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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국정조사 '평행선'…유가족, 대통령 공식사과 촉구

입력 2022-11-2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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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놓고 여야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예산처리 후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히면 협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는데요. 민주당은 모레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런 가운데 일부 희생자의 유족이,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섰는데요. 관련 내용을 줌인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그 동안 '선 수사, 후 국정조사'를 말하던 여당의 입장이 '선 예산, 후 국정조사'로 미세하게 바뀌었는데요.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어제) : 조금씩 서로 입장을 역지사지해서, 합의해서 할 수 있는 시간을 찾을 수 있으면 제일 좋겠습니다. 가급적 합의해서 예산 처리 이후에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생각이고 우리 당의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다음 달 2일이 법정시한인 예산안 처리부터 먼저 하고 국정조사는 다시 협의하자는 겁니다. 민주당은 일단 '전향적인 입장 변화'라고 평가하면서 내부 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혔죠. 그러면서도 여당의 공식 입장 천명을 요구하는 등 압박에 나섰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국민의힘 지도부가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 슬픔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유가족까지 만난 상황에서 또다시 시간끌기용, 책임회피용 카드를 꺼내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국정조사에 동참할 뜻이 확고하다면 여권의 공식적인 입장을 조속히 천명해 주기 바랍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국민의힘에 오늘(22일) 오후 6시까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명단을 제출하라며 압박했죠. 하지만 주호영 원내대표, 아직 '협의가 되지 않았다'며 명단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민주당이 '예산 처리 후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명백히 밝혀주면 그 이전에라도 국정조사에 관한 협의를 할 수 있다는 그런 입장인데, 아직 그 입장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당) 의원총회 결과를 보고 저희들이 민주당과 그런 점에서 의견 일치를 볼 수 있으면 (국조 특위) 명단을 제출하고 그렇지 않다면 기존 입장에 변동이 없습니다.]

서로가 공식 입장을 내놓으라며 압박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주 원내대표의 '선 예산, 후 국조' 입장에 대해 엇갈리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박성중/국민의힘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어제 정말 마지막 수단, 마지막 어떤 그런 차원에서 예산을 통과시키고 또 수사 결과를 보고 국정조사는 받아들일 수 있다, 이렇게 의견이 모아진 거지요. {아, 그러면 이제 변한 거 맞는 거네요, 기류가?} 약간의 기류 변화는 있는데 내부에서는 아직도 상당수 의원들은 국정조사는 아직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의 국정조사를 '이재명 방탄용'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보여왔죠. 하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예산안 심사가 난항을 겪자 당내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 걸로 보이는데요. 다만 당론으로 모아지지 않은 상황이라서 향후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를 걸로 보입니다.

[장동혁/국민의힘 원내대변인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당내의 입장은 아직도 '선수사 후조사'가 바뀐 것은 아닙니다. {원내대표 개인 생각이고 당의 입장은 아닌 그런 상황이네요?} 네. 그 입장을 이제 바꾸려면 주호영 원내대표가 의원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민의힘 협조 여부와 관계없이,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오영환/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 이 계획서 채택만큼은 24일 본회의에서 그 이상 미룰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는 점은 분명히 전제로 말씀드립니다. 사실상 국민의힘 단독으로 빠진다고 해서 모든 이런 야 3당(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을 포함한 무소속 의원들도 동의하는 이런 국정조사가 반쪽짜리란 말까지 들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을 합니다. 정부가 자료 제출 등에 있어서 굉장히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이런 우려 등은 있지만 그것은 또 그것대로 국민들이 보시고 또 판단하고 심판하실 거라고…]

어제 야3당이 제출한 국정조사 계획서에는 조사 대상 기관으로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가 포함돼 있습니다. '마약 수사'에 집중하느라 참사를 방지하지 못했다는 취지에서 법무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는데요. 또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참사 당일 축제를 다녀왔다고 밝힌 경상남도 의령군까지 조사 대상에 들어갔습니다. 조사기간은 11월 24일부터 내년 1월 22일까지 총 60일이고, 기관보고가 네 차례, 청문회는 다섯 차례, 현장 조사는 세 차례 실시하도록 기재됐습니다. 여당 안에서도, 야당 단독으로만 국정조사가 진행될 경우,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박성중/국민의힘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국정조사 계획서 보면 뭐 대통령실, 법무부, 뭐 대검에 엄청 많은데 그래서 몇 개 뺄 것 빼고 이렇게 '현실적으로 타협하는 게 더 낫지 않냐' (라는 의견은?)} 만약에 우리가 국정조사를 어느 정도 들어갈 의향이 있다면 방금 방식으로 들어가서 안에 들어가서 싸우는 방식이지요. 지금까지 야당은 자기들이 정권 잡았을 때는 한 번도 국정조사를 응한 적이 없거든요. 이런 차원에서 우리가 참가하지 않고 힘 빼기 하는 방법도 두 가지 방식이 항상 혼재하고 있기 때문에…]

한편 오늘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유가족과 부상자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이와 함께 눈에 띈 발언, '수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 이었습니다.

[제51회 국무회의 : 경찰 특수본은 철저한 진상 규명에 총력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선을 긋고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에 좀 더 힘을 싣는 모습이었는데요. 또한 최근 예산안 심사를 놓고 여야의 샅바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를 '정쟁'으로 규정하고 국회의 동참을 촉구했습니다.

[제51회 국무회의 : 국익 앞에 여야가 없습니다. '정쟁은 국경 앞에서 멈춘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산과 법안을 통한 재정적·제도적 뒷받침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쟁에 밀려 적기를 놓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갈 것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모두 한마음으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동참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여야가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를 진행할지 협의 중인 상황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그 동안 '국정조사는 정쟁만 유발한다'는 여당의 주장을 떠올리게 했는데요. 오늘도 여야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이어졌습니다. 환경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등 3개 상임위 소관 예산안에 대한 감액 심사가 진행됐는데요. 이 절차를 거친 예산안을 30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하고, 법정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경찰국 예산 등 여야의 견해차가 큰 사안들이 남아있어서 진통이 예상됩니다.

[김교흥/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6일) : 경찰국 예산 하나 때문에 나머지 모든 예산들이 다 상정이 안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리는 상임위를 거부하는 거예요, 지금. 위원장님하고 간사는…]

[이만희/국민의힘 의원 (지난 16일) : 무슨 상임위를 거부해요. 그런 말씀 마십쇼. {지금 거부하고 있잖아!} 그런 말씀 마십쇼!]

[김교흥/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6일) : 뭔 소리하고 있어! {예?} 뭔 소리하고 있냐고! {뭐? 누구한테 지금 반말이야, 지금!}]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오늘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 앞에 섰습니다. 눈물과 오열 속에서 정부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 이태원 도로 한복판, 차디찬 죽음의 현장에는 국가는 없었습니다. 이에 우리 유가족들은 묻습니다. 거짓말이나 일삼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떠벌린 행안부 장관 이상민, 보고받은 적 없다, 몰랐다라고 일관하고 있는 용산구청장 박희영, 용산경찰서장 이임재, 112치안종합상황실장 류미진 등에게 꽃다운 우리 아들, 딸들 생명의 촛불이 꺼져갈 때 뭐하고 있었냐고 묻고 싶습니다.]

유족들은 6가지 요구사항을 정리해 발표했는데요. 진정한 사과, 성역 없이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과 책임 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과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인 대책 마련 등이 담겼습니다.

이 중 희생자 이름 공개와 관련한 요구사항도 있었는데요. 정부는 유가족의 의사를 확인해서 공개가 가능한 희생자 이름을 밝혀야 한다는 겁니다. 유족 측은 '희생자 명단 공개 논란'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면서, "유가족 뜻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희생자 추모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 도와주십시오. 유가족 여러분과 함께 우리 아이들의 억울하고 비통한 죽음에 대해서 철저히 명확하게 밝힐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동참하려 합니다. 그날의 진실과 투명한 조사, 그리고 책임 있는 자들의 책임과 사퇴, 더 나아가서는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를 비롯해 더 이상 우리 아들, 딸들이 영정사진도, 육체도 없는 불쌍한 영혼으로 만들지 말아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이태원 참사 수사는 오늘도 계속됐습니다. 특수본은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는데요. 박희영 용산구청장 또한 휴대전화 포렌식 참관을 위해 다시 불렀습니다. 최 소장은 참사 당일 현장에 늦게 도착하고도, 인파가 많아 접근이 어렵다며 되돌아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피의자 전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편, 어제 소환조사를 받았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이번주 중으로 다시 불러서 추가 조사할 예정인데요. 어제 최성범 소방서장은 소방 대응 2단계 발령이 늦어진 경위를 취재진에게 직접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최성범/용산소방서장 (어제) : 아마 제일 궁금했던 게 아마 기자님들이, 대응 2단계를 왜 제가 안 걸고 본부장이 걸었나, 아마 이 부분일 것 같아요. 근데 대응 2단계는 제가 안 걸어도 누구나 갖다 걸을 수가 있고요. 제가 안 걸은 이유는 그쪽 그 후면부 상황의 구조·구급 활동에 몰두하느라고 제가 못 걸었어요. 그거를 (서울소방재난) 본부장이 대신 걸어줬습니다.]

또한 참사 당일, 안전 순찰 근무지인 '해밀톤호텔 앞'이 아닌 '119 안전센터'에 머물러 논란이 된 점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성범/용산소방서장 (어제) : 해밀톤호텔 앞에서 고정 근무를 했다 하더라도 그 골목길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을 거예요. (순찰조는) 이태원 안전센터 차고문 바깥에 있었어요. (밖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소방노조는 오늘 특수본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현장 소방관 위주의 수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서명지 10만 부를 전달했습니다.

[전호일/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이곳에 서명을 하면서 '힘내셔라', 그리고 '지지한다', '왜 하위직들한테 희생양 삼냐' 그러면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처벌받아야 된다라고 하면서 정답도 알려주었습니다. 특수본은 진짜 책임자가 누구인지, 누구를 수사할 건지 잘 선택하고 판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오늘부터 이상민 장관에 대한 사퇴와 처벌, 그리고 하위직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 대한 조합원의 찬반을 묻는 총투표를 실시합니다. 하지만 행안부는 위법이라며 징계를 예고하고 있는데요. 관련 소식, 잠시 후 자리에 들어가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줌인 한마디는, 오늘 기자회견장에서 전한 유가족들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 만약 류미진 전 과장, 용산구청장, 용산경찰서장, 경찰청장, 서울시장, 행안부 장관, 국무총리의 자식들이 한 명이라도 그곳에서 '숨쉬기 어렵다', '통제해달라'라고 울부짖었다면 과연 그 거리를 설렁탕 먹고 뒷짐지고 어슬렁 어슬렁 걸어갈 수 있었을까요.]

[이태원 참사 유가족 : 제목 '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 시인 김의곤. 이태원 173-7 그 좁은 골목길에 꽃조차도 놓지 마라. 꽃을 포개지도 마라. 그 골목에 아무것도 놓지 마라. 허울 좋은 애도의 꽃도 놓지 마라. 안전도 생명도 탐욕이 덮어버린 이 나라에 반성 없는 어른들 끝없이 원망케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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