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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단독] 이정근 CJ계열사 '낙하산 취업' 배후에 노영민

입력 2022-11-22 09:42 수정 2022-11-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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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1일) 트리거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관련해 JTBC가 단독으로 취재한 내용입니다. 이 전 부총장은 이미 10억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JTBC가 취재해보니 이 전 부총장이 한 대기업 고문으로 낙하산 취업하는 과정에서 야권의 핵심인사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노영민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입니다.

먼저 오승렬 PD입니다.

[오승렬 기자]

경기도 군포에 위치한 CJ 계열사 한국복합물류입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이 회사 고문으로 재직한 건 2020년 8월부터 1년 동안입니다.

해당 자리는 주로 국토부 퇴직 관료들이 내정돼 회사 측에 자문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CJ대한통운 측은 "국가 부지에 사업을 하고 있어, 오래전부터 국토부 추천 인사를 채용해 정책 자문을 받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사 고문은 상시 출근할 필요도 없이, 1억원에 달하는 연봉과 차량 제공 혜택까지 받습니다.

당시 이 부총장은 서초 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해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국토부 출신도 아닌 현직 정치인이 이 자리에 채용된 건 이 전 부총장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해당 자리를 연결해 준 건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습니다.

이 전 부총장이 고문으로 내정되자 CJ 측은 현직 정치인의 겸임은 안 된다며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후 이 전 부총장에게 '겸임이 가능하다'고 알려준 것도 노 전 비서실장이었습니다.

이 전 부총장이 정치적 재기를 위해 당직과 병행하고 싶다고 노 전 실장에게 요청했고, 노 전 실장이 '겸직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한 겁니다.

실제 노 전 실장 답변 한 달여 뒤 이 전 부총장은 회사로 출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장은 한국복합물류 측에도 '청와대에서 연락받지 않았냐'며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J측은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당시 규정상 겸임이 문제 될 소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10억원의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은 사업가 박모씨입니다. 그런데 이 전 부총장이 노영민 전 비서실장에게 박씨를 소개해준 정황도 나왔습니다.

계속해서 신아람 기자입니다.

[신아람 기자]

JTBC가 입수한 이정근 전 부총장과 사업가 박모 씨,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3자 통화' 녹취록입니다.

통화는 지난해 1월, 노 전 실장이 비서실장 임기를 마친 직후 이뤄졌습니다.

노 전 실장은 해당 통화에서 박 씨에게 "이정근 전 부총장과 옛날 인연이 있어 각별하게 지낸다"며 "회장님이 많이 도와주신다고 한다. 앞으로 좀 많이 도와달라"고 말합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평소 박씨를 만나 노 전 실장을 언급하며 선거 비용 등을 요구했습니다.

2020년 8월엔 '그동안 노 실장님에게 돈을 가져다주지 않았는데 이제 비즈니스 관계로 전환하려 한다'는 취지로 말한 뒤 박 씨에게서 현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습니다.

이로부터 5개월 뒤 실제 통화까지 이뤄진 겁니다.

'3자 통화'가 이뤄진 장소도 이 전 부총장이 박 씨로부터 현금을 수차례 받아 간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동 한 호텔로 파악됐습니다.

박 씨는 취재진을 만나 노 전 실장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이 전 부총장이 정치 인맥을 내세운 것으로 생각했다"는 취지로 답하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실제 청탁했다면 성사된 게 있지 않겠느냐"고 해명했습니다.

노영민 전 실장 측은 "사업가 박 씨와는 전혀 아는 사이가 아니"라며 "통화한 기억은 없지만 통화를 했다면 이정근 위원장의 정치적 지지자라고 해서 의례적인 인사를 했을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앵커]

이 내용을 탐사보도팀 임지수 기자와 함께 좀 더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임 기자, 그러니까 정리해 보면 노영민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정근 씨의 대기업 계열사 취업을 도왔다는 건가요?

[임지수 기자]

먼저 설명드리면 이 씨는 방송국 작가로 일을 하다가 2016년에 처음 서초갑 지역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했습니다.

그 뒤 2018년에는 서초구청장 선거 그리고 총선과 재보선까지 총 4번을 이 지역에서 낙마했습니다.

노 전 실장에게 이 씨가 일자리를 좀 알아봐달라 이렇게 지속적으로 요청한 것도 2020년 총선 낙선 직후였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6년간 민주당 험지에서 낙선을 거듭하면서 이 지역 위원장 자리를 맡아준 이 씨에게 노 전 실장이 좀 배려하고 살펴주는 차원으로 이 일자리를 연결해 준 것이 아니냐 하는 의혹이 제기되는 겁니다.

다만 이 씨 측은 노 전 실장이 아니라 민주당 차원에서 추천을 해 준 것으로 안다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앵커]

비서실장이 아닌 당 차원에서 추천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게 이 씨 주장이고요. 그런데 앞서 리포트를 보니까 CJ측에서는 겸직이 안 된다 그런 입장이었는데 내용을 보면 노영민 비서실장이 이것도 나서서 해결해 줬다는 건가요?

[임지수 기자]

당초 CJ 실무자는 이 씨 측에 정치인의 고문직 겸직은 안 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취재됐습니다.

이 씨가 이를 노 전 실장에게 이야기하자 노 전 실장이 겸직이 가능하다라는 점을 알려줬다는 건데요.

해당 자리에 국토부 출신도 아니고 현직 정치인이 채용된 것은 이정근 전 위원장이 처음이었습니다.

저희가 취재한 바로는 당시 CJ 측이 이 전 위원장을 소개받은 통로도 청와대가 아니라 국토부였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노 전 실장이 국토부나 다른 어떤 경로를 통해서 겸직이 가능했는지, 알아봐줬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또 리포트에서 앞서 보셨듯이 이후 노 전 실장은 이정근 씨를 통해서 사업가 박 모 씨와도 육성으로 통화를 했는데요.

검찰에 따르면 당시 이 씨는 박 씨로부터 청탁을 대가로 수시로 억대 금품을 받은 것으로 파악이 됐습니다.

물론 이 씨는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해당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서 규명해야 할 부분입니다.

노 전 실장은 조금 전 저희 취재진에 입장을 알려왔는데요.

기억은 나지 않지만 박 씨와 통화를 했다면 이정근 씨 지지자에 대한 의례적인 인사였을 것이고 취업 알선 정황에 대해서는 자신은 국토부에 지시할 만한 위치가 아니었다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앵커]

일단 통화는 했을 수 있는데 그냥 의례적인 통화였을 수 있다라는 게 노 실장의 주장인 거죠?

[임지수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누구길래 이렇게 어떻게 보면 야권의 거물급 정치인들과 많이 연관이 되는 걸까요?

[임지수 기자]

이정근 씨 측은 일단 노영민 전 실장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2012년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모임으로 알게 된 사이였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물론 노 실장은 훨씬 뒤인 2017년 대선 때 선대위 활동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또 뿐만 아니라 2020년 민주당 최고위원선거 때는 지금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노웅래 의원의 당선을 위해서 발로 뛰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송영길 의원의 당대표 선거 캠프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았고요.

또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박영선 캠프에서 홍보본부장을 맡았습니다.

이 씨가 이렇게 함께 일했던 민주당 핵심 인사들의 이름만 앞세웠던 것인지 아니면 실제 부정한 이익을 윗선에 혹시 공유한 바 있는지는 수사를 통해서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트리거팀의 임지수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VJ : 장지훈·김민재 / 영상디자인 : 조영익·홍빛누리 / PD: 박서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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