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숨진 미국인 스티븐 블레시(20). 〈사진=트위터 '@steve_blesi'〉서울 이태원 참사로 아들을 잃은 미국인 아버지가 "수억 번 동시에 찔린 것 같다"며 슬픔을 토로했습니다.
현지시간 30일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인 스티브 블레시(62)는 지난 29일 아들 스티븐(20)에게 연락했습니다. 아들이 있는 이태원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티븐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병원에 있기만이라도 바랐습니다.
그렇게 3시간가량 블레시는 아들의 친구들과 정부 관리 등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돌렸고 밤 11시 30분쯤 주한미국대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들이 이번 사고로 숨진 미국인 2명 가운데 1명이라는 소식이었습니다.
블레시는 망연자실했습니다. 그는 NYT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수억 번을 동시에 찔린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와 뉴욕포스트(NYP) 보도를 종합하면 숨진 스티븐은 동아시아 국제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는 해외에서 공부할 기회를 2년간 기다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이번에 가을학기 한양대로 왔습니다.
그러던 지난 29일 스티븐은 중간고사를 마친 뒤 핼러윈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에 방문했고 인파 속에 끼어 사고를 당했습니다.
블레시는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 30분 전에 아들에게 문자로 '네가 외출했다는 걸 안다. 안전하게 다녀라'라고 보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다"며 "스티븐이 더이상 우리와 함께 있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매우 괴롭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종류의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늘(31일) 새벽 6시 기준 이태원 참사로 154명(외국인 26명)이 숨지고 149명(중상 33명, 경상 116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외국인 사망자를 국적별로 분류하면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프랑스 1명, 호주 1명, 노르웨이 1명, 오스트리아 1명, 베트남 1명, 태국 1명, 카자흐스탄 1명, 우즈벡 1명, 스리랑카 1명입니다.