남아프리카 본부장

남부 아프리카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사이클론과 홍수, 가뭄은 갈수록 더 빈번해지고, 그 영향은 점차 누적되어 더욱 커져만 갑니다. 최근 5년간 가뭄만도 20차례 가까이, 홍수는 무려 80회 가량 발생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상이변, 나라마다? 나라 안에서도 천차만별!
이는 식량안보의 위기로 직결됩니다. 남부 아프리카는 지금이 우기입니다. 우리가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추수해 '한 해' 안에 농사를 마무리 짓는다면, 남부 아프리카는 10~11월에 씨를 뿌리고, 5~6월에 추수를 하는 겁니다. 아래의 '연간 식량위기 노출 인구' 그래프가 2010~2011년, 2011~2012년, 2012~2013년… 이런 식으로 두 개 연도가 묶여있는 이유입니다.

2천만명대 중반을 오가던 식량위기 노출 인구수는 최근 들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2019년 3,100만명, 2019/2020년 4,100만명, 2020/2021년 5,100만명… 해마다 1천만명씩 늘어난 겁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남부 아프리카 지역의 약 30%가 기후 재난에 노출되어 있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에 이 지역이 취약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남부 아프리카에서도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에 속하는 잠비아에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상이변, 나라마다? 나라 안에서도 천차만별!
WFP 잠비아 국가사무소 부소장을 역임한 이자영 국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잠비아는 매우 젊은, 가능성과 잠재력이 많은 나라입니다. 아동청소년층의 인구 비율이 45%나 되고, 전체 땅의 60% 정도가 농경에 적합한 땅이죠. 하지만 현실은 열악합니다. 전체 인구의 60% 가량이 빈곤층이고, 농경에 적합한 땅이라 하더라도 실제 경작중인 토지는 15%에 불과하죠. 관개수로 시설도 거의 전무하고, 기계화도 거의 안 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기상이변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식량안보의 척도가 쌀이라면, 잠비아의 경우엔 옥수수가 그렇습니다. 자급자족을 위해선 310만톤 가량을 생산해야 하는데, 2020/2021년 농사 기간엔 360만톤 이상을 생산했습니다. 주변 말라위나 짐바브웨에 수출도 했죠. 그런데, 지난 2021/2022년 농사 기간엔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270만톤으로 급감했습니다. 강수량 자체는 충분했는데, 비가 늦게, 많이 내렸던 겁니다. 비가 10월부터 내려야 11월 파종을 하는데, 12월이 되어서야 비가 시작됐고, 5월 추수를 앞둔 3월엔 전국적으로 홍수가 발생했습니다.”
이자영 유엔 세계식량계획 기후재난위기방재국장
이자영 유엔 세계식량계획 기후재난위기방재국장이 기후위기와 식량안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이자영 유엔 세계식량계획 기후재난위기방재국장이 기후위기와 식량안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부 아프리카 전체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7% 가량. 특히, 저소득 국가일수록 농업의 비중은 최대 28%까지 커집니다. 관개수로 등 농업 인프라도, 각종 장비 등 관련 기술도 열악한 만큼 '하늘이 내려준 조건'에 농업의 결과물은 더욱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헤일리 본부장은 “이 지역 국가들의 맵핑 기술력을 높이는 지원을 하고 있다”며 “낙후하고, 기후위기에 취약한 지역이 어디인지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WFP라는 국제기구 차원의 지원에만 적용될 일이 아니라는 게 헤일리 본부장의 설명입니다. 지난 COP27에서 강조됐던, 국제사회 차원의 '손실과 피해'에 대한 지원에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WFP의 지역 본부장이자 기후변화가 국제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기 전, 기상학 박사로 기후변화를 연구한 과학자이기도 한 헤일리 본부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맹게스탑 헤일리 유엔 세계식량계획 남아프리카 본부장이 기후위기와 식량안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맹게스탑 헤일리 유엔 세계식량계획 남아프리카 본부장이 기후위기와 식량안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서방 국가는 재정적인 지원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반면, 아프리카 국가는 적응을 도와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사이클론이 다시 찾아올 때, 이런 맵핑 시스템을 이용하기 전과 후의 피해는 분명 달라질 겁니다. 우리가 정확한 피해 규모 조사보다 정부의 대응력을 키워주는 지원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남부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는 기후위기에 기여한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홍수와 가뭄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나라가 됐습니다. 콩고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제때에 이들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악영향을 부를 겁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결국 생존을 위해 자연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부 아프리카는 마치 〈라이온 킹〉의 모습처럼 사자와 코끼리, 기린 등 야생동물이 많은 지역입니다. 계속된 기후위기로 식량이 사라지게 되면, 주민들은 동물을 사냥하기 시작할 것이고, 이는 곧 생물 다양성의 파괴로 이어질 겁니다. 이 지역의 사람을 돕는 일이 그저 이 지역을 돕는 일에 그치지 않고, 결국 지구 전체를 돕는 셈이죠.”
맹게스탑 헤일리 유엔 WFP 남아프리카 본부장

이자영 유엔 세계식량계획 기후재난위기방재국장이 기후위기와 식량안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이자영 유엔 세계식량계획 기후재난위기방재국장이 기후위기와 식량안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에너지전환에 대해서도 이 지역에 특화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입니다.

“잠비아의 경우, 전체 전력의 80%를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 측면에서 보면, 한국보다 무탄소 전원 비중이 훨씬 높죠. 하지만 전력 접근성 측면에선 한국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국가 단위로 보면, 전력망에 연결된 이들이 30%에 불과하고, 시골로 갈수록 이 숫자는 8%대로 더 떨어집니다.”
이자영 유엔 세계식량계획 기후재난위기방재국장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논할 때, 에너지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중요한 것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접근 가능한 전력 자체가 없는 지역이나 나라에선 에너지전환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겠죠.


애당초 전기가 없으니 에너지를 얻기 위해 나무를 베고, 땔감을 태워 에너지를 얻습니다. 그들에겐 일단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일 겁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린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녹색전환이 이뤄져야 하고요. 남부 아프리카에 있어 이러한 녹색전환은 곧 정의로운 전환 그 자체가 되는 겁니다.”
맹게스탑 헤일리 유엔 세계식량계획 남아프리카 본부장

맹게스탑 헤일리 유엔 세계식량계획 남아프리카 본부장이 기후위기와 식량안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맹게스탑 헤일리 유엔 세계식량계획 남아프리카 본부장이 기후위기와 식량안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의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는 개도국이 아닌 선진국인 만큼, 점차 한국에 대한 기대치가 커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금전적인 지원뿐 아니라 기술적인 지원 측면에서도 우리나라의 역량은 충분히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바라보는 한국, 그리고 이들이 바라는 한국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이번 주 연재를 마칩니다.


“한국은 GGGI(글로벌녹색성장기구)를 2010년에 설립했습니다. 다른 나라보다 훨씬 발 빠르게, 남들이 녹색성장을 생각하기도 전에 먼저 움직인 겁니다. 그런 한국의 노력은 무척 대단한 일이고, 앞으로의 역할 역시 기대됩니다. WFP가 남부 아프리카에서 진행하고 있는 각종 재난 대비 맵핑 기술 지원에 있어서도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이 더해진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맹게스탑 헤일리 유엔 세계식량계획 남아프리카 본부장

“대한민국의 탄소 배출량을 따져봤을 때, 미국이나 중국, 유럽 일부 선진국만큼은 아니지만,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는 수준입니다. 지난 COP27에서 손실과 피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만, 선진국들의 기후금융 지원의 대부분은 차관 형태입니다. 기후위기 취약국들에 빚을 지운 채로, 결국엔 그 돈은 다시 선진국에 돌아간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글로벌 기후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지원을 한다면 좋겠습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남부 아프리카 지역의 특성에 맞춰 재생에너지 설비 지원을 한다거나, 가뭄에 강한 품종 등 씨앗 지원을 한다거나, 농경법 등 관련 기술 지원을 하는 나라가 된다면, WFP의 직원으로서도, 한국인으로서도 자랑스러울 것 같습니다.”
이자영 유엔 세계식량계획 기후재난위기방재국장

[박상욱의 기후 1.5] 기상이변, 나라마다? 나라 안에서도 천차만별!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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