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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의 필수 전제 조건, 정의로운 전환

입력 2022-11-07 08:00 수정 2022-11-07 08:09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56)

'탈 화석연료'로 보는 정의로운 전환 (상)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 과정의 가장 큰 문제점 '일자리 전환'

정의로운 전환 나서겠다며
각종 법안 쏟아졌지만 통과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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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56)

'탈 화석연료'로 보는 정의로운 전환 (상)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 과정의 가장 큰 문제점 '일자리 전환'

정의로운 전환 나서겠다며
각종 법안 쏟아졌지만 통과는 '아직'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에너지전환과 더불어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묶자고 국제사회가 약속한 2015년 파리협정에도 정의로운 전환이 담겼습니다. “노동자의 정의로운 전환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각국이 내세운 개발 우선순위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이죠. 우리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그 누구도 '남겨지는 이'가 없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의 역사를 돌아봤을 때, 에너지의 전환은 문명의 전환으로 이어졌습니다. 불을 쓰기 전과 후, 기름(등유)을 쓰기 전과 후, 증기기관을 이용하기 전과 후, 내연기관을 이용하기 전과 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바뀌었다'는 것은, 무언가 '새로 등장한 것'도 있지만 '사라진 것'도 있다는 뜻입니다.

일례로, 우리가 동물의 힘을 빌려 이동하다 어느 순간 증기기관 혹은 내연기관을 이용한 운송수단으로 이동하면서 '사라진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 많던 마차는 순식간에 '박물관의 유물'로 전락했습니다. 마부의 일자리만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마차 제작사와 그 협력사 또는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일자리도 사라졌죠.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의 필수 전제 조건, 정의로운 전환
이러한 일이 마치 '북미나 유럽의 일'처럼 느껴진다면, 우리나라의 석탄 탄광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하나, 둘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목숨 걸고, 땀 흘리며, 온몸에 석탄가루를 뒤집어쓴 채 일하던 이들의 일자리는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진보(Progress)의 과정에서, 우리는 '한 걸음 나아갔다'는 데에 집중한 나머지, 남겨진 이들에 대해선 무관심했습니다. 당시 탄광을 운영하던 기업들은 도시가스 사업으로 '업종 전환'에 성공했지만 석탄 탄광 노동자들은 그저 도태됐을 뿐이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탄광이 위치한 곳의 지역경제 역시 갑작스레 무너져버렸고요.

파리협정의 시대, 이른바 '신(新) 기후체제'에서의 에너지전환은 과거의 전환과 비교해 그 속도도, 규모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꽤나 오랜 시간, 우리는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태워서' 만든 에너지를 이용해왔습니다. 나무냐, 석탄이냐, 석유냐, 가스냐. '연료'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요. 하지만 이제는 '태우는 행위'를 벗어나는 것,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전 세계가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또다시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남겨지게 될 이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 역시 반드시 병행해야만 합니다. 나라마다, 그 나라의 정당마다 정치적 방향성이 다르더라도 '정의로운 전환'이 글로벌 키워드로 떠오른 이유입니다.

 
당진석탄화력발전소의 노동자들이 탄소중립과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당진석탄화력발전소의 노동자들이 탄소중립과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에너지전환의 과정에서 '남겨질 위기'에 빠진 이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석탄화력발전소의 노동자를 꼽을 수 있습니다. 파리협정 체결 이후, 매번 대선에서 여야 교체가 이뤄졌음에도 '탈석탄'이라는 흐름은 변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우리나라 발전 5개사의 노동자는 모두 2만 2,306명에 달합니다. 완전한 탈석탄도 아니고, 석탄발전의 비중을 30% 가량으로 낮추는 과정에서만 9,592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자리의 43%가 없어지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가장 많이 밀집된 지역, '세계 최대 석탄화력발전소 밀집지역' 중 한 곳인 충청남도를 찾아가봤습니다. 입사 3년 차 노동자부터 24년 차 노동자까지. 당진화력발전소의 여러 직군별 노동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먼저, 이들이 느끼는 고용 불안감에 대해 물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의 필수 전제 조건, 정의로운 전환
“호남화력발전소가 폐지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아, 이게 지금 당장 눈앞의 일로 찾아왔구나'. '우리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구나'라는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탈석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이 정책이 여기서 일하는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 맞는가 의문이 들었죠.

점차 발전설비가 축소됨으로써 시설의 변화는 정해졌는데, 기존에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책은 발표된 것이 없고, 그저 '탈석탄' 그 자체에 대한 정책만 계속 들리다보니 점점 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정부 정책 발표나 뉴스에만 매달리게 됐습니다. 호남화력을 시작으로 제가 근무하는 당진화력도 마찬가지의 수순을 밟고 있다 보니 '언제 어떻게 될까' 두려움만 계속 갖고 있던 겁니다.”
이성하(입사 3년 차, 발전소 보안 담당)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의 필수 전제 조건, 정의로운 전환
“처음 관련 정책들이 나올 때엔 그저 막연한 미래 같았습니다. '과연 이게 되겠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거죠. 그러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나 NDC 상향과 같은 각종 정책이 수립되고, 지난해엔 호남화력, 올해 초엔 울산화력발전소가 실제 폐쇄되는 상황을 보면서 이젠 너무도 큰 위기를 느끼게 됐습니다.

두 화력발전소가 폐지되면서 이미 고용위기는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진 같은 경우도 9년 후부터 차례로 수명을 다 하게 됩니다. 1, 2호기가 약 9년 후 폐지가 예정되어 있고요, 3, 4, 5호기가 10년 뒤에 폐지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곳처럼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대규모 발전소가 폐지된다면, 말 그대로 직접적인 위기가 다가올 것이고요.”
이갑희(입사 17년 차, 발전소 운영 담당, 노조위원장)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의 필수 전제 조건, 정의로운 전환
“처음엔 미세먼지 문제로 여러 이야기가 나오면서 조금씩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말, 미세먼지 종합관리 계획이 나오면서 직접적인 부담을 느꼈고요.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한 설비를 담당하다보니, 발전소 폐지가 이뤄진다면 저희 직군은 100% 일자리를 잃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029년이 되면 당진 1, 2호기가 폐지되는데, 제가 지금 근무하는 곳이 1, 2호기입니다. 그때가 되면 아마 저의 업무는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1, 2호기 폐쇄할 때 정년을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 회사를 믿고, 이렇게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생각으로 와서 이제 막 입사한 후배들도 많습니다. 당장 2029년 폐쇄된다면, 이 직장이 안정적이라고 믿어오고, 여기서 열심히 일해보겠다는 후배들이 많은데, 그들 역시 담당 호기가 1, 2호기라면 폐쇄 즉시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다른 호기에는 같은 업무를 하는 다른 노동자들이 있으니까요.”
민현기(입사 24년 차, 탈황설비 담당)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의 필수 전제 조건, 정의로운 전환
“솔직히 처음엔, 발전소에서 일하는 것의 장점 중 하나로 '전기 수요는 없어질 수 없는 문제이니 발전소 역시 영원히 운영될 것'을 꼽았었습니다. 근무 기간이나 여건에 대해서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던 거죠. 근데, 2019년 G20 정상회의에서 전 세계 국가가 탈석탄을 이야기하고, 이것이 글로벌한 추세로 가다보니까 '아, 이건 우리가, 우리나라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구나' 느끼게 됐죠.

제가 하는 업무는 석탄을 운송하는 업무입니다. 탈석탄이 되면 말 그대로 석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고, 제 업무는 어디에 연계될 수가 없고, 이 경력을 가지고 다른 일을 연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경우가 아예 사라진다고 봐야 합니다. 오히려 젊은 시절에 입사했는데, 얼마 안 지나서 발전소가 없어진다고 하면 얼마든지 취업의 기회가 남아있을 겁니다. 정부 차원에서 일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발전소가 폐지되는 시점에 40대 중후반~50대 초반이 되면, 경제활동을 안 할 수도 없고, 해야만 하는 입장에서 나이가 걸리게 되죠.”
이종상(입사 7년 차, 석탄 운송 담당)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탈석탄 정책만이 아닙니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 모두로부터 받는 '외면'은 위기감과 무력감을 더욱 키웁니다. 탄소중립 선언과 더불어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표현은 정치권과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정의로운 전환을 해야 한다” 그 이상의 방법론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탄소중립이라는 대의에 찬성하는 만큼, 그저 고용전환 정책을 애타게 기다리고만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의 필수 전제 조건, 정의로운 전환
“과거부터 저희 발전산업 노동자들은 '국가의 산업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그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손가락질을 받기 시작했죠. 또한, 한전과 발전공기업들은 적자로 많은 지탄을 받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공기업으로써 수익보다 공공성에 기여한, 이를 통해 에너지 빈곤층의 어려움을 막을 수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을 해왔습니다.

탄소중립은 사회적, 국가적 비전입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고, 저희 역시 지구에 살고 있는 구성원이기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의 고용에 심각한 위기가 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저희가 이에 대한 투쟁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은, 이 방향성에는 동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비전을 달성하려면 우리 같은 발전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피해가 아니라, 에너지전환 선도국인 독일처럼 노동계, 시민사회, 정부, 정치권 모두가 사회적인 논의에 나서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정부는 노동계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은 적이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각계각층과의 논의를 통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시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갑희(입사 17년 차, 발전소 운영 담당, 노조위원장)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의 필수 전제 조건, 정의로운 전환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직군 전환이라든가 또 다른 일자리를 위한 재교육 같은 것들인데 그런 정책이나 시스템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일자리의 위협이 왔을 때, 저희 스스로 다른 일자리를 찾는, 자구책을 찾는 수밖에 없는 것이죠. 지금까지 나온 대책이나 각종 발언을 봤을 때엔 그저 막연한 내용들만 있을 뿐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 부처에서도, 이 부분을 좀 세부적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물론,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일을 하게 된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걱정은 있지만, 미리 준비하고, 더 많은 노력을 해서라도 해낼 겁니다. 이건 저의 일자리이고, 제 삶이기 때문에 기회만 주어진다면 어떻게든 열과 성을 다 할 겁니다. 이런 생각은 비단 저만이 아니라 제 동료들도 똑같이 할 겁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말이죠.

'정의로운 전환'을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정의라는 것은 모두에게 정의로워야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희처럼 가려져있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입장이 있다는 것을 사회에서도 좀 관심갖고 바라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성하(입사 3년 차, 발전소 보안 담당)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의 필수 전제 조건, 정의로운 전환
“저희는 탄소중립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희도 고용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저희도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할 가장인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런 막막한 생각은 들 수밖에 없는 것이죠. 환경단체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탈석탄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환경단체 분들 가운데 우리 노동자들과 대화를 한 번 해본 적이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탈황설비를 운영하면서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환경단체도, 뉴스도 이런 것은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에너지전환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하는데, '양질'이라는 것의 기준이 뭔지 아직까지 모르겠습니다. 정부도, 에너지전환과 정의로운 전환을 이야기할 때, 일자리 몇 개가 전환된다, 이런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그럼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 노동자들이 불안에 떨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대안이 나오면, 그로 인해 고용이 안정된다면, 저희도 이에 부응하면 되는데 말이죠.”
민현기(입사 24년 차, 탈황설비 담당)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의 필수 전제 조건, 정의로운 전환
“미세먼지, 온실가스 등 대두되는 환경문제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면에 있어서는 저도 불만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 가지 말씀드리고픈 것이 있다면, 발전소 밖에 계신 분들이 한번쯤, 여기서 일하는 사람도 있고, 이걸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에너지전환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발전원의 발전비중을 몇%로 하겠다' 정도예요. 신재생에너지를 늘린다고 한다면, 그 분야와 관련한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시고, 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취업의 우선권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처럼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종상(입사 7년 차, 석탄 운송 담당)

정의로운 전환, 혹은 고용 전환을 다루는 법안 여럿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들어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의 역할과 중요성에 비춰봤을 때, 이는 아무리 늦어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통과됐을 때 함께 통과됐어야 했던 법안입니다. 정의로운 전환 없이는 에너지전환은 제대로 된 '한 걸음'을 내딛기조차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비단 당진석탄화력발전소의 노동자들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이 실시한 전국 단위 설문조사에서도 마찬가지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전국 5개 발전사의 노동자 1만 6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의 필수 전제 조건, 정의로운 전환
응답자 2,072명의 대다수도 탄소중립에 공감하고, 이는 매우 시급한 이슈라는 사실에 동의하지만 정부도, 발전사도 그로인한 고용 충격엔 무관심하다고 답했습니다. 2030년 NDC가 상향되면서 발전부문의 감축 부담은 늘어났습니다. 앞서 발전소 노동자들의 이야기에서 살펴볼 수 있듯, 이는 곧 일자리 상실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뜻이 됩니다. 하지만 감축목표의 상향만 있을 뿐, 그에 상응하는 일자리 전환 정책은 부족하다는 것이 발전 5개사 노동자 95.9%의 생각입니다.

이들이 단순한 위기를 넘어 고립감을 느끼는 이유 또한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당장 정책을 내놔야 하는 정부가 탈석탄에 따른 고용불안 해소에 노력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이의 비중은 82.8%에 달했습니다. 정부뿐 아니라 발전공기업의 노력도 부족해 보입니다. 노동자의 60.7%가 “내가 소속된 회사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노동자 고용불안 해소에 노력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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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도 얼마 없어 보입니다. “귀하가 속한 발전소에서 탈석탄 정책으로 언제부터 고용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5년 이내'라고 답한 이들의 비중은 53%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도, 발전공기업도 그 어떤 행동에 나서지 않는 가운데 이들의 목소리조차 잘 듣지 않고 있죠. 정부의 정책 결정에 있어 이해당사자인 노조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답한 이는 85.32%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은 '일자리 전환'이었습니다. 소통과 재교육을 통한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계속해서 우리가 이러한 '철저한 무관심'을 유지한 채 에너지전환이 이뤄진다면, 이는 '반쪽짜리' 전환에 불과할 겁니다. 수만명의석탄화력발전 노동자와 그 지역의 주민은 더 이상 이러한 전환에 '전적인 동의', '전적인 공감대'를 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과연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이 법안은 잠에서 깨어나 '모두가 함께 하는 전환'을 도모할 수 있을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의 필수 전제 조건, 정의로운 전환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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