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새벽에 열린 미국과 웨일스의 경기는 정말 팽팽했습니다. 경기만큼이나 화제를 몰고 다닌 건 바로 이 미국 선수인데요. 아프리카 최고의 축구 선수였던 아버지의 꿈을 아들이 30년 만에 이뤘습니다.
오선민 기자입니다.
[기자]
월드컵은 5시간이나 다른 세상도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미국 팬 : 우리가 이기고 있어요, 신경 안 쓰입니다. 우리의 한계는 하늘입니다!]
한 골씩 주고받으며 팽팽했던 경기만큼, 한 치 양보 없는 응원전이 펼쳐졌습니다.
[웨일스 팬 : 소름이 돋았어요. 믿을 수가 없네요.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가자 웨일스!]
원더우먼에 탑건까지 재치 있는 분장으로 경기장을 채운 미국 팬들을 열광시킨 건 이 선수입니다.
< 미국 1:1 웨일스|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
전반 9분, 길게 날아온 공을 발등과 허벅지로 받아낸 웨아가 망설임 없이 올린 크로스가 웨일스의 수비를 맞고 골망을 향했습니다.
자책골이 될 뻔한 위협적인 장면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 웨아는 결국 선제골까지 만들어냈습니다.
전반 36분, 풀리식의 패스를 받아 빠르게 파고 들어간 웨아가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월드컵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한 건데 웨아의 아버지이자 라이베리아의 대통령 조지 웨아에겐 더 애틋한 골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27년 전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아프리카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지만, 내전이 한창인 라이베리아란 작은 나라, 빈민촌에서 태어난 웨아에겐 월드컵은 그저 먼 꿈이었습니다.
아들 웨아는 아버지의 나라가 아닌 자신이 태어난 곳인 미국의 대표를 받아들였지만 월드컵 무대란 아버지의 오랜 꿈을 이뤘고, 여기에 골까지 터뜨렸습니다.
[티머시 웨아/미국 축구대표팀 : 매일 저를 자극해준 가족과 동료들한테 고맙네요. 꿈을 이뤘어요.]
6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른 웨일스에선 또 다른 선수의 데뷔전, 데뷔골이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후반 35분, 영리하게 페널티킥을 얻어낸 베일이 침착한 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겁니다.
[개러스 베일/웨일스 축구대표팀 : 어렸을 때 늘 월드컵에서 웨일스를 보는 꿈을 꿔왔어요.]
베일은 웨일스에 64년 만의 소중한 첫 골을 선물했습니다.
(화면출처 : 유튜브 'PSG - Paris Saint-Germain')
(영상그래픽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