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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매월 전시관 안전점검?...'지뢰 폭발' 육군과 지자체 약속 있었다

입력 2022-11-23 08:00

육군수사단, 경찰에 지자체 수사 의뢰
양구경찰서, 군청 공무원 등 7명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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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수사단, 경찰에 지자체 수사 의뢰
양구경찰서, 군청 공무원 등 7명 조사

민간인 출입통제선 최북단에 있지만 시민들도 출입, 관람이 가능한 강원도 양구의 한 안보전시관에서 지뢰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20여 일째. 23살 장병 2명이 크게 다쳤지만 육군수사단과 민간경찰은 뇌관이 살아 있는 폭발물이 왜 전시관에 있었는지를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 장병 부모들은 아들이 다친 경위를 정부에 물었지만 책임자 조사는 지지부진합니다. 앞서 JTBC는 사고가 난 M14 지뢰 말고도 북한이 핵지뢰라고 부르는 M16 지뢰의 뇌관도 살아 있었고, 육군이 비활성화로 관리한 박격포탄도 실제로 활성화돼 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 사건을 더 추적해봤습니다.

관련 기사 : [단독] 폭발한 그 지뢰 말고도...'뇌관' 더 살아 있었다 (JTBC 뉴스룸 / 2022.11.15)
사고 전 인테리어 업자가 옮긴 전시관 폭발물사고 전 인테리어 업자가 옮긴 전시관 폭발물

▲'뇌관 살아 있는 지뢰' 누가 옮겼나
전시관에서 지뢰 폭발사고가 일어난 건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18분쯤입니다. 사고 전 상황은 이렇습니다. 석 달 전 양구군이 전시관 리모델링을 시작했는데, 지난달 6일 리모델링 업자는 전시관에 전시돼 있던 대인지뢰와 대전차지뢰, 박격포탄 등을 유리관에서 꺼낸 뒤 매점 선반에 올려뒀습니다. 이후 21사단 소초장은 양구군 관계자의 전화를 받고 다음 날인 7일 지뢰들을 마대자루에 담아 소초로 옮겼습니다. 다시 한 달쯤 뒤인 31일 소초장은 병사 4명과 함께 마대자루를 탄약고로 가져갔습니다. 소초장과 병사 2명이 탄약고 안에 들어간 사이, 남은 병사 2명 중 1명이 마대자루에서 떨어진 M14 지뢰를 밟았습니다. 지뢰들을 세 번 옮겼지만 폭발 가능성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매월 안전점검의 날 있었다?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습니다. JTBC 취재진은 전시관 개관 이후 2004년과 2015년 21사단과 양구군이 주고받은 '제4땅굴 운용에 관한 협약서'를 입수했습니다. 전시관을 누가 어떻게 관리, 책임질 것인지 일종의 약속을 적은 문서입니다. 21사단은 관광객과 안보견학 시설에 대한 경계, 차량, 인원 통제를 맡고 적으로부터 관광객의 신변 위협 요소를 통제하기로 했습니다. 양구군은 안보견학 시설물의 전반적인 관리 보수와 유지, 안내를 맡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21사단과 양구군이 특정 날짜마다 주기적으로 전시관의 안전점검을 하기로 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1차 협약 땐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을 안전점검의 날로 정해 합동으로 각종 전기와 시설의 이상 유무를 진단, 각 관의 책임에 의해 조치하자고 약속했습니다. 2차 협약 때도 매월 15일에 안전점검을 하자고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JTBC 취재 결과, 21사단과 양구군은 사고 전까지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된 안전점검을 하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4땅굴 운용에 관한 협약서 1차 (2004.3.31)4땅굴 운용에 관한 협약서 1차 (2004.3.31)
4땅굴 운용에 관한 협약서 2차 (2015.7.28)4땅굴 운용에 관한 협약서 2차 (2015.7.28)

▲육군과 민간경찰의 합동수사
양구경찰서는 최근 양구군청 공무원 5명과 리모델링 업자 2명 등 7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습니다. 육군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뇌관이 살아 있는 폭발물이 왜 전시관에 있었는지를 밝히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걸로 보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JTBC에 "담당 공무원들이 30년 전 안보전시관 개관 당시 상황을 잘 모르고, 관련 기록도 없어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관련자들의 혐의점을 검토한 뒤 육군수사단에 사건을 인계할 방침입니다.
4땅굴 전시관에 방치된 '뇌관 살아 있는 지뢰들'4땅굴 전시관에 방치된 '뇌관 살아 있는 지뢰들'

▲"지뢰는 누구 겁니까"
30년 전 안보전시관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21사단은 양구군에 전시물자를 빌려줬습니다. 당시 육군의 대여물자 목록을 보니, AK58 소총과 122미리 방사포탄 등 북한의 무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뇌관이 살아 있는 M14, M16 지뢰들은 목록에서 아예 빠져 있었습니다. 그 지뢰가 누구의 것인지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는 겁니다. 육군은 대여물자에 지뢰들이 없어 육군의 것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양구군은 지뢰 등 폭발물 관리 책임이 육군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피해 장병은 지금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 중인 피해 장병들은 군에 동반입대한 지 두 달 만에 사고를 당했습니다. 한 병사는 발목 절단의 위기 속에 큰 수술을 두 번 받은 뒤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고, 다른 병사는 파편 제거술을 여러 번 받은 뒤 일반병실로 옮겼습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발뒤꿈치에 뼈를 이식해야 하고, 다리 곳곳에 숨어 있는 지뢰 파편들을 찾아 빼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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