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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딥] 방음터널 화재 '사고 시그널' 다 놓쳤다…위험은 여전

입력 2023-01-03 17:48 수정 2023-01-0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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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길이 830m에 달하는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 터널.

하루 약 9만 대가 이용하는 도로입니다.

이렇게 긴 이 터널에 지난 29일 큰불이 났습니다.

[어떡해 무서워. 무슨 일이야]

불은 고속도로를 달리던 재활용폐기물 수거 트럭에서 시작됐는데,

이 불이 방음벽으로 옮겨붙으면서 순식간에 번져나갔습니다.

70%가 넘는 방음 터널 구간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탔고

차량끼리 뒤엉키면서 피해도 컸습니다.

5명이 사망했고 41명이 다쳤습니다.

왜 이렇게 피해가 컸던 걸까요.

방음 터널, 말 그대도 교통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입니다.

1982년 철제 방음벽으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비용과 외관상 이유로 아크릴을 사용한 방음벽이 등장했습니다.

모양은 나아졌지만, 안전이 문제였습니다.

이번에 불이 난 방음 터널도 아크릴로 불리는 PMMA 재질을 사용했습니다.

강화 유리보다 가볍고 설치하기 쉽습니다.

대신 화재에 취약해 바닥에 떨어져도 불이 잘 꺼지지 않습니다.

[류상일/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 : 예산이 한정돼 있으니까 많은 지역에 설치하려면 좀 (재료가) 저렴하고 그런 걸 설치를 해야 하는 거고…]

안전 지적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지난 2018년 도로교통연구원의 터널형 방음 시설 화재 안전 보고서입니다.

PMMA를 13분 동안 가열했더니 재료가 불에 타 떨어졌고 2차 화재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연구진들은 방음 터널에 PMMA 소재를 사용하기 부적합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화재 방지 대책도 미흡합니다.

2016년 국토부는 방음 터널에 방재 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했지만, 터널 소재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소방법상으로도 방음 터널은 일반 터널이 아니어서 각종 소방설비 기준에서 빠져있습니다.

[여운철/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 : {터널 안에 비상 대피로 하나도 없었나요?} 비상 대피로는 없었습니다.]

여기에 터널 진입차단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터널 진입차단기란 불이 나면 터널에 들어가지 말라는 메시지를 띄우고, 차들이 돌아가도록 하는 장칩니다.

그런데 불이 난 반대편 차선에서 차단기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터널에 진입한 차들이 바람을 타고 덮쳐오는 불길을 그대로 맞닥트린 겁니다.

결국 터널로 몰려든 차들이 뒤엉켰고, 피해를 키웠습니다.

이렇듯 안전 대책에 구멍이 생기는 사이, 사고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2년 전에도 경기도 용인의 방음 터널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때도 불이 방음벽으로 옮겨붙어 터널 전체가 한꺼번에 타버렸습니다.

같은 사고가 반복됐지만 최소한의 대책조차 없었던 겁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생존자들은 사고 현장에서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A씨/생존자 : (동료에게)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빨리 나가자고 같이 나왔죠. 불빛만 보고 뛰어다니면서 왔으니까 나중에 정신 차리고 뒤 쳐다보니까 안 보이는 거예요.]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이현석/생존자 : 지금은 굉장히 겁이 납니다. 울컥하죠. 같은 상황이었을 건데 그분들은 선택을 못 하신 거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으로 신원을 확인한 사망자는 5명.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신이 타버린 탓에 신원도 차량 번호로 겨우 특정할 수 있었습니다.

[차는 그 번호 그대로 우리 차. 맞다고? OOOO가 맞다고?]

경찰은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사에 나섰습니다.

합동감식 결과 불은 5톤 폐기물 운반용 집게 차 조수석 쪽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여운철/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 : 집게 차량 인접한 방음벽에 옮겨붙은 불길이 바람을 타고 급속하게 확산하면서 피해 규모가 커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은 다만 불이 난 이유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다며 국과수 정밀 감정과 관계자 조사 등을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60대 트럭 운전자 이모씨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운전자 과실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운전자 이씨는 건너편 차선에서 다른 화재가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집게차 기사 : (건너편 차로에서) 탱크로리가 버스를 들이받아서 그게 전복해서 휘발유가 퍼져서 그쪽에서 불이 난 것이지…]

자신이 몰던 차량에서 불이 난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고도 했습니다.

[집게차 기사 : 에어가 터져서 차가 급정거를 했기 때문에 그때 인지를 했던 거지 그전에는 전혀 아무것도 몰라요.]

하지만 경찰은 "탱크로리와 버스 충돌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씨가 몰던 트럭 폐기물 업체를 압수수색해 차량 안전일지와 운행기록 등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압수물을 분석해 화물차의 오래된 부품이나 미숙한 차량 정비가 당시 화재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예정입니다.

화재 터널과 같이 PMMA 소재를 사용한 정부 관리 방음 터널은 총 6곳.

비슷한 일이 더는 반복되지 않으려면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해 보이는데요,

그럴 수 있도록 저희 JTBC에서 계속해서 생생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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