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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딥] '가짜 정형외과 의사'로 27년…어떻게 가능했나

입력 2023-01-06 21:55 수정 2023-01-0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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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선택하기 전 가장 먼저 살펴보게 되는 의사 이력서.

이력서를 보고 안심했는데

알고 보니 이 이력서가 모두 가짜였다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전국 각지에서 정형외과 전문의로 활동한 정모씨의 소개 글입니다.

눈에 띄는 이력들이 빼곡히 나열되어있는데요,

의학 석사를 마치고 외래 교수를 했고,

해군병원에 연수를 가거나 소방서장으로부터 위촉장도 받았습니다.

주 전공은 관절질환과 인공관절 치환술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서류들, 모두 위조 문서였습니다.

이 문서들로 정씨는 무려 27년을 감쪽같이 '정형외과 전문의'로 일해왔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걸까요.

정씨는 1993년 의대를 졸업했지만, 국가고시에 불합격했습니다.

의료행위를 하려면 의사 면허증이 필요한데 이걸 따지 못한 겁니다.

결국 1995년부터 가짜 면허증을 만들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의사 일을 시작합니다.

정씨가 3개월 동안 일한 병원에 가봤습니다.

[관계자 : 저희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인데 우리 병원에 이렇게 막 무단으로 오시고 하면 안 돼요.]

병원 측은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설명합니다.

정씨가 실제로 의대를 졸업한 만큼 이런 사실을 몰랐다는 겁니다.

[관계자 : 저희는 좀 이상하니까 면허를 안 내니까… 서류를 달라고 하니까 연락도 안 되고 사라진 걸로…]

그런데도 정씨가 병원에서 일할 수 있었던 건
'미등록 고용의사' 형태로 채용됐기 때문인데요.

검찰 조사 결과 병원들이 고용보험 비용 등을 아끼기 위해
정씨를 미등록으로 고용하면서 가짜 의사 행세가 가능해졌던 겁니다.

정씨는 병원장 명의로 전자의무기록 코드를 부여받고 환자를 진료해왔다고 합니다.

무면허로 수술하다 의료사고를 내고 피해자와 합의한 정황도 드러났는데요.

가짜 의사 행세는 한 병원 직원의 신고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검찰은 이렇게 전국 60곳이 넘는 병원에서 의사 면허증을 위조해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정씨를 지난 2일 구속 기소했는데요.

확인 없이 정씨를 채용한 병원 관계자 9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습니다.

정씨의 과감한 범행,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제도적 허점이 컸습니다.

법조인의 경우 변호사협회 홈페이지에서
변호사 이름을 검색하거나 '신분증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의사는 좀 다릅니다.

'종이 형태'의 의사 면허증이라 위조하기 비교적 쉬운 데다 일반 사람들이 의사의 면허를 쉽게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피해를 보는 건 온전히 환자들의 몫입니다.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최근에 유령 수술, 대리 수술 이런 것 때문에 (면허증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그게 아니면 전반적인 의사 면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검찰은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에 개선책을 건의하고, 또 다른 가짜 의사가 없는지 전수 조사도 요청할 방침입니다.

의사협회 측도 논의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박수현/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 면허가 없는 사람이 오랫동안 그런 일을 했다는 건 당연히 경악스러운 일이고요. 이거는 충분한 논의가 돼야지 될 일이고요.]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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