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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주간 '114시간 야근'…SPC 끼임사 노동자 '과로' 흔적

입력 2022-11-22 21:06 수정 2022-11-22 22:26

휴무 신청 거절당한 토요일 아침에 숨졌다
휴대전화에 남겨진 과로 흔적…근무표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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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무 신청 거절당한 토요일 아침에 숨졌다
휴대전화에 남겨진 과로 흔적…근무표 재구성

[앵커]

뉴스룸을 시작합니다. 국내 1위 제빵업체 SPC에서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진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유족의 동의를 얻어서 숨진 노동자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해봤습니다. 분석을 해놓고 보니 고인이 숨진 그 날이 바로 회사 측에 휴무를 신청했다가 거절 당한 토요일이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또, 휴대전화에는 사고 직전 2주 동안 114시간의 야간 근무를 해야했던 고인이 잠 깨는 법을 검색해본 흔적도 남아있었습니다.

먼저, 권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제빵노동자 박 모씨는 지난달 3일 "다음주 토요일에 휴무를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관리자는 "꼭 쉬어야 하는 것이냐"며 "토요일 휴무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휴무를 신청하고도 거절된 이 날은 사고가 난 토요일이었습니다.

박 씨는 지난달 4일 야근을 마친 뒤에는 포털 사이트에 '졸음싹'과 '잠싹' 등 잠 깨는 법을 검색했습니다.

야근 때마다 지인들에게 '피곤하다', '기절할 것 같다'고 남긴 메시지만 사고 직전까지 6주간 35건이 넘습니다.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박 모씨의 휴대전화입니다.

유족 동의를 받아 포렌식 작업을 했습니다.

숨지기 전 박 씨의 근무표를 재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10월 1일부터 사고 당일까지 2주 동안 주말 외에도 한글날과 개천절이 있었지만 박 씨는 사흘 밖에 쉬지 못했습니다.

근무일 중엔 하루를 빼곤 매일 야근이 있었고, 모두 114시간의 야근을 했습니다.

앞서 9월 한 달 동안에도 휴일을 빼고 낮엔 127시간, 그리고 야근으로 90시간을 일했습니다.

단순 계산으론 법정 기준인 주 52시간을 조금 넘지만, 전문가들은 야근 시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과로'했다고 합니다.

통상 야근을 주간근무보다 30%를 더해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이건우/공인노무사 : 야간근무를 연속적으로 하게 된다면 신체적·정신적으로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고 간접적으로 업무상 사고 발생 위험도 높일 수 있다고…]

SPC는 "사전에 추가근무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인가를 받았고, 직원 개개인에게도 동의서를 받았다"면서 "야간 근무에 대한 추가 수당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휴대전화에는 원하는 날에 제대로 쉴 수 없었던 정황이 남아 있었습니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외에 과로 여부도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디자인 : 최수진·허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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