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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정근-사업가 '100분 녹취' 입수…"쑥대밭 정도로 이름 나와"

입력 2022-12-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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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여러 청탁을 받고 돈도 1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죠. 그런데, 박 씨가 이 전 부총장 구속 전에 만났습니다. 청탁이 뜻대로 안되자 준 돈을 다시 돌려달라는 자리였는데요. 당시 두 사람의 대화가 다 녹음됐고 저희 탐사팀이 해당 녹음파일을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 씨가 언급했다는 유력 정치인들 이름과, 게이트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오승렬 PD가 취재했습니다.

[오승렬 기자]

지난 9월 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각종 청탁과 함께 10억여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이 전 부총장이 구속되기 3개월 전인 지난 6월 초 서울 종로의 한 사무실.

이 전 부총장과 박 모씨, 그리고 이들 지인 3명이 함께 만났습니다.

당시 박씨는 이 전 부총장이 빌려간 돈을 갚지 않는다며 경찰에 고소한 상태였습니다.

[박모 씨/사업가 : 전화를 차단을 해가지고 제가 참 얼굴 존안 뵙는 게 아주 힘들어서 있잖아요.]

[이정근/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 저는 그래도 그렇게 막 고리대금업자한테 막 저를 넘기고…]

박 씨는 금품을 건넨 과정과 액수까지 언급합니다.

[박모 씨/사업가 : 그래, 정치인이니까 당연하겠지. 정말 순수하게 돈을 줬어요, 보자… 스타트가 5000부터예요. 이제 (계좌로) 부친 것만 따지면 거의 7억 조금 넘어요. 부친 것만.]

이 전 부총장이 청탁을 들어주겠다며 친분을 내세웠던 정치인 이름을 줄줄이 언급합니다.

[박모 씨/사업가 : 청와대 비서관 몇 명 있지, 노영민 실장 나오지, OOO 나오지. 더불어 아주… 속된 말로 잘못하면 쑥대밭 정도로 이름들 나오니까…]

박씨는 이 전 부총장과 나눈 통화와 문자를 모두 가지고 있다며 언론에 알려지면 '게이트'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박모 씨/사업가 : 4박 5일을 아마 문자 들어온 걸 다 캡처했어요. 기자들이 냄새 맡으면 그때는 엠바고(보도 제한) 터트려 버리면 그동안에 우리가 게이트가 왜… 전부 엠바고(보도 제한) 걸었다가 나중에 터트려버리는 거예요.]

자신이 준 돈을 돌려주면 개인 간의 거래로 주장할 수 있다고도 강조합니다.

[박모 씨/사업가 : 사인 간의 거래라고 나는 늘상 지금 주장을 했으니 그걸 만들어놔야 돼요. 자, 소낙비니까 돈을 일단 갚아라. 그 이자는 내가 내마…]

이 전 부총장은 돈을 돌려주겠다면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우려합니다.

[이정근/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 나는 옛날처럼 그렇게 그냥 좋은 관계로 가고 싶어요.]

하지만 모임 직후, 검찰의 강제 수사가 시작됐고 이 전 부총장은 구속기소됐습니다.

박 씨 측은 녹취 내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억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이날 대화에서 박 씨는 노영민 전 비서실장까지 언급하며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검찰에 소환시키겠다고까지 했습니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노영민 실장과의 친분을 자주 과시했다면서 한 말인데요. 실제 노 전 실장은 이후에 이정근 전 부총장 채용에 압력을 행사한 의혹으로 출국금지됐습니다. 

계속해서 임지수 기자입니다.

[임지수 기자]

사업가 박 씨는 이날 대화에서 노영민 전 실장을 10번 넘게 언급합니다.

[박모 씨/사업가 : 노영민 실장 팔고, 노영민 실장하고 둘이서 카톡 한 거 나한테 보내면서 자랑하면서 승진해준다고 하고.]

이 전 부총장이 평소 노 전 실장과의 친분을 앞세운 정황을 언급하며 형사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고도 경고합니다.

[박모 씨/사업가 : 돈 가져갈 때 '승진시켜준다 뭐한다' '노영민 실장한테 준다 뭐한다'. 여기 잔뜩 문자 다 있어요. 다 보여드렸죠? 그리고 돈 가져가고 뭐 하나 해준 거 있어요?]

실제 이 전 부총장은 노영민 전 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박 씨에게 전화를 걸어 노 전 실장과 통화하게 해주는 등 친분을 과시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씨 역시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받아 또다른 유력인사에게 보여주는 등 그 친분을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대화에서 박 씨는 노 전 실장을 검찰에 소환되게 하겠다고 경고합니다.

[박모 씨/사업가 : 아니 그러니까 그 정치자금인지 뭔지 모르겠어요, 나는. 노영민 소환시킬 거예요. 우리 변호사가 그것도 검찰에 그렇게 한다고. 아시겠어요?]

[이정근/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 오늘 그 말씀 하시려고 오셨어요?]

박씨가 이 전 부총장에게 건넨 금품이 노 전 실장 측에 건네졌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노 전 실장은 이 전 부총장의 CJ 계열사 고문 채용 과정에 압력을 행사한 의혹으로 출국 금지된 상황.

노 전 실장 측은 이 전 부총장이 자신의 이름을 왜 이용했는지 알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VJ : 장지훈·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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