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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 스스로 죽음을 예약한 환자…'스위스 조력사망' 현장 취재

입력 2023-01-10 20:31 수정 2023-01-13 19:08

한국인 최소 8명 '조력사망'
'살인죄' 기소 사례도…논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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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소 8명 '조력사망'
'살인죄' 기소 사례도…논란 계속


[앵커]

존엄사, 안락사, 조력사, 의사 조력자살.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런 죽음은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열 곳이 넘는 다른 나라들에서는 조력 사망이 제도화돼있고, 이 가운데 스위스는 다른 나라 사람이 자신의 나라로 와서 조력 사망을 하는 것까지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희 탐사보도 트리거 팀이 확인한 결과, 스위스 조력 사망 단체에 가입한 한국인이 최소 백 명이 넘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또 관련 단체에 가입한 한국인 가운데 최소 여덟 명은, 스위스 현지에서 숨진 걸로 파악됐습니다. 저희는 의사의 도움으로 스스로 생을 멈추기 위해 스위스로 간 말기 뇌종양 환자의 마지막 모습을 만나보고 왔습니다.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프랑스 뇌종양 환자 파트리크는 3년 전 시한부 선고를 받았습니다.

18개월 시한부 인생을 넘긴 지도 1년이 지나자, 결국 스위스행을 결정했습니다.

[파트리크 아쿠아비바/스위스 조력사망 신청 : 저는 30개월차이며 모든 치료를 거부했습니다. 화학요법을 받았는데 그 후 더 아팠습니다.]

그가 스스로 죽기로 예약한 날은 크리스마스를 나흘 앞둔 지난달 21일.

[에리카 프레지크/스위스 단체 '라이프서클' 대표 : 크리스마스 이전에 죽음을 간절히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죽음은 휴가가 없어요. 질병도 그렇고 사고에도 휴가는 없잖아요.]

파트리크가 스위스행 편도 열차를 타는 건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파트리크 아쿠아비바/스위스 조력사망 신청 : 저는 그냥 목 매달아서 죽든지 아니면 총을 쏴서 죽는다든지였습니다.]

사실 여러분들이 살리는 것은 저뿐 아니라 한 가족을 살리는 것입니다.

파트리크는 함께 온 가족, 친구들과 스위스 시내를 구경했고 식사를 하며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밝은 표정의 가족들은 그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눈물을 터뜨립니다.

파트리크가 마지막 잠을 청할 침대에 누워 한 사람씩 작별 인사를 합니다.

그의 팔에 연결된 호스엔 의사 처방을 받은 치사량의 수면제가 준비됐습니다.

이제 자신의 죽음이 타살이 아님을 경찰에 입증할 영상을 찍습니다.

[파트리크 아쿠아비바/스위스 조력사망 신청 :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파트리크 아쿠아비바입니다. 1957년도 리옹에서 태어났습니다. 저는 여기 존엄하게 죽으러 왔습니다. {밸브를 열게 되면 어떻게 되죠?} 끝을 맺는거죠. 저는 이제 원래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밸브를 돌리고 영원히 깨지 않는 잠에 들기까지 30초.

[파트리크 아쿠아비바/스위스 조력사망 신청 : 그래 잘 지내고, 괜찮을 거야. 뽀뽀해주라. 좋아요, 이제 잠을 좀 자볼게요.]

온기가 사라질 때까지 가족이 그를 쓰다듬습니다.

[파트리크 여동생 : 오빠가 원했던 모습이야. 끝까지 우릴 웃게 해줬네.]

40분 뒤 경찰과 법의학자가 찾아와 시신을 살피고 나왔고, 그는 화장장으로 옮겨졌습니다.

이 단체 대표를 비롯해 여러 스위스 단체 관계자들은 과거 우울증 병력이 있는 사람의 조력 사망에 관여한 혐의로 스위스에서 재판에 넘겨진 적도 있습니다.

대부분 무죄가 선고되고 있지만, 그만큼 아직까지 스위스에서도 논란은 진행 중입니다.

[에리카 프레지크/스위스 단체 '라이프서클' 대표 : 사람들이 그렇게 처참한 몸 상태로 스위스까지 여행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그들이 모국에서 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게 그들의 인권입니다.]

(VJ : 장지훈·김민재 / 영상디자인 : 오은솔·강아람 / 영상그래픽 : 한영주·김정은)

▶"존엄하게 죽으러 왔습니다"[스위스 조력사망 JTBC 현장 취재] ①
☞ https://www.youtube.com/watch?v=AzagRrAi-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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