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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미성년 성범죄 소멸시효, 피해 깨달은 날부터"

입력 2022-12-0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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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18년 저희는 16살 때 교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성인이 되어서야 털어놓은 한 피해자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그 뒤에 교사는 처벌 받았지만, 사건이 있고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배상을 받을 길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이 소멸시효의 벽을 깨는 판결을 내놨습니다.

조소희 기자입니다.

[기자]

2007년 16살이던 김옥미 씨는 연극을 좋아하던 아이였습니다.

연기가 배우고 싶어 방과후 학교 연극 수업을 들었습니다.

교사는 36살 극단 대표 조증윤 씨였습니다.

[김옥미 : 너는 내가 그렇게 좋냐 그런 식의 말들이 서서히 이렇게 쌓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중학생 아이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지만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김옥미 : 신고를 한다고 해서 제가 뭘 그런 상상을 못 해본 것 같아요.]

지난 2018년 미투가 이어지면서 처음 피해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JTBC '뉴스룸' (2018년 2월 20일) : 경남 김해의 한 연극단 연출가는 중학생 제자에 대한 성폭행 의혹으로 오늘 연극협회로부터 영구 제명됐습니다]

성폭행은 인정됐고 조 씨는 6년 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피해 보상을 받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김옥미 : 기대는 아무것도 없었고, 왜냐하면 (소멸) 시효가 지났거든요.]

사건 뒤 10년이 지나 손해 배상 소멸시효가 지난 겁니다.

이길 가능성은 적었지만 김 씨는 싸웠습니다.

[김옥미 : 사실 뭘 바라고 하지 않았어요. 판례를 남기고 싶다는 게 컸어요.]

비슷한 피해자들이 있을 테고 그들이 용기 내길 바랐습니다.

[김옥미 : 다른 피해자를 위해서 나갔던 많은 일들이었지, 제 걸 뭘 하자고 한 게 아니어서…]

법원은 전향적으로 판단했습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일 경우 정신적 피해가 뒤늦게 나타나거나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건 발생 시점이 아니라 피해 사실을 깨달은 시점부터 소멸시효를 계산하라는 겁니다.

[김옥미 : 내가 겁내지 않으면 세상도 나를 그렇게 거칠게 다루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앓았던 피해자는 이제야 최소한 보상을 받게 됐습니다.

(영상디자인 : 강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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