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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걸린 여성, 오후 치료가 더 효과적…사망확률 12.5배↓"

입력 2022-12-1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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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기 리듬을 고려한 시간항암요법. 〈자료=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일주기 리듬을 고려한 시간항암요법. 〈자료=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여성 암 환자는 오전보다 오후에 항암치료를 받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김재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계산과학연구단 의생명수학그룹 CI와 고영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광범위 B형 대세포 림프종'을 앓고 있는 여성 환자를 오전보다 오후에 치료할 시 예후가 더 좋아진다"고 오늘(15일) 밝혔습니다.

'광범위 B형 대세포 림프종'은 림프조직 세포들이 악성으로 전환돼 생기는 혈액암인 림프종의 한 종류입니다.

림프종은 호지킨 림프종과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나뉘는데, 광범위 B형 대세포 림프종은 비호지킨 림프종의 약 30~40% 정도로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연구팀은 서울대병원에서 광범위 B형 대세포 림프종 치료를 진행 중인 환자들이 아침 8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 가운데 시간을 선택해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에 들어갔습니다.

21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는데, 환자들은 오전이나 오후 시간에 약 3주 간격으로 표적 치료와 항암화학요법을 결합한 암 치료를 4~6회 받았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여성 환자는 오후 치료를 주로 받을 때 60개월 이후 사망률이 12.5배 감소하고, '무진행생존기간'이 약 2.8배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무진행생존기간은 암 같은 질병을 치료 중이거나 치료 후 환자가 질병을 지닌 채 살고 있지만, 질병이 악화하지 않는 기간입니다.

오전 치료를 주로 받는 여성 환자들에게서는 백혈구 감소증과 같은 항암 치료 부작용이 더 나타났습니다.

반면 남성 환자의 경우 시간에 따른 치료 효율 차이가 없었습니다.

〈자료=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자료=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연구팀은 성별에 따른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수집된 1만4000여 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했고, 이 과정에서 여성의 골수 기능이 24시간을 주기로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여성 환자가 골수 기능이 활발한 오전에 림프종 치료를 받으면 항암 부작용으로 골수 기능이 억제돼,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남성 환자의 경우엔 하루 중 백혈구 수와 골수세포 확산 속도 변화가 크지 않아 오전과 오후의 치료 효과 차이가 별로 없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고 교수는 "혼재 변수를 완벽히 통제한 대규모 후속연구로 이번 연구의 결론을 재차 검증하고, 다른 암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한 후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번 연구가 시간항암요법의 국내 의료 현장 도입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CI도 "개인의 수면 패턴에 따라 생체시계의 시간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수면 패턴으로부터 생체시계의 시간을 추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개인 맞춤형 시간항암요법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달 13일 미국 임상학회 학술지 'JCI 인사이트(JCI Insight·IF 9.08)'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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