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때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모로코는 그 역사에 복수하듯, 8강의 기적을 이뤄냈죠. 골키퍼의 눈부신 선방에 모로코 시민과 유럽 곳곳의 이민자들이 거리로 나와 열광했습니다.
최하은 기자입니다.
[기자]
< 모로코 0:0 (3 PK 0) 스페인|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
스페인은 천 번 넘는 패스를 주고받았지만, 골문으로 향한 슛은 두 개뿐이었습니다.
오히려 촘촘한 수비로 버틴 모로코의 역습이 날카로웠습니다.
후반 추가 시간, 스페인의 프리킥을 부누 골키퍼가 막아내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습니다.
공방 끝에 0대0, 결국 승부차기가 펼쳐졌습니다.
4년 전 러시아월드컵 16강전, 지난해 유로 대회도 승부차기로 무너졌던 스페인은 압박감과 싸워야 했습니다.
[루이스 엔리케/스페인 축구대표팀 감독 (경기 전 기자회견) : 1년 전쯤 선수들에게 페널티킥 훈련을 최소 1000번씩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첫 키커부터 골대를 때렸습니다.
흔들린 스페인을 주저앉힌 건 부누의 선방입니다.
방향을 정확하게 읽어 두 번 연이어 공을 쳐 냈습니다.
모로코 네 번째 키커는 힘을 빼고 가운데로 차는 대담한 슛으로 승부를 매듭지었습니다.
선수들은 부누를 헹가래 쳤고, 숙소 앞에서 기다린 팬들도 이름을 연호했습니다.
[부누! 부누!]
모로코 시민뿐 아니라 유럽 곳곳의 이민자까지 거리로 쏟아져나와 열광했는데 사상 첫 월드컵 8강 진출, 그 이상의 의미를 남긴 승리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식민 지배를 했던 스페인에 월드컵에서 승부차기로만 네 번 진 팀이란 굴욕까지 안겼습니다.
반전을 거듭하며 돌풍을 이어간 모로코는 이제 아프리카 최초 4강 진출에 도전합니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