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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 새 드라마, 첫방 앞두고 故 이힘찬PD 사건 사과

입력 2022-11-0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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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서 옆 경찰서' 포스터. '소방서 옆 경찰서' 포스터.
SBS 새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고(故) 이힘찬 프로듀서 사망에 관해 제작사 스튜디오S 측이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소방서 옆 경찰서'의 첫 방송을 나흘 앞둔 8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스튜디오S 고 이힘찬 프로듀서 사망 사건 대책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고인의 사망 원인을 규명한 보고서를 공개하고, 비극이 반복되는 드라마산업 전반의 변화에 관한 논의가 오갔다.

서른넷 젊은 프로듀서의 죽음
스튜디오S 고 이힘찬 프로듀서 사망 사건 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 스튜디오S 고 이힘찬 프로듀서 사망 사건 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

서른넷의 젊은 프로듀서, 고 이힘찬은 '소방서 옆 경찰서'의 제작 총괄로 일하다 지난 1월 30일 유명을 달리했다. SBS에 입사해 드라마본부 분사 이후 스튜디오S 소속으로 10년간 일한 이 프로듀서는 휴대전화 메신저에 '모든 것이 버겁다'는 문장을 남기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이 프로듀서의 죽음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들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데에 뜻을 모은 유가족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2월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기 위한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진상을 규명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스튜디오S 회사 차원의 자체 조사 계획, 모회사인 SBS 사측의 참여 여부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공동 조사가 늦춰지다가, 3월 28일이 되어서야 공동조사위의 첫 회의가 개최됐다. 유가족 대표, 노조, 사측이 참여한 공동조사위는 4월부터 6월 초까지 30여명의 동료와 드라마 업계 관계자들에 대한 면접 조사를 실시하고, 방대한 자료도 검토했다.

공동조사위는 "평소 업무에 대한 애정과 책임이 컸던 고인이 부족한 예산 범위 내에서 작품을 무사히 완수해야 한다는 압박, 촉박한 편성 일정으로 인한 불안, 화재 및 사고 장면 촬영이 야기한 돌발 변수 대응 등으로 업무상 스트레스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폭됐을 것"이라며 "프로듀서 개인이 감내하기 어려운 극단적 상황에 내몰렸으나 회사 차원의 고충 처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사들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 설립 확산, 노동 시간 제도 변화, 코로나19팬데믹에 따른 드라마 소비 증가와 관련 산업의 폭발적 성장, OTT 플랫폼 영향력 증가 등 최근 급변한 드라마 산업에 내재한 구조적 문제들이 '소방서 옆 경찰서'에 응축됐다"고 평가했다.

스튜디오S 측, 드라마 첫 방송 5일 전 사과

유족, 노조, 사측은 진상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적정 제작 기간 확보'를 꼽았다. 편성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제작진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분쟁 적극 해결, 현장 고충 정기 점검, 안정적인 인력 확보, 교육 훈련 체계 구축, 직무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 도입 등을 개선 방안에 포함했다. 공동조사위는 "개선 방안들은 스튜디오S 드라마 제작 준칙으로 제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족, 스튜디오S 사측 간담회에서 유족에게 사과하는 스튜디오S 사측. 사진=스튜디오S 고 이힘찬 프로듀서 사망 사건 대책위원회 유족, 스튜디오S 사측 간담회에서 유족에게 사과하는 스튜디오S 사측. 사진=스튜디오S 고 이힘찬 프로듀서 사망 사건 대책위원회

스튜디오S 측은 지난 7일 유가족과 만나 사과했다. 한정환 스튜디오S 대표이사는 "공동조사를 통해 회사 제작 시스템을 성찰하고, 고 이힘찬 프로듀서가 겪었을 고통을 엄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였다"며 "유가족 분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약속드린 개선책을 충실히 이행하고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한, '소방서 옆 경찰서' 첫 회 방송에 고인 추모 메시지를 게시하고, 최종회 마지막 장면에서 고인의 사진과 추모의 뜻을 싣기로 했다.

고인의 죽음을 뒤로하고 '소방서 옆 경찰서'는 오는 12일 첫 방송된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김영민 센터장은 "방송 때문에 지금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 안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고, 언론노조 SBS본부 정형택 본부장은 "제작 준칙이 실효성 있고 강제력 있게 지켜질 수 있도록 노동조합이 지속적으로 견제하겠다"고 말했다.

"공식적 사과, 마음 조금은 덜어내"

진상을 조사하고 사과를 받아내기까지 9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유족 대표인 고인의 동생 이희 씨는 "9개월이란 시간이 흘러가고, 아직도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이렇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스튜디오S 측도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못 잡았던 거로 생각된다. 그냥 시간이 흐르길 바라고 있지 않았겠느냔 생각도 들었다"면서 "결국엔 저와 연대해준 모든 분이 마음을 모아 하나의 반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원만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공식적인 사과를 받고 형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덜어내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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