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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계묘년의 주인공? 현실은 '버려지는' 토끼들

입력 2023-01-1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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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1일) 밀착카메라는 올해 계묘년의 주인공 '토끼'에 대한 얘기입니다. 풍요의 상징으로 불리지만, 토끼들의 현실은 사뭇 다릅니다.

쉽게 버려지고 죽어가는 토끼들의 이야기를, 이희령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계단을 오르고 올라 제주 시내의 한 오름, 사라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공원 구석에 검은 토끼 한 마리가 보입니다.

[박정숙/제주 화북일동 : 여기 돌아보면 여러 마리 있어요. 색깔이 여러 가지 색.]

사람이 가까이 있어도 피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 가까이 가도 도망을 안 가고요, 그대로 저를 보고 있습니다.

누군가 두고 간 당근 조각도 먹습니다.

사라봉 정상 곳곳에는 이렇게 큰 구멍이 나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게 단순히 구멍이 아니고 팔이 안으로 들어갈 정도로 깊은 굴입니다.

이 앞에 배설물도 있어서 여기서 생활하는 걸로 보이는데요, 이렇게 굴을 파는 건 굴토끼의 습성입니다.

굴토끼는 야생토끼인 '멧토끼'와는 다른 종으로, 집에서 기르는 토끼입니다.

누군가가 토끼를 이곳에 버리고 간 걸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1년에 4번 이상 출산할 정도로 번식력이 왕성하단 겁니다.

급격하게 늘면 생태계를 어지럽힐 수 있습니다.

[고상훈/제주 일도2동 : 작년이 피크였죠. 30마리 정도 있으니까.]

지자체는 지난해 말, 토끼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17마리 중 16마리가 입양됐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검증 절차는 물론,

[제주시청 축산과 관계자 : {성함,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받으시면 추가로 뭔가 확인을 하는 건 없으세요?} 따로 없어요. 대부분이 키우신다고 해서 데리고 가시죠.]

사후 점검도 없습니다.

[제주시청 축산과 관계자 : 잘 자라고 있는지 그런 것까진 확인은 못 하고 있어요.]

다시 버려질 우려가 있는 겁니다.

이런 현상, 제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곳은 버려진 토끼를 보호하는 보호소입니다.

전국에서 유일한데요, 이 토끼들 이름은 구찌, 디올입니다.

지난해 한 초등학교에서 교육을 한다면서 기르다가 수가 늘어나자 집단으로 유기를 했는데, 이 두 마리를 포함해 여기로 구조된 토끼 11마리는 지금도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혜금/토끼보호연대 활동가 : (토끼는) 키우기 쉬울 거라고 생각하시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숨을 쉬는 인형이 아니다'라는 걸 분명히 인지를 했으면 좋겠고.]

토끼는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에 속해 버리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집토끼가 야생에 버려지면, 적응을 못하고 쉽게 죽기도 합니다.

[혜금/토끼보호연대 활동가 : 마트는 우리가 보통 생필품이 떨어졌을 때, 퇴근 후에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잖아요. 그런 곳에 가서 수명이 10년 이상 되는 생명체를 사 올 수 있다는 자체가 유기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을 마련해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올해의 주인공인 토끼.

사람들은 "토끼처럼 번창하자"며 새해 덕담을 나누고 있지만, 그 사이 정작 살아 있는 토끼들은 너무나 쉽게 버려지고, 방치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화면제공 : 토끼보호연대·네이버 카페 '풀토동')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인턴기자 : 강석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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