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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사에도 당당한 글로벌 기업 나이키…이유는?

입력 2022-12-08 09:27 수정 2022-12-08 12:14

"공정거래법 '그밖의 거래거절'…54건 중 3건만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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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그밖의 거래거절'…54건 중 3건만 과징금"



킴벌리 린 창 멘데스 나이키코리아 사장과 통역사 〈제공: 홍정민 의원실〉킴벌리 린 창 멘데스 나이키코리아 사장과 통역사 〈제공: 홍정민 의원실〉


“(나이키가 국내 하청업체 석영에 갑질했다는 의혹이 있는) 이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있느냐.”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

“최근에야 알게 됐다.” (킴벌리 린 창 멘데스 나이키 코리아 사장)

글로벌 기업 나이키는 당당했습니다.

지난 10월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나이키가 국내 중소기업에 갑질을 했다는 의혹에 관해 묻자 증인으로 출석한 나이키 코리아 사장이 답했습니다. 갑질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지난해 7월입니다. 지난해 국감에서 문제가 되고 1년 4개월 동안 기사가 쏟아졌는데 국감에 나온 나이키 측은 이제야 알았다고 한 겁니다.


공정위 보도자료공정위 보도자료


지난달 28일 JTBC는 '나이키 갑질'을 조사해달라는 하청업체 요구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외국 기업은 하도급법 대상이 아니라고 한 사실을 보도해 드렸습니다.

〈관련 보도〉(https://n.news.naver.com/article/437/0000323133)

JTBC 보도 다음 날 공정거래위원회는 곧바로 하도급법이 아닌 공정거래법으로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공정위가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났는데, 어떻게 나이키는 '이제 알았다'며 당당할 수 있는 걸까요.

답은 공정위가 나이키에 적용하겠다는 공정거래법의 한 조항에 있습니다. 바로 '그 밖의 거래거절' 조항입니다. 기업이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는 특정 사업자에게 '부당하게' 거래를 중단하는 경우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 조항으로 처벌한 사례는 얼마나 있을까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정위가 해당 조항을 적용한 경우는 54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실질적인 제재라 할 수 있는 '과징금'까지 이어진 경우는 고작 3건뿐이었습니다. 수준도 2억 대에서 9억원 대에 머물렀습니다.

나머지는 경고가 25건으로 가장 많았고 시정 명령 10건, 무혐의 9건으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습니다. 7건은 아예 심의절차종료로 자체 종결 처리됐습니다.


나이키 로고나이키 로고


석영 측은 공정위가 처벌이 강한 하도급법 대신 처벌이 가벼운 공정거래법으로 조사하려고 한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나이키와 석영 사이의 관계는 하도급 관계로 볼 여지가 적지 않습니다.

"보통은 (해외 기업도) 사실 아주 심플하게 계약 관계를 명확하게 한국 기업과 하고 제조 위탁을 하거든요. 그리고 이게 하도급법이 적용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 거죠.

그런데 나이키는 한발 더 나아가 한국 하도급법이 적용 안 되도록 중간에 하나의 사업자를 하나 더 끼워놓고 외형적으로는 나이키하고 한국 제조업체 간에 아무 거래 관계가 없는 것처럼 만들어버린 거죠." (정종채 변호사 / 한국하도급학회장 / 석영 측 헌법소원 대리인)

나이키에 하도급법을 적용할 경우 계약서 작성 의무 위반과 부당한 위탁취소 금지, 부당한 경영간섭 등 공정위가 조사할 사안이 한둘이 아닙니다. 실제 나이키는 석영 측에 제품 물량과 가격을 결정하고, 원자재 개발 등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석영이 나이키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사까지 받게 했습니다.


석영텍스타일에 비치된 나이키 협력사 윤리강령 〈JTBC뉴스〉석영텍스타일에 비치된 나이키 협력사 윤리강령 〈JTBC뉴스〉


하지만 공정위는 나이키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는 하도급법을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고가 들어와도 자체적으로 심의를 종료합니다. 이번에 신고가 들어왔을 때도 공정위는 석영 측에 신고 대상 가운데 나이키 본사와 대만 1차 협력업체들은 그대로 두고 국내 거래대행업체들만 빼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면 해외기업만 남으니 하도급법 심의절차를 종료할 수 있다는 겁니다. 조사 종료 뒤 공정거래법으로 조사해주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소식은 없습니다.

공정위는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호 대상이 국내 중소기업이니 가해 기업도 국내 기업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 있습니다. 이는 석영 측의 조사 요청을 받은 중소 벤처기업부 판단과도 다릅니다.

"외국기업이라 하더라도 정황상은 수탁·위탁 거래로 보이는데, (확인해야겠지만) 일단은 (조사) 가능성이 크다는 전제하에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용 / 중소 벤처기업부 장관)

석영 측은 공정위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은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라도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하도급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이번 나이키의 갑질 의혹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공정위는 이번에도 글로벌 기업에 하도급법을 적용할 경우 조사하고 제재를 가하는 데에 대해 실무적인 어려움이 있고 통상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법 개정에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공정 거래와 하도급 피해를 감시해야 하는 공정위가 왜 국제 통상 분쟁을 우려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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