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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딥] 성추행 보고도 막지 못한 직원들…농협 조합장이 얼마나 세길래?

입력 2022-12-28 15:11 수정 2022-12-2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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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들이 옆에서 이렇게 당연하듯이 옆에 앉아야 하고 술을 따라야 하고 안주를 먹여줘야 되고…”
"회식을 하고 나면 조합장님 기분이 어땠느냐가 중요하게 작용을 했으니까…”
"이게 점점 강도가 심해지고 저희도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서..."

한 남성이 여성의 어깨에 손을 올립니다.

손이 아래로 내려가더니 여성의 손을 잡고 자신의 허리춤으로 끌어당깁니다.

여성이 뿌리치자 이번엔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넣습니다.

지난 14일 인천축산농협 회식 뒤풀이 자리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남성은 인천축산농협 조합장, 여성은 직원입니다.

A 조합장은 앞선 회식에서 다른 직원의 손을 움켜쥐기도 했습니다.

[B/인천축산농협 직원]
“저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손 잡고 다 하는데 이제 잠깐만 저러고 있는 게 아니라 계속 저러고 있어요.”

피해 직원은 조합장이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면서 개인적인 만남까지 제안했다고 했습니다.

[B/인천축산농협 직원]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라, 힘든 일이 있으면 연락을 해라, 술 마시고 싶으면, 커피 마시고 싶으면 연락을 해라…”

이 직원은 조합장을 강제 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조합장은 '격려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A/인천축산농협 조합장]
“일 많이 해서 격려 차원이라고, 내 격려 저기 하는 거지 다른 건(의도는) 없습니다. 직원들 힘들 때 조합장이 자기들 힘든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되는 거라서…”

잘못을 인정하면서 피해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A/인천축산농협 조합장]
“(혹시 이런 일로 인해서 불이익이 간다거나…) 그런 건 없습니다. 그런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하지만 이 직원은 직장에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B/인천축산농협 직원]
“OOO이 저를 불러서 혹시 저보고 (제보)한 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직장을 그만두라는 압박도 느꼈다고 했습니다.

[B/인천축산농협 직원]
“제가 계속 회사를 계속 다닐 건지를 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그 본사 측에서…'계속 다니기 힘들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지역 농협 조합장의 성추행 논란은 낯선 일이 아닙니다.

지난 22일 경북 새의성농협 전 조합장 D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습니다.

지난해 전남 화순군 천운농협 전 조합장 E씨도 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혐의로 징역 8개월 선고 받았죠.

협동조합에서 이런 성범죄가 계속되는 배경에는 조합장이 쥔 절대적인 권력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서귀환 /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정책국장]
“모든 인사권이나 재정운영권이나 이런 것들을 대부분 다 조합장이 가지고 있다 보니… 비상임 조합장 되면 임기 제한 없이 계속적으로 할 수 있고…”

지역농협 조합장은 농협법 제56조 1항에 따라 직원을 임명하거나 해임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고소를 당한 인천축산농협 조합장도 8년째 연임하며 직원 80여명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죠.

이런 조합장의 힘 때문에 성추행을 보고도 쉽사리 막을 수 없었다고 직원들은 말합니다.

[C/인천축산농협 직원]
“분위기 자체가 진짜 싫지만 싫다고 말을 할 수가 없는 분위기고… 오히려 눈치 보기 바쁘고 더 안 띄려고 하지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죠.”

피해 직원들은 일부 직원들이 승진을 위해 조합장의 성추행을 오히려 부추겼다고도 주장합니다.

[B/인천축산농협 직원]
“자리 배치를 그런 식으로 한다든가…”

[C/인천축산농협 직원]
“일부러 이렇게 끌어당겨서 조합장님 옆으로 붙여준다든가… 조합장님 한 분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경찰은 회식이 열린 식당의 CCTV 영상과 피해자가 노래방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 조만간 A 조합장을 불러 조사할 예정입니다.

[C/인천축산농협 직원]
“거의 딸 뻘 다 되는 직원들이고. 도를 넘는 행동이시잖아요. 앞으로 계속 이런 접촉들이 있으면 좀 견디기 힘들 것 같아서…”

[B/인천축산농협 직원]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거부하지 못하는 그런 거 자체가 되게 수치스럽고… 다시는 누구도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JTBC는 A 조합장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피해 직원에게 또 다른 2차 가해가 일어나지는 않는지 계속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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