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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연탄 처음 들어봐요"…고사리손의 '온기 배달'

입력 2022-12-0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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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찬 겨울을 연탄으로 견디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도 모자라고 후원마저 줄었지만,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웃게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까맣고 뜨거운 이야기를, 밀착카메라 이예원 기자가 담았습니다.

[기자]

평소라면 학교에 있을 이른 아침, 아이들이 주택가 골목에 모였습니다.

[나 연탄 처음 들어봐!]

인생 13년차에게 연탄은 신기한 물건입니다.

[진예림/초등학교 6학년 : {어떻게 생긴 것 같아요?} 벌집이 생각나는데요?]

[황윤경/초등학교 6학년 : 새카만 바퀴 같아요.]

우비를 입은 아이들이 연탄 하나씩 들고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온 연탄은 보시는 것처럼 집 안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노인 세명에게 200장씩 전달했습니다.

한 달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입니다.

79살 할아버지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임상웅 : 안전히 확보돼야 마음 놓이지.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

연탄을 사용하는 집으로 들어와봤습니다.

이쪽을 보시면 뚜껑이 있는데요.

뚜껑을 열고 이 덮개를 올려보면, 이렇게 안에 활활 타고 있는 연탄을 볼 수 있습니다.

새카만 연탄이 대여섯 시간 뒤엔 하얗게 생명을 다해 수시로 갈아줘야 합니다.

정부는 매년 저소득층에게 연탄을 살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하는데,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47만 2천원어치입니다.

연탄 500~600장 정도 살 수 있는 돈인데, 겨우내 필요한 양의 절반 수준입니다.

[임상웅 : 4월까지 때라고 국가에선 그러는데, 4월까지 되질 않잖아. 이거 입고 자. 속에 이렇게 다 껴입고.]

부족한 연탄은 복지재단이 후원을 받아 기부합니다.

연탄이 쌓여있는 한 창고에 와봤습니다.

모두 취약계층에게 전달될 것들입니다.

배송 과정에서 파손되면 따로 분류해두고요, 각 가정엔 이런 깨끗한 연탄만 전달합니다.

그런데 최근 후원의 손길이 더 줄었습니다.

[하태화/밥상공동체·연탄은행 부장 : 경기가 좀 어렵다 보니까 금액이 예전보다 준다거나 이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해마다 30만장 나눔 목표했는데 올해는 25만장 정도 될까…]

여전히 전국 8만여 가구는 연탄으로 겨울을 납니다.

대부분 생활이 어렵습니다.

연탄을 만드는 공장으로 들어와봤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듯 공장 곳곳에 까만 연탄가루가 묻어 이곳은 마치 흑백사진처럼 보이는데요.

지금 제 옆으로 지나가는 게 기계가 방금 찍어낸 새 연탄입니다.

한쪽엔 곧 연탄이 될 석탄 가루가 쌓여있습니다.

[이상철/연탄공장 직원 : {옛날엔 여기까지 있었다고요?} 여기까지 (가루가) 나왔어. 많이 나갈 땐 엄청나게 나갔다고요.]

연탄 생산량은 화석연료의 환경 문제와 친환경 대체 에너지들까지 생기며 줄고 줄어 최근 5년 사이엔 또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백기준/연탄 판매상 : (예전엔) 1년을 살았는데, 이젠 모든 연탄 업계 종사자들이 직업이 2개예요. 10월부터 2월까지 연탄 하고, 나머지는 농사나…]

최근 기름값이 오르며 배달을 가는게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백기준/연탄 판매상 : 장거리 나가는데 (하루) 8만원 기름을 넣었다? 그런데 지금은 12만원을 넣어도 안 돼요.]

하지만 그만 둘 순 없다고 말합니다.

[백기준/연탄 판매상 : 농촌에 혼자 사시는 어른분들이 많아요. 가서 안부 묻고 그러니까 솔직히 식구나 거의 다름없어요. 제 고객들이 원하는 데까지는 제가 해요.]

0.39%, 연탄을 쓰는 집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앞으로 이 숫자는 점점 더 작아지겠죠.

잘 보이지 않는 취약계층의 겨울을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작가 : 유승민 / PD : 권지영 / VJ : 김대현·황의연 / 인턴기자 : 이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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